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듯이 우리 인간들도 생과 사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무관할 수 없다. 늙은 여자의 뒷모습에서 한사람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우리들에게 독대하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늙은 여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 여인의 희생이 우리 인류를 지탱해 나가는 발원지이며, 또한 소생할 수 있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 여인이 나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작가노트 중에서-
‘늙음’과 ‘여성’을 화두로 한 사진작가 장숙의 전시 ‘늙은 여자의 뒷모습’이 5월 16일부터 5월 28일까지 2주 동안 북카페 ‘산새’에서 열린다.
이번 사진전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작가가 5년 단위로 촬영한 여성 노인들 뒷모습 7점이 선 보인다. 등을 찍힌 노인은 마지막으로 촬영한 후 1년 뒤 사망했다.
앞서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서울 공근혜 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동명 사진전(‘늙은 여자의 뒷모습’)은 사진 평단은 물론 언론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작업은 한 할머니의 뒷모습을 5년 주기마다 15년 동안 촬영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오랜 기간 모델이 되어 주셨던 할머니는 살이 오르거나 빠질 때도 있었고 세월에 흔적으로 검었던 머리가 하얗게 변했으며 주름과 검버섯이 할머니의 몸을 점점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작업의 화두는 인간사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죽음은 인간이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늙은 여자의 뒷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환기 시켜주고자 했습니다.”
사진에 담긴 세월의 생채기와 주름이 가득한 몸은 짙은 어둠의 배경과 더불어 우울함을 넘어 슬픔에 가깝다. 죽은 자가 건너간다는 신화 속 레테의 강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작가는 짙은 슬픔이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의 기억, 사랑, 원한까지 모든 기억을 잃는 다는 레테의 강처럼 죽음은 삶과 떨어뜨려 놓을 수 없고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장숙은 사진이라는 소통수단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붙잡아 놓고 있다.
미술평론가 박영태 경기대 교수는 “장숙의 근작은 생의 욕망과 여자로서의 성적 정체성을 조금은 탈각하고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노쇠하고 오그라든 여자의 몸을 대상화했다. 몸은 시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피부위에 서식하는 시간의 자취와 그늘이 발에 밟히는 이 사진에는 그렇게 시간에 저당 잡혀 있고 세월 속에서 조금씩 소멸하다 어느 순간 무로 돌아가 버리는 육체의 허망함과 덧없음이 침처럼 고여있다. 생과사의 단락이 이루어지는 몸에 대한 회한 같은 이미지다. 생과 사는 다른게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그렇게 들러붙어 있음을 새삼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기부
천안이 고향이 그녀는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다. 전시회를 열 마땅한 공간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고향은 ‘쉬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바뀌더군요. 평소 사진전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지역 주민들과 사진을 매개로 소통의 시간을 갖고 싶었고 지인소개로 전시장도 기존 상업 갤러리가 아닌 문턱이 낮고 사람들 드나듦이 자유로운 북카페로 정했습니다. 이러한 재능기부로 운영수익을 공익적으로 사용하는 북카페 ‘산새’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녀는 작품위치만 정해주면 편안하게 전시회를 열 수 있는 상업갤러리를 마다하고 직접 작품을 옮기고 직접 설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래 전 그녀는 첫 번째 전시로 여자의 몸에 난 구멍을 중후한 흑백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번까지 20년 동안 두 번의 전시를 연 그녀는 3번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밝힐 수 없다는 그녀는 첫 번째 전시회 화두 ‘구멍’과 두 번째 전시회 ‘몸’이었다면 다음 전시회는 유추가 가능할 것이란다.
오는 5월 27일 오전 10시 북카페 ‘산새’ 1층에서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린다.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는 장숙 작가가 직접 본인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고 참석자들과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갖는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