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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환중 소녀역사 김지혜, ‘킹콩을 들다’

“‘제2의 장미란’ 돼서 아빠도 나도 행복해질 것”

등록일 2011년07월2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희망2011- 김지혜(16·성환중학교 역도부)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주 어느 날, 성환중학교 역도부를 찾았다.
정규수업이 끝난 오후 3시30분.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여전히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11명의 성환중학교 역도부 아이들은 비를 피하기도 하고 맞기도 하면서 왁자지껄 낡은 조립식 건물 체육관으로 모여 들었다. 넓지 않은 연습장은 빗방울이 지붕을 때리는 소리, 아이들의 호들갑 소리로 가득했다.
젖은 교복을 서둘러 체육복으로 갈아 입으려는 아이들은 ‘감독실’이라고 써있는 작은 방 으로 몰려 들어가 낡은 캐비넷 앞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어젖힌다.
이들 중에는 여자 아이도 하나 끼어있다. 이름은 지혜. 본보의 ‘희망 1004운동’을 통해 지난 2005년 소개됐던 바로 그 김지혜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지혜는 어느덧 중2가 됐다. 키는 벌써 아버지랑 나란한 164㎝나 된다.

중1때 도 대회 나가 금상 싹슬이

성환중 여자 역도꿈나무 김지혜 학생과 아버지 김명승 씨.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전하곤 하던 지혜의 아버지 김명승 씨를 다시 만난 것은 지난 달이다.
김씨는 지혜의 소식을 전하며 한참이나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조그맣던 지혜가 어느덧 미래가 무척 촉망되는 여자 역도의 기대주로 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선천적으로 하체가 튼튼했던 데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다 보니 몸은 운동선수로 아주 부족함이 없었죠. 운동을 시켜봐야겠다 생각하다가 역도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경북 구미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이 녀석이 중학교 1학년 때 경북 도 대회에 나가 금상을 3개나 따온 것에요. 유래가 없던 일이랍니다.”

5년 전 천안을 떠났던 부녀는 최근 다시 천안으로 돌아왔다. 지혜는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때문인지 구미에서 보다 더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역도를 하다 보니 눈에 띄는 것은 운동선수다운 대단한 식사량. 하지만 지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다.
“아이~ 저 요즘 그렇게 많이 못 먹어요. 그저 고기 5인분에 밥은 한 공기만 먹는 정도라니까요.”

내년에는 전국 학생 신기록 목표

지혜는 올해 열린 전국소년체전 여자 역도 75㎏ 이하급에서 2등상 3개를, 얼마 전 아산에서 열린 전국역도선수권대회 여자 69㎏ 이하 급에서 2등상 3개를 수확했다. 전국대회 또래 최강급인 지혜가 등장하면서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물론 천안시도 한껏 기대치가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혜 같은 아이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케이스죠. 요맘때 아이들은 보통 1년에 15~20㎏씩은 더 들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거든요. 올해도 잘했지만 내년에는 라이벌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부상만 없다면 무난히 전국 1등을 차지할거에요. 역도 쪽에서는 타고났다고 할 수 있어요. 순발력은 약간 떨어지지만 하체 힘이 남자애들 만큼이나 좋아 더 잘할 거라고 보고 있답니다.” 지혜를 가르치고 있는 코치의 말이다.
소년체전에서 올해 지혜가 들어올린 무게는 인상에서 75㎏. 용상에서 93㎏다. 용상과 인상 모두 잘하는 편이다보니 내년에는 전국 학생 신기록도 가능할 전망이다.

“지혜는 불안정하고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운동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 자신의 꿈을 향해 착실히 한발한발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그런 표가 잘 나기도 하는데 이 녀석은 잘 웃죠. 아니 너무 웃어서 탈이에요. 요즘은 아주 머리에 빗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멋을 부리는데 사춘기를 잘 극복하고 운동에 전념해 제 꿈을 잘 실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코치의 바람이다.

지혜에게 역도가 왜 좋은지, 또 바라는 점은 없는지 물어 보았다.
“특별한 매력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재미있어요. 그냥…. 바라는 건 훈련장에 여성용 탈의실, 화장실, 샤워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빠가 잔소리가 너무 많으세요. 조금 줄여주시면 더 좋겠어요(웃음)”

올해 9월말 쯤에는 천안 유관순체육관에는 역도 훈련장이 생길 예정. 지혜는 이제 자신의 꿈과 주변의 기대를 하나하나 충족시켜 나갈 작정이다. 미래의 ‘장미란’을 기대해도 좋을까?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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