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 보소. 키는 훤칠하고 어깨는 나긋나긋 버들허리가 잘룸한 여자하나가 청을 어루만지며 달래는데, 눈썹은 구름이요 눈알은 명월이요. 입술은 앵두꽃에 진주알 이빨이 조르르한 입을 방긋거리며 청을 타이르는가 보는데.”
모두가 퇴근한 늦은 저녁, 아산시청 시민홀에서는 때 아닌 판소리와 사설조가 섞인 창이 들려왔다.
극단 ‘아산’ 단원들이 오는 30일 아산시 평생학습관에서 개최하는 ‘제29회 충청남도연극제’를 맞이해 한창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연극제는 오는 6월 강원도 원주시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에 충청남도를 대표할 연극팀을 선발하는 대회이며 (사)한국연극협회아산지부는 지역시민에게 ‘연극’을 널리 알리고자 이번 대회를 아산시에서 개최한다.
“‘연극’은 맛있는 ‘음식’이다. 한 번 맛보면 또 먹고 싶어지는 훌륭한 음식이지만 그 음식을 관객의 입에 넣어주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충남연극제가 아산시민에게 지역문화인의 ‘연극’을 알리는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연극제에서 극단 아산의 연출을 맡은 최기선 연출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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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선(41·‘달아 달아 밝은 달아’ 연출) |
그는 연극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연극 전도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연극은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바로 앞에서 연기하는 실제 배우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감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또한 배우와 관객 간에 공유 할 수 있는 감정이 깊어서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그런 이유로 ‘연극을 한 번 접해본 관객이라면 또다시 연극을 찾는다’는 것이다.
“연극은 연기와 연극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점유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러 극장을 가듯 부담 갖지 말고 연극을 접해야 한다. 재미난 부분에서는 웃고 신나는 부분에서는 박수치며 슬픈 부분에서는 함께 울면 되듯이 연기자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을 때 연극이 훨씬 재미있어 진다.”
아산시민들이 수시로 연극을 접할 수 있는 지역문화를 꿈꾸는 그는 지역시민들에게 연극이라는 음식의 ‘맛’을 권유했다.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우는, 우리네 인생과도 같은 연극이라는 훌륭한 음식을 두고 그가 아산시민에게 초대장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