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훈련환경을 딛고···
사랑과 믿음이 만들어낸 한 편의 드라마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를 맞아 4강은 무난히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체선수가 없다보니까 결승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결승전 우승 후에도 선수들의 체력 상태는 좋아보였다.”
지난달 경남 김해에서 열린 ‘2011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서 여고부 우승을 차지한 온양한올고등학교(교장 박우승) 하키부 송해봉 감독의 말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올고 하키부는 성주여고와 2:1, 국제통상고와 1:0, 평택여고와 3:0, 김해여고와 3:1로 우승해 조1위로 4강에 진출했다. 또한 4강에서 만난 제천상고와 0:0 상황에서 연장전까지 갔으나 승부를 내지 못하고 승부치기에서 5:4로 우승해 결승전에 진출했으며 서울 송곡여고를 2:1로 물리치고 결승전에 진출한 김해여고와의 재결전에서 2:1로 우승해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연습경기에서는 전패, 실전에서는 ‘짠물 수비’로 승부
“3번의 겨울 전지훈련 후 지난 2월 김해여고와 성주여고를 상대로 연습경기를 가졌지만 결과는 전패였다. 이후 상위 4개팀과의 연습전에서도 비기거나 패배하는 등 이번 경기에서 우승에 대한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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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봉 감독은 이번 경기를 통해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
송해봉 감독의 말이다.
송 감독은 이번 대회의 우승비결을 ‘짠물 수비’에 두었다. 주장인 홍미라 선수가 골기퍼로서 선방을 했고 미드필드인 정 송 선수와 김소담 선수를 각각 센터하프와 나이트 빽으로 내려 수비를 탄탄하게 했다. 그 결과 한올고 하키부는 이번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의 예선전에서부터 결승전까지 단 3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송 감독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김해여고는 예선전과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들 엮시 공격보다는 수비를 탄탄하게 하는 바람에 서로 힘겨운 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물망처럼 연결된 수비를 뚫기 위해 짧은 패스보다는 장거리 패스를 이용한 속공을 때렸으며 두 번의 찬스를 모두 활용해 골로 연결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열악한 훈련 환경과 연습경기의 전패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이끌어낸 주장 홍미라 선수와 안선미, 왕은실, 최민희, 배유리, 백이슬, 정 송, 김소담, 이승주, 이주희, 오혜지, 백수애, 유국영 선수 등 13명의 아이들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2011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 우승’은 선수 개개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다가올 종별선수권대회와 중고연맹대회, 대통령기대회를 경험삼아 오는 10월 전국체전에서의 ‘우승’을 목표로 선수들을 지도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애들아! 사랑한다!
“비록 연습경기에서는 전패했으나 예선전을 한 두게임 치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국제통상고와의 경기에서는 우리팀 선수들이 다소 방심한 부분이 있어서 고비였지만 선수들의 마음을 흩트리지 않게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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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코치는 “믿음과 사랑이 하나가 됐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
온양한올고 하키부 이대휘 코치의 말이다.
이 코치는 10여 년간 아산중학교의 하키부 코치로 근무하다가 올해 한올고 하키부에 부임했다고 한다. 지난 10여 년간 어린 남자선수만을 상대하다가 어엿한 숙녀인 여자선수를 대하는 것은 그에게도 걱정거리였지만 더욱 부담스러웠던 것은 선수들과 4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으로 전국대회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되고 부담도 받았지만 그 돌파구를 온양한올고등학교의 ‘인사’인 ‘사랑’에서 찾을 수 있었다. ‘팀 분위기를 얼마만큼 이끌어 갈 것인가는 선수들을 얼마만큼 믿고,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가와 비례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비기고 패배하기만 했던 연습경기 이후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고 사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 임하며 ‘우승’이 아닌 ‘믿음·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출전했다고 한다.
“믿음과 사랑이 하나가 됐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것은 비단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값진 패배가 있듯 결과를 통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배울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로 다가올 전국체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우승’을 강요하지 않겠다. 다만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로의 희생이 팀을 성장시킨다. 자신이 희생하지 않으면 팀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사랑한다 얘들아’이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눈물바다
“경기에 출전하면서 우승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번 경기에 참여한 팀들 중 두팀은 너무 강해서 이기지 못할 것만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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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한올고 하키부 주장 홍미라 선수는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서 ‘여고부 최우수선수상’을 수여했다. |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홍미라(주장·3학년) 선수의 말이다. 홍 선수는 경기를 치르러 김해에 내려가면서 ‘4강에라도 올라갈 수 있을까?’, ‘골을 많이 먹으면 어떻게 하지?’, ‘아. 하기 싫다’ 등 걱정만 앞섰다고 한다.
“올해 첫 시합이니까 잘하고 싶었지만 ‘골을 먹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도 경기에 임하는 순간 팀의 주장으로서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이를 ‘꽉’ 물고 제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하나, 하나 막아냈어요. 특히 예선전을 치를 때 국제통상고와 0:0 상황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후반전에 이슬이가 결승골을 터뜨려 팀이 승리할 수 있었어요. 그 경기가 결승전보다 더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어 홍 선수는 “경기가 끝날 때 마다 선수들끼리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뤘어요. 승리에 대한 기쁨도 기쁨이었지만 선수 모두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고 서로를 격려하는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홍 선수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기쁨을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한올고까지의 거리퍼레이드를 통해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많은 관계자들에게 감사했다.
“높으신 분들이 많이 와서 선수 개개인과 악수를 해줬어요. ‘우승을 하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고적대가 앞장서서 학교까지 저희를 데려다 주는데 많은 시민분들이 저희를 축하해 줬어요. 저희가 꼭 멋진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다가오는 전국체전에서도 꼭 우승해서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맛보게 해주고 싶어요. 이번에는 한 골도 먹지 않을 생각이에요.”
한올고 하키부, 너무 자랑스러워요
“한올고 하키부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연습경기에서는 줄 곳 지기만 했었는데 예선전을 조 1위로 통과하고 결승전에서는 홈팀 텃세를 보인 김해여고에 2대1로 당당히 승리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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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한올고 하키부 백이슬 선수는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서 ‘여고부 득점상’을 수여했다. |
2011년 전국춘계남여하키대회에서 득점상을 수여한 백이슬(2학년) 선수의 말이다.
백 선수는 경기를 치르면서 같은 팀의 실책으로 다리에 공을 맞은 후 잠시 경기장을 떠났다가 다시 합류해 팀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한올고 하키부가 올린 12골의 득점 중 9골은 백 선수의 스틱 끝에서 나온 것이라 주최측으로부터 ‘여고부 MVP상’을 받은 것이다.
“제가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뒤에서 저를 받쳐주는 언니들과 친구, 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골을 100개 1000개를 넣었다고 해도, 101개 1001개의 골을 먹었다면 우리팀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었겠죠. 이번 경기에서 득점상을 받은 것은 제가 받은 것이 아니라 한올고 하키부가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키의 명가, 온양한올고 하키부는···
온양한올고 하키부는 1975년 13명의 선수로 창단식을 가졌다.
창단 이후 수 많은 적국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올고 하키부는 1981년 이미옥 선수와 임계옥 선수 등 9명의 선수가 한국여자 하키 국가대표에 선발되기도 했다.
한올고 출신의 하키 국가대표선수로는 이미옥 하키 국제심판과 임계숙 세계하키여왕, 김성자, 이은정, 한만희, 최영자, 조규자, 유인희, 양혜숙, 김형순, 신미경, 김미선, 김종은, 유정미, 홍유진 등이 있다.
역대 전적으로는 1980년 전국춘계하키대회 3위와 1983년 전국종별하키선수권대회 우승, 1985년 전국대회 우승, 1991년 체육청소년부장관기하키대회 우승, 1994년 전국춘계하키대회 우승, 2001년과 2006년 문화관광부장관기전국하키대회 우승, 2006년 대통령기전국하키대회 우승, 2007년 전국춘계하키대회 우승 및 전국체육대회 우승, 2011년 전국춘계하키대회 우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