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는 지난 20일(수),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매년 말 많고 탈 많은 천안지역의 고입전형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자기주도 학습전형’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일종의 ‘고입에서의 입학사정관제’라 할 수 있는 제도로, 외고 등의 특수목적고, 과학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및 자율학교 등에 도입됐된 고입전형 방법이다.
이들 학교는 기존의 선발고사 점수에 의한 전형방식 대신에 1단계로 ‘내신성적+출석점수’, 2단계 면접(자기주도 학습 및 계획+봉사활동+독서활동)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충남교육청은 지난해 충남외고, 충남과학고, 북일고, 한일고, 공주대부설고 등 5개교에서 이 제도를 적용했었는데 올해는 10개가 대폭 늘어난 15개교를 자기주도 학습전형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천안지역에서는 천안중앙고, 복자여고, 천안업성고등학교가 선정됐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들 3개 학교가 다른 일반계 학교들 보다 10일 정도 먼저 학생선발권을 갖게 된 것. 다른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학생 확보에 불리한 조건을 갖게 된 것이다.
지역에서는 비평준화 지역인 탓에 안 그래도 고교서열화에 대한 불만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학교간 우열을 더욱 고착화 시킬 수 있는 제도가 실시된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입시판도에 큰 영향 끼치는 정책, 공론화도 없어서야”
복자여고·중앙고, 학생 선발 우선권 특혜 논란
‘2012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교육청’으로 지정된 충남도교육청은 2010년 4월에 지역 학교에 자기주도학습전형 운영계획을 안내한 뒤, 실시할 학교 모집을 공고했다.
선정된 학교는 1개 학급 40여 명을 후기 1·2차에 내신과 면접을 통해 재량모집 권한을 준다는 내용. 이후 4월22일에 충남에서 11개, 천안에서는 복자여고, 천안중앙고, 천안업성고 등 3개가 선정됐다.
그런데 복자여고와 천안중앙고는 업무량을 줄인다는 이유로 후기1차에서 40명 뿐 아니라 일반전형도 함께 실시한다는 고입전형요강 계획서를 제출했고, 교육청은 이를 승인했다. 일반계보다 앞선 시기에 전체 우선선발권을 갖는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실시하지 못하는 천안의 일부 선호고등학교나 지난해 적지 않은 지역적 저항을 감내하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한 북일고의 경우와는 달리 별다른 어려움 없이 특혜를 받았다는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는 부분.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공동대표 김난주·황성선, 천안평학)는 이를 두고 김종성 충남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두 학교가 후기 1차에서 일반전형과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함께 실시한다는 내용은 2010년 6월28일, 관내 중고등학교에 발송한 ‘2012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시범도입학교 선정 안내’ 공문에는 아예 설명돼 있지 않다.
천안평학은 지난 1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선정되지 않은 학교의 반발을 피하려고 거짓 공문을 보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지역의 입시판도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공론화 없이 몇몇 당사자에 의해 결정했다. 특정학교를 선정하면서도 공문이 두루뭉술해 대다수 학교들의 무관심을 초래했기 때문에 절차상 정당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하고 매우 위선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더 심각한 문제는 천안을 비롯한 충남전체의 고입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제도임에도 특별한 공론화 과정이나 설명, 우려되는 문제점에 대한 방안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교육청 한정도 장학사는 “우리한테 문의라도 하던지 아무 말도 없다가 그런 식으로 얘기 하는 것은 좀 그렇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하는 학교는 후기 1차, 후기2차로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공개토론 하자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일(화) 성명을 내고 자기주도 학습전형과 관련,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전교조는 ‘타 시·도는 새로운 입시제도의 급격한 도입을 경계하면서 자기주도 학습전형 시범도입 학교를 3개 이내로 제한하고 지역별로 학생, 학부모, 중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고등학교 입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중학교 3학년 학생, 학부모, 담임이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책을 쏟아내는 것은 ‘수요자 중심교육’을 주창하는 현 교육감의 교육관과 상당히 배치된다. 따라서 이번 자기주도 학습전형 시범학교 선정을 중단하고 학부모, 교원단체와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천안고교평준화시민연대도 20일(수) 오전 11시, 천안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평준화 연대는 ‘평준화 찬성여론이 이미 2006년에 과반수를 넘었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누구보다 입시제도 혁신을 고민해야할 교육감이 어떻게 밀실에서 서열화를 공고히 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나’라며 분개했다.
이들은 ‘충남교육청이 추진하는 고입전형의 절차나 내용은 명백한 특정학교 밀어주기다. 대상 외 일반계 학교는 불이익을 보게 될 것이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박탈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불공정한 입시 환경은 학원의 특별전형 대비반 신설 등 사교육 열풍을 달굴 수 있고, 입시 심화 등 과열경쟁의 병폐를 키워, 천안은 더욱 더 극심한 입시지옥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자리에서 권혁술 대표는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학교간 편차가 없는 평준화 지역에서는 시도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천안같은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고교 서열화는 물론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을 더욱 심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비교육적인 결정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결정됐는지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참으로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김난주 대표도 “현재 도교육청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정확한 입장표명이나 답변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종성 교육감이 꼭 입장을 바꾸리라 기대한다. 태도 변화가 없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은 말 자체가 가진 뜻 그대로 모든 학교가 그 취지에 맞게 혁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입시전형의 방법으로는 부적절한 기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전형 과정에 일부 우려되는 부분이 있어 우선 선발 학생 수를 제한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 가까운 시일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입선발전형의 변화가 몰고 올 파장은?
입시지도교사 ‘혼란’, 학부모·학생도 ‘불안’
충남의 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은 전기(특목고,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후기 1차(자율형 공립고, 일반계 자율학교, 예술·체육 중점학교), 후기 2차(일반고, 일반계 자율학교)로 구분해서 선발한다.<표 참고>
작년부터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실시한 충남외고, 충남과학고, 북일고, 한일고, 공주대부설고의 5개 학교에 천안지역 3개교를 비롯해 2012년 고입에서는 충남지역 15개 학교가 자기주도 학습전형을 도입하게 된다.
기존에 실시하던 5개교는 전기모집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천안업성고는 올해 자율형공립고로 선정돼 이미 후기 1차에 모집권한이 있는 학교다. 하지만 후기 2차에서 학생을 선발하던 복자여고, 천안중앙고가 자기주도전형의 40명 외에 신입생 전체를 일반전형으로 후기1차에서 선발하게 되면 후기2차에서 학생들을 뽑는 기존 일반계 학교들은 학생선발권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학교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상담해야 할 일선 중학교 입시교사들은 혼란을 겪어야 할 상황이다. 새 전형에 정보가 부족한 중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이다.
<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