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육감 퇴진해야”, 도교육청 “이의 제기할 것”

충남교육청의 비리혐의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얼마 전 전국 시·도 교육청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던 충남도교육청이 이번에는 각종 비리 혐의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1월24~27일까지 5명을 출장 보내 충청남도교육청에 대한 예비조사를 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2월9일~3월3일까지 감사인원 10명이 충청남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실지감사를 벌였다. 이후 내부 검토과정을 거쳐 지난달 3일 감사위원회의의 의결로 감사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충남교육청은 9개 부문에서 11개의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내 점수는 올리고, 다른 사람은 내리고

감사결과 눈에 띄는 부분은 근무성적 평정업무 부당 처리, 직무관련 금품수수  등이다.
자료에 따르면 근무평정 부당처리와 관련해 문제가 된 충남교육청 인사담당 직원은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68명에 대한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직원은 특히, 자신의 근무평정도 조작하고 이를 부서 과장과 미리 상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2009년도 상반기 교육행정직 5급 공무원 근무성적 평정점을 부여하면서, 부서과장과 모의해 모 교육청에 근무하는 A씨가 승진하지 못하면 5급으로 퇴직해야 한다는 이유로 승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하지만 A씨의 근평 결과가 승진후보자순위 21위에 불과해 만점(70.0점)을 주더라도 승진가능 범위 내(1~6위)에 들 수 없자 A씨에게는 만점을, 나머지 평정대상자 15명의 평정점은 많게는 13.4점까지 깎아내리는 방법으로 A씨를 2위로 끌어 올렸다.

이 직원은 또 이 과정에서 1년 후 자신이 승진하는 데 유리하도록 하기위해 5급 승진임용일이 동일한 B씨 등 7명의 평정점은 0.2점에서 8.4점까지 깎아내리고, 자신의 평정점은 직전 근평 평정점 59.1점보다 많은 63.6점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모두 68명에 대한 직원들의 근무평정을 조작했고 본인은 자신의 5급 경력이 4급 평균 승진소요연수 11년 6개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년 6개월 만에 4급으로 승진했다.

감사원은 A씨와 B씨는 물론, 5급 공무원의 근무 평정 확인자이면서 근평 업무 총괄을 맡았던 C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금품수수 등 9개 부문에서 문제점 적발

감사원이 적발한 금품수수건은 학교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 업체에서만 집중구매를 하며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모 특수학교에서 학교회계업무를 담당하던 D씨는 2009년 2월~ 2010년 9월까지 12회에 걸쳐 모 체육사 대표, 모 복지용구 대표로부터 학교물품인 디지털 신장계 외 104개 품목을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지적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D씨는 해당 체육사가 취급하지 않는 물품까지도 납품하게 해주든 등의 대가로 현금 30만원을 받는 등 총 4차례에 걸쳐 15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충남도 교육청은 이외에도 ▷학생 신체능력검사의 비만도 평가방식 부적정(권고) ▷학생 신체능력검사의 비만도 평가방식 부적정(주의) ▷학교의 공통 필요물품 구매방법 부적정(주의)  ▷근무성적 평정업무 처리 불철저(주의) ▷학술연구용역 일반관리비 과다 계상(주의) ▷퇴직교원단체 보조금 교부 및 정산 불철저(주의) ▷전원학교 교수·학습지원시스템 구축사업 추진 부적정(통보) ▷교육용 고압 전력 선택요금제 미활용(통보) 등이 지적됐다.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전교조, 진상규명·책임자처벌 못하면 교육감 퇴진해야

전교조 충남지부는 감사원의 발표 직후, ‘안타까움을 넘어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2004년과 2008년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현직교육감의 퇴진을 가져온 인사비리가 다시 재현되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이번에 인사비리 관련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면면이 이른바 실세이며 측근들이라는 주장이 번지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이 인사비리로 퇴진한 전임 교육감들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인사비리의 핵심은 승진에 눈먼 몇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승진을 위하여 점수를 조작하고 다른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아주 나쁜 방법이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이번에 거론된 3-4명의 단독 소행으로 보기에는 그 방법이나 내용이 대담하다. 분명 누군가의 강력한 비호나 지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교육청은 더 이상 200만 도민과 2만여 충남교직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말아야 한다. 명명백백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단계의 행동은 교육감 퇴진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