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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등학교 설립’ 시민이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때

지역의 기업체와 연계한 인재육성 필요

등록일 2011년04월1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시에 특성화고등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산시는 우수학생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큰 성과를 이뤘지만 그에 반해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떠나는 학생들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부는 2015년까지 직업교육선진화를 위해 전문계고 체제개편을 통해 종합고등학교를 일반계고등학교로 변경해 특성화고등학교를 전문화한다는 방침이어서 둔포고등학교와 온양한올고등학교의 전문계고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에는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지만 아산시에는 이들 기업과 연계한 특성화고등학교가 없어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입시경쟁 2:1의 호응을 보이던 둔포고등학교 정보처리과가 사라질 전망이다.

 

전문계고·특성화고를 찾아 떠나는 학생들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아산을 떠나는 학생 수가 2009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산교육지원청에 따르면 2009학년도에는 천안 61명, 예산 55명, 공주 6명, 당진 2명 등 총 124명의 학생이 아산을 떠났지만 2010년도에는 천안 98명, 예산 89명, 공주 16명, 당진 8명 등 총 211명의 학생이, 2011학년도에는 천안 90명, 예산 108명, 공주 21명, 당진 13명 등 총 232명의 학생이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온양여고와 온양한올고는 각각 380명과 342명이 지원해 정원 마감했지만 올해는 예산정보미디어고에 39명, 천안여상에 21명이 지원해 온양여고와 온양한올고에 미달현상이 생겼다.

아산교육청 이회종 장학사는 “2011년부터 적용된 특성화고 등록금 전액면제 제도와 진로문제로 학생들이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계층에서 ‘특성화고등학교 설립’ 주장해

“희망했던 학교의 전문계를 졸업하면 취업도 잘되고 대학 진학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들었는데 아이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1차로 지원했던 학교에서 떨어졌어요. 예산에 있는 학교까지 등·하교 시킬 수가 없어서 아산에 있는 인문계고로 진학했지만 공부에는 큰 소질이 없는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A고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K씨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K씨는 성적이 좋지 못한 자녀가 아산에 있는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다고 얘기했다.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을 생각했어요. 삼성전자에 취직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러나 지난해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1차에서 떨어지고 나니까 마땅히 선택할 수 있는 학교가 없었어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서인지 아이의 인생이 걸린 첫 발걸음이 무겁게만 보여요. 앞으로는 아산시에도 다양한 교육의 장이 마련돼 아이들이 진로를 결정할 때 선택의 폭을 넓혀줬으면 좋겠어요.”

또한 아산시민모임 김지훈 사무국장은 고등학교가 대학진학의 과정으로서 인식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은 “대학을 진학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좋은 직장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산에는 좋은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있다. 그러나 현재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문계고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일반적인 회계나 경리업무에 국한돼 있다”며 “지역실정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지역에 있는 기업체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파악해 학생들에게 그와 관련된 교육을 펼칠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가 설립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돼야 할 점은 외고나 과학고와 같은 학교는 환영하면서 공고와 같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환영하지 않는 시민의식의 변화다.아산의 학생이 아산에 있는 학교를 졸업하고 아산에 있는 기업체에 취직해 지역경제활동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남수 아산시의원은 우수학생뿐 아니라 전문계고 진학 학생들도 아산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2011학년도 아산시 고등학교 지원현황을 살펴보면 관내 고등학교 지원은 83.8%이며 천안지역은 8.6%, 공주지역은 1.6%, 예산지역은 4.3%, 기타지역 1.4%, 미진학 0.3%로 집계됐다”며 “아산에는 종합고등학교는 있지만 보다 전문화된 전문계고등학교 즉 특성화고등학교는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학생 개인이 갖고 있는 적성과 능력을 전문적으로 교육시켜줄 대안학교가 필요하며 지역의 기업체와 연계한 취업프로그램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공부에 있어서 모두 일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공부에 목적을 두는 사람과 산업계 쪽으로 목적을 두는 사람을 각각 존중하고 인정을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지역의 여건상 자신의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인문계로 진학해서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눈치만 보게 하는 것 보다 학생 개개인이 실직적인 꿈을 꿀 수 있도록 시민이 뜻을 모아 도와줘야 한다”고 전했다.

둔포·한올고 전문계 없어질 수도 있어

‘특성화고등학교 설립’ 시민의 힘이 모인다면 가능

 

2011학년도 둔포고등학교 정보처리과 신입생, 마지막 정보처리과가 될 수도···

줄 곳 입시경쟁 2:1의 호응을 보이던 둔포고등학교 정보처리과가 사라질 전망이다.

둔포고등학교에 따르면 1997년 개설된 정보처리과는 당시 6개 반을 운영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상업활동 전반에 관한 지식과 기능습득을 목표로 하는 정보처리과는 상업경제와 회계원리, 전자계산일반, 전자계산 실무, 자료처리, 컴퓨터 그래픽 등의 교과를 배운다. 또한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활용능력, 전산회계운용사, 전자상거래관리사·운용사, 정보처리기능사,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3학년에 한해 년 1회 실기시험만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전문계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많아져 졸업 후 취업하는 학생 수 는 점차 줄어들었으며 취업과 진학을 포기한 학생도 생겨났다고 한다.

상업활동 전반에 관한 지식과 기능습득을 목표로 하는 정보처리과는 상업경제와 회계원리, 전자계산일반, 전자계산 실무, 자료처리, 컴퓨터 그래픽 등의 교과를 배운다.

둔포고는 2009년 24명의 졸업생 중 1명이 취업했으며 진학 16명, 취업·진학 제외자 7명의 결과를 보였다. 또한 2010년 21명의 졸업생 중 6명은 취업하고 13명은 진학, 2명은 취업·진학 제외자를 나타냈으며 2011년 24명의 졸업생 중 7명이 취업하고 진학 9명, 취업·진학 제외자 8명을 나타냈다.

한편 둔포중학교에서 70~80%의 학생이 진학하는 둔포고는 둔포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4월1일부터 10일까지 ‘공업계 및 마이스터고 전환에 관한 설문조사’를 펼쳤다. 설문 결과 학부모 46명 중 59%와 학생 88명 중 69%가 공업계 및 마이스터고 전환에 반대했다.

둔포고 황정섭 교장은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로 전환하면 좋은 점도 있지만 지역에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적 등의 이유로 외지 학생들에게 밀려 다른 지역으로 진학해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학생·학부모가 반대한 것 같다”며 “2015년까지 종합고등학교를 일반계고등학교로 변경한다는 정부 정책에 맞춰 오는 29일 충청남도 교육청에 학과개편을 신청해 2012학년도부터는 일반계고로 개편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온양한올고 전문계, 정부 정책 앞에 사라지나?

천안여상보다 합격선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온양한올고 전문계가 정부의 정책 앞에서 존폐의 고민에 쌓였다.

온양한올고등학교 전문계는 2009학년도 161명의 졸업생 중 진학을 희망한 학생의 96.7%가 진학에 성공했으며 취업을 희망한 학생 중 84.5%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이 됐다. 또한 2010학년도 75명의 졸업생은 진학률 89.7%와 취업률 100%의 성과를 이뤘으며 2011학년도 73명의 졸업생은 100% 진학률과 95.2%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올고는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계고 체제개편’으로 전문계 운영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

한올고 박준호 교감은 “한올고 전문계 학생들은 삼성반도체·LCD·모바일와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LG전자, 하나마이크론 등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모기업에 취직한 졸업생들에 따르면 초봉이 연 2400만원에 이르며 성과금까지 합하면 연 3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수여한다”며 “정부 정책으로 2015학년도에는 전문계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한올고 안에 전문계고 학교를 설립해 운영해 갈 수 있는 방향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1학년에 재학 중인 백찬미 학생은 “전문계고가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고입 당시 저와 비슷한 내신·성적의 친구는 모 인문계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 했어요”라며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는 취업부터 먼저 할 생각이에요. 지금은 취직하고 싶은 직장을 뚜렷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들과 언니들의 도움으로 조만간 이루고 싶은 꿈을 설정할 생각이에요. 졸업할 때 원하는 직장에 취업도 하고 취업 후에는 담당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대학 공부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천안여상보다 합격선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온양한올고 전문계의 2011학년도 73명의 졸업생은 100% 진학률과 95.2%의 취업률을 나타냈다.

김종성 교육감에게 긍정적 답변 얻어

이기철 충남도의원이 김종성 교육감에게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3년 전부터 아산시에 ‘마이스터 고등학교 설립’을 주장했던 이 의원은 지난 3월 도정?교육행정질문에서 김종성 교육감에게 ‘둔포고등학교를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개편하는 것이 어려우면 아산지역의 지역기업체와 연계될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따로 설립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질의했으며 김 교육감은 ‘아산시와 협의 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철 충남도의원은 3년 전 삼성전자 LCD를 찾아가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에 지역의 젊은 일꾼들이 하나도 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 기업한테 필요한 교육을 시켜 달라’는 답변을 받은 후 지금까지 아산시에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유치하고자 힘써왔다.

이 의원은 3년 전 삼성전자 LCD를 찾아가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에 지역의 젊은 일꾼들이 하나도 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우리 기업한테 필요한 교육을 시켜 달라’는 답변을 받은 후 지금까지 아산시에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유치하고자 힘써왔다.

이 의원은 “지금 아산에는 중학교 학생들이 약 9600여 명이 되는데 고등학교 학생들은 중학교 학생들보다 1800여 명이 적다. 그것을 분석을 해보면 고등학교 한 개 학년이 중학교 학생들보다 600여 명씩이 적다는 얘기이며 이는 고등학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학생 개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역을 떠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 아이들을 우리 지역에서 수용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3년 전 삼성전자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회사에 필요한 교육을 시켜주면 지역할당제를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교육 수요자도 있고 기업체도 있는데 학교가 없다. 빠른시일내에 아산의 특성화고등학교가 설립돼 지역의 교육과 경제가 동시에 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추진할 때

“현재 아산시에는 마이스터고등학교에 대한 희망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지역 특성을 활용한 특성화고등학교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며, 아산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충청남도교육청 창의인재육성과 이진구 장학사 말이다.

이 장학사에 따르면 아산지역은 충남교육청에 특성화고등학교 설립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정식으로 요구한 적이 없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2015학년도를 기점으로 종합고등학교를 일반계고등학교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선 취업 후 진학 중심의 특성화고등학교는 남겨두겠다는 방침이어서 둔포·한올고등학교 전문계의 향후 거취에 대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장학사는 “특성화고등학교를 설립하는데 총 500여(대략) 원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아산시에서 학교 부지를 지원해줄 경우 건물과 시설투자 등 300여 원의 비용으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아산지역에서는 매년 마다 특성화고를 찾아 떠나는 200여 명의 학생이 있으며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또한 둔포·한올고의 전문계 마저 없어진다면 300여 명의 아산시 학생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아산에는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튼튼한 중소기업들이 자리하고 있음으로 그와 관련한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명품 교육도시, 과연 명품 인재육성이 대학진학에만 맞춰진 것일까?

지역에서 자라고 공부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명품 교육도시의 일환이지 않을까?

이제는 아산시민 모두가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때 이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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