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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만 없다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텐데…”

사고사로 남편 잃고 두 아들 키우는 모정, 김연숙(가명·38·청수동) 씨

등록일 2011년10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사고로 남편을 잃고 두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연숙 씨.(가명)

“3년 전 애기 아빠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아이들도 건강하지 못한데 제 몸이 아프다보니 제대로 일도 못하고 빚만 늘어가고 있어요. 체면과 자존심, 생각 안 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끝까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띄어쓰기나 문맥정리가 전혀 안된 김연숙(가명) 씨가 보낸 이메일은 읽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 내용에 담긴 절박함 만큼은 빽빽한 글자들 사이로 절절히 전해져 왔다.

고정수입은 빤한 상황에서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는 생활고는 그녀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현실보다 힘들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감

그녀의 고향은 원래 당진이었다. 99년 남편과 결혼해 사내아이 둘을 낳았다.
도시가스 설비기사였던 남편과 함께 평범한 가정을 꾸려가던 그녀에게 지난 2008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친한 형을 도와준다며 같이 일하던 남편은 특별한 보상이나 생활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가족들을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먼저 떠났다.

사고 이후 시댁을 포함해 남편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남편을 잃은 참담한 형편에서도 자녀들을 위해 직장에 나가던 그녀를 오해하고 불신하는 눈초리가 더 깊어지는 상황이었다고.  

“당진이라는 지역이 얼마나 좁아요. 사람들의 수근거림, 애처로운 눈길 등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사업을 했던 남편에게 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만 연락해 오고. 정말 견딜 수 없어 당진을 떠나게 됐고 동생의 도움으로 당시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양하던 천안으로 이사오게 됐답니다.”

그녀는 답답하게 참았던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안해본일 없이 최선을 다하며 살려 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천안에서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요양보호사, 파출부, 패스트 푸드점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들도 건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고정적인 일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

큰애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언어장애를 갖게 됐다. 심리상담도 6개월 정도 받았고 발음을 교정시키기 위해 책도 함께 많이 읽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 눈치다. 둘째는 지난 8월에도 뇌수막염이 걸려 병원치레를 해야 했다.
그래도 아끼고 아끼며 처음에는 1억 가까이나 되었던 빚 중 어느덧 절반 정도를 갚아냈다.

하지만 한 번 충격을 받은 그녀의 몸은 쉽사리 원상태로 복귀되지 않았다. 약한 우울증이 늘 있는데다 특히 위장이 아파 지난주에는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지금은 새벽에 120여 집의 우유배달을 하며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일상의 전부다. 

우유배달로 벌어들이는 돈은 월 45만원 정도. 또 지원되는 기초생활 수급비 40여 만원이 그녀의 수입이다. 그런데 매월 갚아야 하는 돈의 원금이나 이자가 60~70만원이나 되다보니 제대로 된 생활이 될 수가 없다.
최근에는 살고 있는 집의 임대료 및 관리비 70여 만원이 밀려있고, 아이들 방과후 수업비는 낸지가 한참 전이어서 정신적 압박은 말할 수 없는 상태.

“일을 하지 못하니 더 불안한 상황이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가 힘들게 노력하는 것을 알아주고 떼도 안 쓰는 편이어서 너무나 고마워요. 하지만 한편으로 또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배우고 싶어하는 것, 가고 싶고 먹고 싶은 것 다 해 주고 싶은데…”
빚만 없다면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말끝을 흐리는 그녀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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