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경전철이 지식경제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 상정에서 또 다시 제외, 사업무산 위기가 찾아왔다. 사진은 천안경전철 노선도.
천안경전철 사업이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서 또 다시 제외, 사업추진이 불투명하게 됐다. 특히 민간투자심의위원회(민간투심) 상정 보류 이유가 부진한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사업과 맞물려 천안경전철, 국제비즈니스파크 두 사업 모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천안시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천안경전철 제3자 사업 참여 공고를 위한 민간투자건이 지난달 28일 열린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심의안건 확정회의에서 상정보류키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천안경전철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심의 상정안건에서 제외된 바 있다.
상정보류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국제비즈니스파크는 천안경전철이 횡단하는 주요 노선으로 수요, 경제성, 사업성에 영향을 주고 있어 국제비즈니스파크의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 될 때까지 상정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지경부가 밝힌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 천안시는 자본금 증자, 1차토지보상금지급을 거쳐 도시개발구역지정신청을 상정기준으로 보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천안경전철 건설로 국제비즈니스파크사업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지경부에 강조, 경전철이 하루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파크에 발목 잡힌 경전철
지식경제부는 결국 국제비즈니스파크 사업추진에 성과에 따라 경전철을 민간투 심의에 상정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국제비즈니스파크는 500억 증자 불발로 1차 토지보상은 물론 도시개발구역지정신청 기준인 토지사용동의율 66%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제비즈니스파크 주관사 헤르메카는 지난 3월11일 500억 증자청약 마감결과 20개 업체 중 12개사가 참여해 모두 320억원을 납부, 자본금 확보 목표치의 64%에 그쳤다.
헤르메카는 앞서 지난 1월 20일부터 21일까지 500억원 증자를 시도했지만 일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과 자금사정의 이유로 불발된 후 청약 기일을 연기한바 있다. 연기된 증자계획마저 실패함에 따라 토지주 보상, 프로젝트파이넨싱(PF)계획이 지연, 결국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천안시와 헤르메카는 현대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등 8개 미 참여 업체에 대해 부정당업체(관급공사에서 제외)로 제제하고, 보증보험에 이행보증금 140억원을 납부하도록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헤르메카는 사업성, 분양 리스크를 사업계획에 반영, 계획서를 보완해 5월 중 이사회를 개최하고, 자본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주주사를 최대한 설득해 부족분 34%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5월 중 마지막 자본증자 시도가 불발될 경우 더 이상 헤르메카 이름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다른 방식의 도시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 경전철 최선일까?
천안경전철의 또 다른 복병은 정부가 지자체의 무분별한 경전철사업에 제동을 걸기위해 사업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결정이다.
정부는 지난 달 11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경전철 사업의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전철 도입 인구 기준을 현재의 50만명에서 70만~100만명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기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준안과 사업추진경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천안경전철이 기준안 가이드라인에 해당할 경우 사업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천안경전철에 대한 사업성, 사업비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천안시는 천안경전철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적격성, 경제성 등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09년 9월 도시철도기본계획 고시, 2010년 8월 국토해양부장관 고시가 있었다며 착공전까지 60%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시는 KDI 타당성 조사를 통해 천안경전철이 하루 7만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총사업비 4278억원 중 민자 60%, 국비 12%, 지방비 8%, 분담금 20%로 시는 342억원의 사업비만 소요, 경전철이 개통된 후 손실비용에 대해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폐지에 따라 시가 전혀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천안아산경실련은 다른 이견을 보였다. 천안아산경실련은 KDI 타당성 용역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천안아산경실련은 국무총리실 자료를 근거로 용인 경전철의 사례를 들어 인구 78만명의 용인시가 처음 경전철 하루 수요를 14만6000명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일일 3만2000명에 그쳐, 적자폭이 연간 8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과연 용인시 보다 인구가 적은 56만의 천안이 하루 7만여명의 수요가 발생할 지 의문이라는 것.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시가 지출하는 비용이 342억원이라고 밝혔지만 토지보상비 203억원과 아산신도시사업과 국제비즈니스파크로 거둬들일 분담금 855억원도 분양가에 부담으로 작용, 간접지출비용”이라며 “경전철 건설에만 천안시가 1400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 사무국장은 “부산, 김해, 용인, 의정부 등에서 경전철을 운영하고 있지만 흑자운영을 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며 “최악의 경우 참여한 민간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천안시가 이를 고스란히 떠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아산경실련은 4월 말 천안경전철과 관련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토론회를 준비 중에 있다.
천안경전철은 민간투자방식으로 4278억원이 투입돼 2016년까지 KTX 천안아산역~천안시청~시외버스터미널 12.3㎞ 구간에 10개 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