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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외로움과 홀로 싸우는 초로의 한길씨

“다시 일어서고 세상에 나서고 싶어”

등록일 2011년03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한길씨(가명, 49, 천안청수동) “이북출신 이셨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9살 때부터 객지생활을 했다고 해야겠죠. 아주 어려서부터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배관일, 견인차, 도배 등 살기위해 안 한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손을 다치고 암까지 생기면서 지금은…”

창밖은 꽃샘추위로 냉랭했지만 문을 닫아놓은 그의 작은 아파트 베란다에는 제법 따뜻한 햇살이 고요히 머물고 있었다.
기자를 맞은 김씨의 침대 한 켠에는 방금 치워놓은 듯한 책들이 눈에 띄었다.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으면 책을 읽는 것이 그의 소소한 일상중 중요한 일부라고 한다.

혈소판 부족으로 종양제거 어려워

그에게서 간암이 발견된 것은 작년 3월경이다.
술을 즐겨하던 그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술을 끊은지 3~4개월인가 만에 발견된 우환이다. 신속하고 말끔하게 제거 수술을 하면 좋겠는데 설상가상으로 혈소판과 백혈구가 부족한 그는 큰 수술이 불가하다.

병원에서는 그를 치료하기 위해 사타구니 쪽으로 관을 넣어 간암세포가 있는 쪽의 혈관을 막는다. 그리고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를 자연사 시키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 지금껏 매월 한번씩은 서울에 올라가 CT촬영등 관련 검사를 받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암세포가 발견된 3번을 이런 식으로 치료받았다. 

“2007년 경 도배일을 했었는데 목수들이 쓰는 자동톱에 손가락 2개와 손바닥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었어요. 당시 회사측에서는 산재처리하면 회사에 부담이 되니 퇴원하면 손해배상 등 공상처리를 해준다 그러더라고요. 세 번이나 접합수술을 하고 그 과정에서 그나마 모아놓았던 돈을 다 써버렸죠. 그런데 막상 퇴원하니 회사는 망한 상태고 나 몰라라 하는 겁니다. 이후 이렇게 큰 병까지 걸리고 치료도 어렵다보니 상황이 이정도로 악화 됐네요.”조용하게 자조하는 그에게는 돌아갈 고향도 의지할 가족도 없다. 

그에게 지금 남아있는 것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인 외로움과 회한들뿐이다.

무력한 상태서 남는 것은 응어리 뿐

89년 결혼한 그는 아기가 백일이 안 된 상황에서 전처와 이혼한 경력이 있다.
유별난 장모님과 억척스럽던 그와의 갈등이 빚은 결과다. 장모는 그 시절에 8번이나 결혼하고 이혼한 흔치않은 이력을 가지셨던 분이라고 한다.
한길씨의 말에 따르면 “남편을 남편으로, 사위를 사위로 보지 않고 그저 휘어잡고 주무르고 뽑아내는” 대상으로 여겼다고.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둘 사이의 감정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듯 했다.

말못한 사연을 겪은 그는 견인차 조수석에 아이를 뉘이고 10여 년을 길렀다.
예전에는 일을 하고 돌아오면 그 아들녀석이 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심적인 안정을 주곤 했었는데 이제 그런 아들마저 18년을 연락하지 않던 전처에게 맡긴 상황.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력한 상태에서 어렵게어렵게 키운 아들을 결국 전처에게 부탁하며 편지를 쓰고 맡긴 과정은 그의 가슴에 풀리지 않는 응어리로 남아있다.
 
몸만 좋아진다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그가 현재 지원받는 수급비는 총 41만원 정도다. 이중 13만원정도는 지금 살고 있는 15평 임대아파트의 융자이자와 집세로 지출된다. 간이 불편하다보니 피곤하고 무기력한 것이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 가장 어려운 것은 하루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것. 암환자인 만큼 식단을 더 챙겨야 하는데 거친 일을 해오던 남자가 혼자 제때에 알맞게 밥을 챙겨먹는 게 보통일이 아니라고.

다만 얼마 전 배우기 시작한 장구와 새로운 인간관계는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
그가 외출하는 것은 병원에 가는 것을 제외하곤 장구를 배우러 갈 때와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가는 것이 전부다. 무학이었던 그는 어려운 와중에도 중등?고등검정고시를 치르고 방송통신대학에도 입학하는 등 배움에 늘 목말라 했었다.

“몸이 좀 좋아진다면 새로 일도 시작하고 도움주신 많은 분들께 보답하고 싶어요. 또 새로운 인간관계도 만들고 싶고요.”
몸을 추스르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싶어하는 그에게서는 차분하지만 다부진 의지가 느껴진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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