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이주동포의 집. 강범식 소장.
“말 그대로 사각지대입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방문취업자 등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크게 나아진 게 없어요.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라도 이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할 텐데…”
한민족이주동포의집 강범식 소장은 안타까움에 말끝을 흐린다.
얼마 전 중국동포 송모씨(56)는 급작스런 뇌출혈로 천안 성황동 근처 길거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한 시민이 119에 신고를 해줘 그는 충무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현재는 응급처치를 마치고 CT촬영 등 각종 검사를 한 상태. 이후 5월18일 새벽에도 호흡곤란으로 위독한 상황을 겪었다. 앞으로는 본격적인 치료를 해야 하지만 중국동포인 그를 도와줄 수 있는 길은 궁색하기만 하다.
송씨의 경우에는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구직하던 상황이어서 지역의보 대상자였다. 중국동포인데다 납부하는 의료보험료가 높다보니 지원을 받기가 더욱 힘들다. 강 소장은 이런 답답한 상황이 1년이면 2~3건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수도사로써 국내외에서 나눔과 섬김의 봉사활동을 펼쳐오던 강 소장은 2000년부터 천안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중국동포의 유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그는 ‘중국동포의 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동포들을 위한 취업, 의료, 상담, 쉼터 활동을 시작했다.
특별한 외부 지원 없이 우러나는 마음으로만 했던 일이기에 문성동, 구성동, 신부동에서 지금의 성황동에 이르기까지 구도심 곳곳에 공간을 마련해 가며 어렵게 10여 년간 동포들을 도와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매일 3~4건 이상의 상담과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들어온다. 강 소장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상담하고 해결하려고 함께 노력해 준다.
언젠가는 유방암에 걸린 동포를 후원하기 위해 본인카드로 700만원을 긁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주유소아르바이트, 폐지를 주워가며 고생한 적도 있다. 사무실에 있던 낡은 자전거 한 대도 얼마 전 한 동포가 출퇴근에 필요하다고 하자 그냥 양보했다. 강 소장은 이날도 성황동 사무실에서부터 송씨가 입원한 충무병원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정부예산은 늘 효율성과 표나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좀 더 현장에 있는 사각지대의 가장 어려운 이들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을 찾은 동포들을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은 그를 처음 봤을 때처럼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한민족이주동포의집 강범식 ☎011-9813-7155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