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구제역·AI가 사실상 종식된 가운데 방역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향후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진행됐다.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구제역·AI가 사실상 종식됐다. 이러한 가운데 방역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천안시, 축산발전협의회는 지난 14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시의원, 공무원, 축산관련기관·단체, 축산농가 대표 등 40여명이 참석, 친환경축산발전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구제역과 AI발생에 따른 피해 및 현황, 재발방지책, 친환경 축산업을 지속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개편하기 위한 새로운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또한 방역살처분 매몰지 관리, 축산농가 재기를 위한 지원대책, 친환경 축산단지 조성을 비롯한 가축시장, 도축장, 사료공급, 동물약품 공급자 등 상시예비방역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축산·농정 분리 필요
전종한 시의원은 ‘구제역 방역문제점 개선방향’과 관련, 부서 효율성을 위해서는 현재 두 개 구청을 설치하면서 기형적으로 통합된 축산과, 농정과 분리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천안시가 시설관리공단을 추진하면서 필연적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는 만큼 이번 기회에 축산과 농정을 분리, 유사시 구제역과 같은 질병을 전담하고, 전문화를 통해 미래 농업에 대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 의원은 “통합방역메뉴얼이 있지만 지역과 현실에 맞는 상세한 방역체계가 미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문영 천안축산업협동조합장은 개별 축산농가의 방역활동도 필요하지만 축산농가를 출입하는 모든 차량의 방역의무화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정 조합장은 전국적으로 확산된 구제역이 분뇨수거차, 사료운송차, 약품배달운송차, 수정차량 등 이동차량에 의해 확산된 사실을 볼 때 모든 차량들에 대한 방역시스템을 의무화 하는 법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 조합장은 “권역별 사료생산 및 소비를 통해 도경계를 넘지 않아야 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막을 수 있다”며 “불가피한 경우는 도 경계에 환적장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동방역 중요성 강조
천안시농업경영인연합회 김연응 회장은 구제역 발생에 따른 철저한 초동방역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김연응 회장은 “구제역 발생 초기 문백 오창에서 넘어오는 차량에 대해 소독하지 않았다”며 “오고가는 차량을 함께 소독이 이뤄졌다면 병천지역 돼지농가가 전멸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덕현 양돈협회 천안시지부장도 초동방역에 대한 문제를 거론했다.
조덕현 천안시지부장은 “구제역 발병 이후 수습과정에서 초기대응이 실패했다”며 “이제는 잘못을 따지기보다 향후 재발방지와 재발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도로에 위치한 방역초소 보다 축산농가에 대한 집중방역으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박현희 천안농민회장은 축산업의 기업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공장이 청정을 위해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듯 축산업이 기르는 것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농장별 방역시스템, 사료, 수정, 분뇨 등 이와 관련된 산업도 방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고쳐야 한다”며 “반복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축산관련 시설의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발생농가 후속대책 시급
이번 토론회는 구제역으로 피해가 발생한 축산농가에 대한 후속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박치형 한우협회 천안시부장은 구제역으로 재앙 수준의 피해가 발생했고 특히 한우는 구제역 발생전 ㎏ 당 1만1000원 하던 가격이 현재 7500원으로 폭락했다며 일부농가는 망하기 직전이라고 설명했다.
박지형 천안시부장은 “구제역 여파로 소비가 위축, 실질적으로 천안에서 한우를 매입할 수 있는 학교급식조차도 소비하지 않고 있다”며 “육류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종수 천안공주낙농축업협동조합장은 젖소농 피해도 크다고 밝혔다. 장 조합장은 5~7년 우유생산을 위해 키웠는데 보상은 현시가로 받는다며 현실에 맞는 보상기준이 책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덕현 양돈협회 천안시지부장은 양돈농가가 오는 6월 재입식을 한다 해도 이미 선지급된 살처분 보상비는 사료값으로 소비했고 후보돈 가격이 너무 올라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축산농가들이 하루빨리 재건하기 위해서는 생계안정자금, 보상비 지급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친환경 축산업 조성
김응원 농가대표는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서는 가축 건강상태가 중요하고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응원 농가대표는 생물소독제와 같은 친환경적인 미생물을 활용해 축사전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문영 천안축산업협동조합장은 무항생제 사료법개선에 따른 미생물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조합장은 “실제 미생물을 활용한 사료를 먹인 가축은 면역력이 강화돼,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농가, 지자체, 조합 등 함께 예산확보를 통해 미생물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학 의원은 구제역·AI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 매몰지가 86개소에 달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철저한 매몰지 관리와 함께 살처분 가축 처리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소요경비를 감안해, 열처리, 소각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가축처리를 통해 환경문제를 최소화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인식 축산발전협의회장은 이번 토론회가 다시는 구제역과 같은 질병과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다양한 논의와 친환경적인 건강한 축사를 조성하고, 윤택한 농촌경제를 이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토론회 의견을 취합 중장정부에 건의해 축산농가, 관련조합 및 단체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열악한 축산업 환경이 질병 불러
천안시는 토론회에 앞서 지금까지 구제역·AI 방역대책 추진경과를 보고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발표한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시는 방역대책 추진경과 발표에서 방역체계 문제점과 관련 발생초기에 강력한 초동 대응체계가 미흡했고, 농장을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 물품에 대해 실효성 있는 방역활동이 미진했다고 평가했다.
시는 올해 겨울 유례없는 강추위로 바이러스 생존기간이 길어지고 소독 등 방역효과의 저하, 밀식사육 등 열악한 축산업 환경이 질병에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시는 가축질병 방역체계 해결방안으로 질병 발생초기 확산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응체계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초등대응팀의 신속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살처분 및 소독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는 가축 질병을 1차적으로 막아내는 것은 농장단위별 차단방역이 중요함에 따라 축산농장을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탑승자에 대한 소독 및 기록관리를 의무화 할 예정이다.
아울러 축산농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에 의한 가축질병 전염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외국인 근로자 고용시 신고 및 예방교육과 소독을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중앙정부가 백신접종 청정국 지위획득을 목표로 예방접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른 백신전문 연구센터 설립과 국내 백신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축산업 선진화기반 구축을 위해 오는 2012년 축산업 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재입식 농가 차단방역시설 설치비를 우선배정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을 벌인다고 밝혔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