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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치 기대 저버린 ‘천안시의 돌발행동’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 행안부 권고보다 후퇴, 관 주도 바라나

등록일 2011년08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달 20일 열린 추진단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 설명회. 이날까지 함께 했던 천안시는 돌연 다음 날 독자적으로 조례안을 발표하고 입법예고 했다.

주민참여예산 조례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천안시의 주요 시민단체와 시의회 총무위 소속 의원 7명, 천안시 공무원까지 포함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위한 지역사회 추진단(추진단)’은 지난 7월20일 천안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안)에 대한 입법 설명회를 개최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추진단에 속해있던 천안시는 설명회 다음 날인 21일 독자적으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11월 토론회를 시작으로 추진단 회의에 동참하며, 조례안을 함께 상의해 왔던 천안시의 입법예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행동’.
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와 주민참여예산추진단 구성의 실현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보고, 이를 삭제한 후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안과 추진단이 마련한 조례안의 차이점은 ‘권역별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와 주민참여예산추진단 구성’이다. 

천시협·민노당, ‘추진의지 의심된다’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천시협)는 지난 8일 의견서를 제출하고 “내용은 차치하고 천안시가 그간의 소통과 합의정신을 파기하고 일방적 독주를 강행하고 있다”며 천안시를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천안시위원회도 11일 ‘천안시가 입법 예고한 주민참여예산조례안은 주민참여예산 조례의 실효적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며 ‘천안시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천안시 조례안이 ‘행정부 권고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이라며 ‘천안시의 추진의지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조례안 놓고 ‘갈등 고조’

주민참여예산제는 그동안 지방정부가 독점하던 예산권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으로 ‘지방자치 이념’과 ‘재정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방재정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지자체들은 오는 9월까지 주민참여예산제운영조례안을 만들어야 한다.

천안에서는 천안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난해 11월 ‘천안시 주민참여예산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기 시작했고 시의원,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천안시가 함께 참여한 ‘천안시주민참여예산제 도입을 위한 추진단’이 구성돼 장기간 논의를 이어왔다.
이들은 7월20일 그동안 논의를 기반으로 조례안을 만들고 설명회를 가졌다. 또 이 안을 오는 8월 천안시의회에 의원공동 발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설명회 당일까지 함께했던 천안시는 돌연 다음날 독자적인 안을 내놓고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하지만 천안시의 조례안은 총무복지위원회 심의 대상이고 총무복지위 소속 시의원 7명이 추진단에 참여하고 있음을 비춰볼 때 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행동이 특정 부분에서 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사전 포석이며, 결국 추진단과 합의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인 신뢰 져버린 천안시

천안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안의 골자는 시민참여를 위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구성, 위원장은 부시장이 맡고 당연직 분과위원장은 각 부서 국장이 담당한다는 내용이다.
위원회의 경우,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선정된 사람이 전체 위원의 3분의 1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행안부의 표준안인 ‘2분의 1’ 규정 보다 낮아 주민 참여활성화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평이다. 여기에 시의회와 읍·면·동장 추천 위원은 관변 요소가 강해 정작 일반 시민들의 예산편성 참여 기회가 적다. 사실상 시의 조례안은 주민 참여 폭이 좁아, 실질적인 주민 참여 확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천시협은 천안시의 조례안에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외에 울산, 광주, 대전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역회의, 예산연구회, 주민참여예산학교 시행 같은 실질적인 시민참여 방안이 없어 천안시의 제도 운영 의지와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천안시가 제안한 입법예고안에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 구성 포함 ▶당연직 위원장과 당연직 위원 관련 조항 삭제 ▶위원회 위원 과반수 이상 공개모집 ▶주민참여예산 추진단(혹은 지원단) 구성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천안시위원회도 의견서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지역회의 설치 및 구성 조항 신설’을 비롯해 운영위의 당연직 위원 삭제와 의견수렴 경로 다양화 등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천안시 관계자는 “추진단은 너무 완벽한 조례안을 주문했다. 조례는 운영하면서 수정 보완하면 된다. 의견서의 제안 내용을 검토중이며 제안 내용에 대한 답변서를 작성해 제안자에게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시의 의중이 어떤 것인지 추후 협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밝혀지겠지만 상호 참여와 토론을 통해 성숙한 민관 거버넌스를 기대하게 했던 주민참여예산제의 기대를 먼저 깨뜨린 것은 바로 ‘천안시’다. 향후 양측의 협의와 조정 과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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