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신부동 철탑공원에서는 '등록금 반값공약 이행촉구 촛불문화제'가 열려 1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고민을 나눴다.
고대 학생들, “오세훈 선배님도 허리가 휘셨다는데 우리 부모님이야…”
“서울시장이신 오세훈 선배님이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두 딸의 대학등록금을 대느라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오세훈 선배는 공직자 재산으로 신고한 재산만 58억원에 연봉은 1억원이 넘고 사모님도 대학교수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실 정도면 우리 부모님들, 최저 임금을 받는 가족들은 어떻겠어요?”
-고려대 세종캠퍼스 ○○○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데 7조원이 든다는데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예산만 22조라고 한다.
또 부자감세로 MB정부가 줄인 세금도 20조원에 달한다.
등록금 현실화는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해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천안 주부 ○○○
천안에서도 ‘드디어’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17일 저녁8시, 신부동 먹자골목내 철탑공원에서는 언론개혁 및 시국현안관련 비판활동을 벌여 온 활동가들의 모임 ‘천안아산촛불(http://cafe.daum.net/dosolcandle)’ 주최로 ‘등록금 반값공약 이행촉구 천안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처음에는 50명 남짓하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하나 더해져 100여 명에 달했다. 무심코 길을 지나던 학생들과 시민들은 멀찌감치서나마 관심을 보였고 홍보물을 유심히 읽어보며 한마디씩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공원 한켠에서는 천안여성회를 주축으로 최저임금인상촉구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때 고전압철탑이 세워져 있어 ‘철탑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먹자골목의 조그만 이 공원. 한 참가자는 “철탑공원이 천안시민의 ‘아고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별한 문화공연이나 식순을 정하지 않았던 탓에 참가자들의 자유발언과 사회자의 멘트가 전부였던 행사였지만 그동안의 각자 처해진 입장에서 해 오던 고민과 생각들이 공유되면서 문화제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한껏 달아올랐다.
충남대학생연합회를 비롯한 대학생들, 진보정당 관계자들. 천안여성회, 충남희망청년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은 자발적인 연사로 나서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의 입장에서 치솟고 있는 대학등록금과 관련한 감정들을 아낌없이 토해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100여 명의 시민, 학생들이 참가했다.
‘사학비리척결, 대학재무구조 투명화, 부자감세 철회로 반값등록금 가능’
촛불참가자들, ‘천안지역 대학생들도 함께 했으면…’
‘등록금 반값공약 이행촉구 천안촛불문화제’에서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이는 순천향대 의과대학 윤일규 교수였다.
윤 교수는 “예전에는 대학등록금 비싸다고 하면 ‘좌파 아니냐 운동권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봤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등록금은 정상화 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운을 뗐다. 윤 교수는 “나는 인간다운 삶의 기본테마가 직업, 주거, 의료, 노후와 함께 교육의 다섯 가지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충족돼야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다. 교육으로 차별받는 사회는 결코 민주사회, 선진사회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의회 김지철 교육의원(천안)도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김 교육의원은 우선 “이 대통령이 ‘반값등록금’공약을 한 적 없다고 우기는 것은 자식을 낳아 놓고 도망가 버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 의원은 “전국의 대학생들을 모두 합치면 300만 정도 된다고 한다. 이중 3분의1만 촛불을 들어도 다음 달부터 반값등록금이 실현되고 여기에 기성세대들이 함께 한다면 바로 바꿔낼 수 있다. 등록금 현실화와 함께 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 진학만 하려다보면 대학만 살찌우고 내용이 없어진다. 더 자주 모이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대학생, 기성세대가 되자”고 말했다.
최저임금인상 서명을 받던 천안여성회 정혜임 대표는 “학교 다닐때는 열심히 착하게 살면 사회에 나가 정당한 댓가를 받는다고 배운 것 같은데 현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오늘처럼 이런 정당한 요구를 좀 더 즐겁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분들이 먼저 전파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윤일규 교수는 “교육으로 차별받는 사회는 결코 민주사회, 선진사회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지철 교육의원은 “등록금 현실화와 함께 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이려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 ‘천안 촛불 반갑다. 힘 보탰으면…’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학생들이 특히 많은 발언의 기회를 잡았다. 이들은 그동안 천안에서 또 충남에서 촛불을 들 기회가 없었다는데 많은 아쉬움을 토했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최가람 총학생회장은 “현재 부산,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고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홍익대는 차상위 계층부터 반값등록금을, 서울대도 하위 50%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한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강원도립대학의 무상등록금을 약속했다. 천안은 면적당 대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고 있다. 천안과 충남에서도 이런 변화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05학번이라는 한 학생은 “반값등록금 요구는 결코 대학생들의 이기적 목소리가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의 집약체다. 그동안 촛불집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로 가곤 했는데 오늘은 천안에서 촛불을 든다길래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다만 방학이 얼마남지 않아 촛불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10학번이라는 박모 학생은 학교측의 재무구조를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학생은 “현재 고려대의 재단적립금이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고려대 2만명의 학생들이 3년간 무상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돈이다. 일부에서는 반값등록금 한다면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냐, 세금만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이는 ▷사학비리척결 ▷대학 재무구조 투명화 ▷부자감세 철회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지 일반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가자들도 이날 문화제에서 천안의 10여개 대학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최가람 총학생회장은 “천안과 충남에서도 반값등록금과 관련한 변화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정당들, ‘촛불이 희망, 힘 싣겠다’
충남과 천안의 진보정당 관계자들은 대학생들을 위한 반값등록금 투쟁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진보신당 충남도당 민생경제본부 이영우 본부장은 특유의 언변으로 이목을 끌었다.
“나는 집이 정말 가난해서 중학교 밖에 못나왔다. 친구들이 도시락 싸서 학교갈 때 난 도시락 들고 공장을 다녀야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게 친구들을 피해 다니던 당시의 나는 절대로 이런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만큼 노력하며 살았다. 하지만 대학 다니는 아들이 생기면서 매년 두 차례 학자금 대출을 받기위해 고민해야 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씨는 “MB가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니까 졸업후 상환제를 얘기한 적이 있다. 경향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니 800만원씩 4년(3200만원)을 대출받은 뒤, 35만원씩 25년(9705만원)을 갚으면 된다는 계산이 있더라. 어이없는 계산이다.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각종 정책들만 철회해도 등록금을 정상화 할 수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부터 계속 촛불을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당 충남도당 김용기 대표도 지지발언에 나섰다.
김 대표는 “등록금이 이토록 솟구치는 동안 나는 대학생들의 항의가 왜 이리 미미할까? 시대가 변할걸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었다. 원인은 20대에게 꿈을 주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취업에만 매몰되게 하고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잊게 만들고 있다. 이런 세상이 온 것에 대해 선배로써 미안하고 송구하다. 우리 사회의 20대가 이 사회의 진정하고 중요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충남도당 선춘자 사무처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선 사무처장은 “큰 애가 내년이면 고3이어서 나도 실질적인 대학생 학부모가 눈 앞이다. 대학을 안 나와도 노력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대학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될 텐데 월급은 안 오르고 등록금만 오르는 세상이다. 6월 민노당의 정책기조가 ‘최저임금은 올리고 등록금은 내리고’이다. 여러분이 함께하는 촛불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 정권을 꼭 심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기 사회당 충남도당 대표는 “우리 사회의 20대가 이 사회의 진정하고 중요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값등록금, 지역 시민단체도 연대 움직임
지역 시민 사회단체들도 최근 반값등록금 촛불에 힘을 싣기 위한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에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공동 대책위 결성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오늘(21일·화) 저녁7시, 공대위 준비를 위한 대표 및 집행책임자 회의가 열릴 예정.
정원영 본부장은 “전 사회적 문제인 대학 등록금문제 해결을 위해 충남지역 각계단체의 사안들을 모아 정권을 심판하는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날 논의될 주요 안건은 공대위 구성 및 운영방안 및 당면 실천사업 등이다.
천안지역 시민사회 단체에서 시작된 촛불행진이 과연 지역 대학생들의 동참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진희 기자>
촛불을 나누는 참가자들.
가족단위의 촛불문화제 참가자들.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갈때는 등록금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