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역사 담은 ‘한빛로드’ 발간, 지난 14일 기념행사 가져
나는 날개 접은 새였다.
황폐한 마음
황폐한 정신
부러지고 또 부러진 꿈
뒤집고 뒤집어도 척척했던 여정
그런데 너를 만났다
한빛회 너를 만났다
너는 천안의 선구자였다
-시인 이대우 ‘한빛회 30주년에 부쳐’ 시 중 |
지난 14일(토) 사단법인 한빛회가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축하케이크를 자르는 한빛회 및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
천안지역 장애인의 대표단체 (사)한빛회(공동대표 박광순·박노철)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4일(토) 오후5시, 북부상공회의소에서는 한빛회 30주년 기념행사가 치러졌다.
이 자리에는 주요기관, 단체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시·도의원, 장애당사자 및 가족들, 활동가, 후원자 등 300여 명 이상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30년의 세월을 되새기며 나름의 감회에 젖는가 하면 기쁨과 감동의 감정을 공유했다. 행사는 노래마당, 축시낭송, 공연마당, 이벤트 마당 등 다양한 행사로 2시간여에 걸쳐 다채롭게 진행됐다.
한빛회 30년사를 정리한 한빛로드를 소개하며 감회에 젖은 박광순 대표.
박광순 대표는 (사)한빛회 30년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한빛로드’를 소개하며 “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를 빠져나온 나비만이 푸른 하늘을 날아 오를 수 있고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다. 그 고치를 빠져나온 일곱색깔 이야기인 회원, 스포츠, 교육, 문화, 이동, 노동, 한빛소리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예쁘게 맞춰 이은 조각보로 탄생했다. 이 조각보를 만나며 가슴이 뛰고 뜨거워져 더불어 삶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빛로드’는 한빛회의 30주년을 맞아 지난 2009년10월부터 10여 차례가 넘는 회의와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하는 작업을 반복해 탄생한 책이다.
박 대표는 “한빛로드는 앞으로의 30년을 연결시키며 책임지고 지켜갈 사람들이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한빛 10년차부터 3년차 활동가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자기손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자료들을 들추고, 인터뷰하고, 간담회를 통해 부족한 자료들을 보완했다.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시간과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 함께하는 사람들로 만들어 졌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자립과 삶의질 이끌어 온 한빛회
한빛회는 지난 1981년 5월11일 천안지역 장애관련 문제에 대한 절실함으로 지역장애인 당사자가 모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나타내고자 하는 모임으로 출발했다.
한빛회는 교육, 이동, 직업을 통해 삶의 기본권을 회복하고 문화, 스포츠, 정책제안 등으로 자아실현과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해 당사자의 자립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한빛회는 장애인리더 양성,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 장애인 당사자성에 충실한 역량강화,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 확보에 한발씩 의미있는 행보를 내디뎌 왔다.
현재 회원지원센터, 한빛장애인평생교육센터, 천안시장애인보호작업장, 꽃밭사업단의 4분야로 구성돼 있는 한빛회는 장애회원이 168명, 후원회원이 667명, 정보지 ‘한빛소리’ 회원이 3050명에 달한다.
창립 초기부터 시작해 온 교육활동은 현재 한빛장애인학교와 장애인평생교육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직업활동은 장애인보호작업장과 사회적기업 꽃밭사업단의 운영으로 이어졌다. 체육활동에 대한 열정으로 국내최초의 장애인배구단 실업팀을 창단했고 현재 배구, 배드민턴, 보치아, 볼링, 수영 등 5종목 6개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장애인 무료셔틀버스 운영과 휄체어리프트창작차량 3대로 연간 1만여 건의 이동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노래 ‘사랑으로’를 열창하는 한빛회 관계자들.
앞으로의 한빛회는?
공자는 30세를 가리켜 확고하게 도덕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립(而立)’이라 했다. 장애인단체로 지역에서 30년의 세월을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한빛회의 의미를 웅변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빛회는 30년의 세월을 살아온 커다란 나무처럼 이제 그 넓고 푸근한 그늘을 천안지역 장애인들에게 내려주고 있다.
지난 3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 한빛회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진희 기자>
한빛회 30년에 부쳐라는 축시를 써주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시인 이대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