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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한 학교서 하루아침에 해고라니…”

교육청 앞 1인 시위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고명숙 씨의 눈물

등록일 2011년04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시민사회단체, 비정규직 인사폐해 관련 성토

지난 11일(월) 오전 11시, 천안교육지원청 앞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충남만들기 운동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 준비위원회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저는 사무업무보조로 월봉초등학교에서 10년째 근무했던 학교회계직원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 학교장에 의해 일방적 해고를 당했습니다. 교장과 교육청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사례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14일자로 10년간 일해 온 직장에서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 고명숙(44)씨는 지금도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녀는 월봉초(교장 김정숙)의 불법적인 근로지시와 직명변경에도 불구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왔는데 이제 와 해당업무의 소멸 및 인건비를 사유로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며 월봉초의 부당해고 행위를 온몸으로 고발하는 중이다.

학교사정에 따른 ‘직명변경’

모든 학생의 전입과 전출에 관한 업무, 우편물 수령 및 분리, 우유비 및 급식비, 방과후학교 활동비, 수학여행비, 졸업앨범비, 수련활동비, 현장학습비, 준거집단 활동비 등 각종 수익자 부담경비를 포함한 세입업무와 민원업무.
지난 2002년 3월, 천안월봉초 행정실의 급식사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그녀가 해고 직전까지 해 왔던 일이다.

10년 동안 고명숙씨가 해 온 일은 똑같았지만 ‘예산상의 이유’ 때문에 그녀의 직명은 2005년 급식사무원에서 조리종사원으로 바뀌었다. 규모가 큰 일선학교의 경우 ‘학교회계직원’들은 업무량에 따라 직명에 관계없이 교장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현재 일선 초등학교 학교회계직의 급여체계를 보면 ▶조리종사원은 245일 ▶과학조교, 특수학급 조교 등은 275일 ▶급식사무원은 365일을 기본 근무일로 정해 급여를 산출한다.
급식사무원으로 입사해 학교형편에 따라 명목만 ‘조리종사원’으로 돼 있던 고씨의 경우, 245일에 대해서는 조리종사원으로 급여를 계산하고 나머지 120일은 세입자 부담경비로 급식 운영비 중 일부를 떼어내 급식사무원의 급여를 맞춰왔다. 규정에 부합되지 않는 근로지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무상급식이 전면 시행되면서 명목상 ‘조리종사원’인 그녀는 절대적인 고용위기를 맞게 됐다.
‘조리종사원’인 그녀에게 ‘급식사무원’의 급여를 맞춰줄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학교측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상황”

학교장은 업무량의 변화, 사업의 종료, 예산 감축 등의 이유로 실질적으로 행정실 근무자였던 그녀의 업무분장을 인원이 모두 차 있는 급식실 조리종사원으로 내 버렸다.

2009년 부임한 김정숙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힘들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세한 사항은 도교육청 급식담당에게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결국 고씨는 공식적인 인사지시나 명령없이 3월13일자로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 

고명숙씨는 “B초, S초등학교 등의 경우에도 월봉초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모두 적절한 고용승계를 배려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해고와 관련해 구체적인 면담의 기회도 갖지 못했고 학교 측의 노력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10년 동안 일해 온 학교인데 그 부분이 너무나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학교편의에 의해 쓰여지던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거취는 10년의 경력과 무관하게 이렇게 쉽게 결정나고 말았다.

월봉초는 규정상 어쩔수 없는 상황이란 입장이다.

“비정규직 인사폐해의 전형적 사례”

지난 11일(월) 오전 11시, 천안교육지원청 앞에서는 비정규직 없는 충남만들기 운동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 준비위원회 등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학교비정규직의 일방적 해고철회와 천안교육청의 책임있는 해결촉구를 위해 마련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정원영 본부장을 비롯해 천안여성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등 2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번 일을 두고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근무여건 개선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행되는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인사규정의 폐해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못박았다.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부당 해고 통지 철회 ▶관내 학교비정규직 해고 사태 책임 해결 ▶김종성 교육감과 충남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하고 학교 비정규직 직접고용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없는 충남만들기 운동본부는 “학교비정규직에 대해 부당한 대우와 일방적 해고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 조직사업에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만일 조속한 시일 안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충남도교육청에게 책임을 묻고 교육의원 면담, 시교육지원청과 도교육청, 더 나아가 교육과학기술부로 이 문제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진희 기자>

천안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고명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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