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순(42·신부동·심장협심증 등) 씨.
“이번에도 수술날짜는 잡았었지만 수술을 힘들 것 같아요. 기본적인 수술비의 얼마라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를 못해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양미순 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통화에 앞서 양씨를 만난 것은 지난 금요일 오전이었다. 수술을 예정하고 입원해 있던 양씨의 침상은 더운 날씨에도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에어컨 바람을 쐬다가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수술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던 그녀의 바람은 이번에도 실현되지 못하게 됐다.
주변에 딱히 아는 사람도 가족도 없는 그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한 일상으로 다시 내몰리게 됐다.
수술비 마련못해 위기의 악순환
경기도 포천이 고향인 그녀가 천안에 온 것은 채 1년이 안됐다. 8살때 어머니는 집을 나가시고 홀로 자녀를 키웠던 아버지는 10여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그녀의 결혼생활은 그리 길지가 못했다. 애기가 6살 때 이혼했다는데 지금 그 아이는 벌써 20대가 됐다고 한다.
이혼 후 언니 근처에서 살며 물심양면 의지하고 살아온 그녀는 6~7년 전부터 급속하게 몸이 안 좋아졌다. 갑작스레 일터에서 쓰러진 그녀는 이후 일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안 좋다보니 병세는 점점 악화돼 지금 심장과 신장 쪽은 안 가진 병이 없을 정도다.
심근경색, 협심증, 당뇨, 혈압 등이 있어 벌써 몸 곳곳에서 합병증이 생기고 있다. 의사는 두달안에 수술을 못하면 살기가 힘들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몸을 조금씩 가눌 때마다 피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최근에는 증세가 심해져 한 달에 한 번 정도 쓰러졌어요. 저번 달에는 세 번이나 병원에 왔었으니까요. 이번 달도 1일에 입원해 지금까지 입원중입니다.”
수술을 받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하면 신장이 제대로 작동해 몸을 정상화시켜야 하는데 이미 신장이 좋지 않아 일주일에 세 번은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약값도 너무 비싸고 해서 그냥 버티다 보니 119의 단골손님이 됐어요. 언니와 오빠가 있는데 다 비슷한 병을 앓고 있어요. 특히 그동안 조금씩 도움을 받고 의지해 왔던 작은 언니가 자궁암 말기라서 이젠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든 상태입니다.”
예정된 수술에 들어갈 비용은 기초생활수급자, 의료보장 1종인데도 1000만원이 들어간다. 이전에도 수술날짜를 잡았지만 돈이 없어 불가피하게 퇴원한 뒤 쓰러져 3일만에 병원을 찾은 일이 있는데 이번에도 안타깝지만 비슷한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언제쯤 희망을 찾을수 있을까
“올해 42살이에요. 젊었었던 만큼 하고 싶었던 일도 많고 의욕도 컸었는데 이제는 다 사그러져 버릴 상황이에요. 지금은 그저 컨디션 좋은 날 병원 5층에 있는 교회에 가면서 마음의 위안을 찾는 정도에요. 살아서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수술이나 한 번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보다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인생 전체에서 행복했던 기억이 별로 없었다는 그녀. 언제쯤이나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