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와 발레리나.’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소재가 만났다. 정확히는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는 엉뚱한 주인 돈키호테를 묵묵히 태우고 다니는 말(돈키호테는 명마라고 생각하는) ‘로시난테’가 주인공이다.
또한 작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발레공연을 앞두고 토-슈즈의 끈을 묶는 발레리나의 뒷 모 습에서 춤추는 역동적인 발레리나 보다 정적인 발레리나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는 말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춤추고 있는 발레리나의 모습은 너무 황홀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한걸음 더 다가가면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나 춤추는 몸짓보다 그들의 멈췄을 때의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운 춤을 위해 토-슈즈의 끈을 묶고 있는 모습은 멋지게 달리기 위한 명마의 멈춤처럼 아름답다.”
지역작가 정정식(54)이 오는 9월2일부터 10월2일까지 한국마사회(과천경마공원) ‘갤러리마당’에서 초대전 ‘Don Quixote & Ballerina'를 연다.
정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20년 전 미발표된 판화와 최근 말과 발레리나를 소재로 한 드로잉, 테라코타 등 40여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한 순례
정정식 작가가 천안에 와서 천안박물관에서 연 개인전 ‘the People in the Street'(2009).
이 전시회에서 그는 인물화를 전시했다. 조각가인 그가 조각 작품을 전시하지 않고 드로잉을 하는 이유는 꿈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다.
가감 없이 이야기 하자면 현실은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조각작품을 작업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 시대 전업작가 대부분의 고민을 그는 ‘빵 예술’이라 표현했다.
“나는 조각가이면서 항상 드로잉을 한다. 어떤 이는 ‘입체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림으로 조각을 한다.’ 하루의 일기를 쓰듯 드로잉은 작가 일상에 대한 메모이다.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어떤 재료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떤 그림이든 내겐 그저 드로잉일 뿐이다. 드로잉은 작품을 위한 정리수단이며, 다음 작품 전개를 위한 또 하나의 예비 동작이다. 하루가 끝나면 항상 그렇듯이 오늘도 스케치북과 연필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청한다. 드로잉은 내가 나의 작품과 대화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갤러리 마당’ 김정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회를 ‘닿을 수 없는 별을 향한 순례’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늙고 비쩍 마른 말, 로시난테(Rocinante)를 천하의 명마로 상상하며 남들이 비웃는 모험의 길을 계속해서 떠나는 돈키호테. 한때 가슴을 뛰게 했던 이야기가 이제 서글프게 느껴질 만큼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정정식 작가는 아직 그 낭만적인 세계로 이어져 있는 이상향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오히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말과 발레리나를 만들어내며 마음속에서 저마다 내면에 잠자는 돈키호테를 깨우라고 부추긴다.”“그의 작품 ‘Beautiful horse’의 백마도 어서 내 등에 올라타고 함께 떠나자고 속삭이는 눈빛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이상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며 아쉬워하는 어른들이 ‘해리포터’에 열광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일까. 화면 속 부드러운 말의 갈기에 손을 뻗으면 나를 태워 금방이라도 신비로운 세상으로 데려가 줄 것만 같다.”
나는 조각가다
정정식 작가는 과천에서의 전시회를 마치고 천안에서 소규모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천안에 와서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를 하고 싶은데 기회를 찾고 있다. 작은 공간이라도 내 작품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대화하고 싶다. 모두가 꿈을 갖고 있지만 나를 포함해 온갖 핑계를 대며 꿈에서 멀어지고 있다.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주인의 의지를 묵묵히 따르는 말 로시난테 처럼, 화려한 무대를 오르기 전 준비하고 있는 발레리나의 뒷 모습에서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고 싶다.”
존경하는 대학 스승이 ‘조각은 깎는 것이 아닌 대화하는 것’이라며 청년 정정식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을 때부터 그는 조각가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는 조각가다.
<공훈택 기자>
정정식(J. S. CHUNG)
1956년 서울출생
서울대 미대 조소과 졸
한국미술협회 조각분과(서울지부) IACO 국제미술협력기구 전문위원,
충남미술대전 심사위원 역임
-개인전
2011 Don Quixote & Ballerina, 갤러리 마당, 한국마사회, 서울
2010 또 다른 버려진 산, 문신미술관, 숙명여자대학교, 서울
take lessons on the Mass II, 국제현대미술관, 영월
2009 the People in the Street, 천안박물관, 천안
등... 기획, 초대전
-단체전
2010 네 친구 특별전, 국제현대미술관, 영월
2009 세 나라 네 친구전, 영아트 갤러리, 서울
2007 The Asian Spirit & Soul, 예술의 전당, 성남
Art on Line전, 서울대학교 동문전
2006 Open the ASIA, 국제미술협력기구창립초대전, 경향갤러리, 서울
한국미술협회전, 예술의 전당, 서울
등... 다수
-작품소장
중국 상해임시정부 청사(2000), 매헌윤봉길기념관(2001),
예당국민관광단지(2002), 중국 상해 홍구공원(2003),
여의도 LG 빌딩(2004), 하조도 등대(2007), 한국종합예술대학(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