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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에 사라진 남창마을 산신당

마을역사 문화 보존위한 노력 필요

등록일 2011년03월2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성거읍 남창마을 주민들일 마을 안녕과 주민 건강을 기원하며 산신제를 올렸던 산신당이 지난해 말 중장비에 의해 철거됐다.

수백년 동안 마을의 안녕과 주민 건강을 기원했던 장소인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 산신당이 지난해 말 사라졌다. 오랜 마을역사와 추억을 간직한 산신당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6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남창마을 산신당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산신당이 자리한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 남창마을은 동쪽으로 해발 578m인 성거산이 위치해 있으며 고려시대 직산현으로 직산구읍으로부터 남쪽 15리에 위치해 있는 마을이다. 백제시대에는 시사현이라 칭하였고 당시 삼국이 정립해 전화가 끊일 새가 없을 때 시사현이 백제 북방의 군사요충지로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를 지어 이곳 창고 이름을 고을 남쪽에 있다해 남창리라 칭하였다. 조선시대 직산현 이남면 남창리로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남창리와 송담리를 병합해 송남 1,2구로 분구, 1995년 시군이 통합해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로 불리우게 됐다. 현재 70호 200여명의 주민이 남창마을에 살고 있다.

매년 초사흘에 진행되는 남창마을 산신제는 20대에서 60대 사이의 마을 남자 중 제관과 함께 재관을 보조하는 측관을 선정하고 제관과 측관을 뒷받침하는 사람을 뽑는다. 산신제에 오를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 한다는 차원에서 산신제가 열리는 며칠동안 음식도 가려먹고 이성과의 접촉은 애써 멀리한다.

예전에는 마을 어귀부터 지게에 음식을 싣고 마을 뒤편 성거산자락으로 향했지만 지금은 그나마 소형 트랙터로 야산 중턱 웬만한 경사는 무난히 올라 제관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산신당에 오른 이들은 수백년이 넘는 전통에 따라 산신당 주변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황소머리와 과일, 나물 등을 제단에 올려 놓은 후 마을 주민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산신제 명단을 읽어가며 새해 마을의 평안을 바라는 축문을 읊었다. 남창마을 산신제는 과거 호랑이가 산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자 이를 산신의 노여움으로 생각한 마을 주민들이 매년 제를 올리면서 마을의 편안이 찾아왔다는 구전과 함께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마을의 세시풍속으로 남아 있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산신당

마을토속신앙이자, 마을문화의 중심이었던 산신당이 지난해 12월 건설중장비에 맥없이 허물어졌다. 현재는 산신당 잔해와 터만 남아 있는 상태.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산신당이 무너져 버렸다는 것이다.

남창마을 주민들은 경인년 한해를 아무 탈 없이 저물어 간다는 안도감과 기쁨에 신묘년에 누구를 제관으로 지명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지난해 12월3일 산신당을 중장비로 훼손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다.

남창마을 황덕성(73) 노인회장은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고려말부터 수백년 동안 남창마을은 마을안녕과 주민 건강을 산신께 기원하는 산신제를 매년 올렸다”며 “철거한다는 이야기라도 해주었다면 이렇게 억울하고 허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노인회장은 “토지주와 산신당 문제를 상의하려고 했지만 만날 수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서북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진정건은 검찰로 넘어갔으며 검찰은 지난 11일 처분결과를 주민들에게 통지했다.

검찰은 부락민의 생기복덕을 비는 미신행이에 대한 가치를 소명시킨 피진정인(토지주)의 도덕적 비난가능성은 변론으로 하고 실정법상으로 자신의 건축물을 부순 행위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

남창마을 산신당 문제뿐 아니라 마을민속이나 지역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거나 사라진 사례가 몇 있다.

천안역사문화연구위원회에 따르면 수신면 교회 앞에 있었던 수백년 된 성황당 나무가 농작물 재배에 영향을 준다며 한밤중에 교회청년들이 성황당 나무를 베어버린 일이 있었다. 이에 마을주민들이 경찰에 고발, 교회와 마을주민간 첨예하게 대립된 적이 있었다.

또한 천안예총(회장 윤성희)이 매년 주최하는 운초 김부용 추모제도 김부용 묘역이 있는 마을공동 소유 산이 최근 토지주가 바뀌면서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토지주가 “오랜기간 동안 묘역이 있는 자리이고 매년 추모제가 열리고 있어 사용허가를 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운초 김부용 추모제는 조선시대 3대 여류시인 중 하나인 운초 김부용을 기리는 행사로 74년부터 광덕산 운초묘에서 개최됐다. 현재 천안예총, 천안문협이 매년 4월 말 광덕산 운초 묘에서 추모제를 열고 있으며 올해는 판페스티벌 개최일정에 따라 5월1일 개최될 예정이다.

천안예총은 운초 김부용 묘역을 문화재로 등록시키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천안역사문화연구위원회 김성열 실장은 “남창마을 산신당은 토지주와 원만히 해결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마을소유 토지를 마련해 산신당을 새로이 짓는 방법도 있다”며 “마을 민속놀이나 민속행사를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스토리, 이벤트화 해 외부에 알리는 등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훈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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