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지진·쓰나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활동이 지난 주, 지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은 백석대학교에 설치된 모금함을 찾은 백석대학교 원어민 강사인 일본인 카즈마타 미카(26)씨.
지난 11일 일본 동북부에서 발생한 지진·쓰나미의 피해자들을 돕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18일 오후 2시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6539명, 실종자도 1만354명에 이른다. 이와 함께 원자로의 위험까지 이어지며 이제는 전 세계가 함께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국내의 구호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기업, 공익 구호 단체, 연예인들이 나섰고 수많은 국민들도 성금을 보태고 있다. 방송사들은 특별방송을 편성해가며 모금을 독려하고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모금, 따뜻한 시민사회
우리 지역에서도 요란하지는 않지만 따듯한 온정들이 곳곳에서 모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천안시를 비롯한 기관들이 조용한 반면, 시민사회는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시청을 비롯해 관공서들은 아직까지 일본 지진·쓰나미 참사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이나 모금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천안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천안시는 이번 참사와 관련 공식적인 창구개설이나 특별한 모금활동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구세군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덥혀 주었던 자선냄비를 다시 꺼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천안구세군교회 관계자는 “개인적인 모금들은 하고 있지만 자선냄비를 다시 운영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구호단체로 일본에 구호물품을 보내고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의 천안적십자봉사관도 본부로 일원화되어 있는 후원계좌를 안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과 인연이 있는 학생들이나 어르신들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는 자발적이고 발빠른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백석대, “일본을 돕자” 지진피해 성금모금
백석대학교에 마련된 지진피해 성금 모금창구. 캠페인에 동참한 일본 원어민 강사 미카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석대학교(총장 하 원)총학생회는 지난 15일부터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지진·쓰나미로 최악의 피해를 입은 일본 돕기 성금 모금운동을 진행했다.
총학생회는 18일(금)까지 학교내 본부동과 진리관에 ‘일본 지진피해 돕기 모금함’을 설치해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성금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특히 재일교포와 유학생들, 한인교회의 피해를 전하며 성금 모금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백석대학교 원어민 강사로 있는 카쯔마타 미카(26)씨는 “이웃나라 한국에 있지만 같은 민족의 슬픔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지금이라도 나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백석대학교 박인희 총학생회장은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는 없지만 우리들의 정성이 모아져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하루 빨리 예전의 모습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단국대병원, ‘모금 외 의료구호단 파견도 검토’
단국대학교병원도 내원객 및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펼쳤다. 병원측은 의료구호단의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단국대학교병원(병원장 박우성)은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사상 최악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일본을 돕기 위해 16일부터 교직원 및 내원객 전체를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병원은 우선 외래환자가 많이 왕래하는 로비와 접수창구, 검사 및 입·퇴원 창구 등 병원 곳곳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내원객의 참여를 독려했다.
모은 성금은 대한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을 통해 일본의 이재민들에게 전달해 긴급구호 및 조기복구 자금으로 쓰이게 할 계획이다.
단국대학교병원은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의료지원 요청시 대한병원협회와의 공조를 통해 피해지역에 본원의 의료구호단도 파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박우성 병원장은 “유례없는 대지진과 쓰나미로 감당할 수 없는 비극적인 대재난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생명수호를 사명으로 한 병원에서도 이웃나라인 일본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 동참해야 한다”며 “이번 모금활동이 일본 대재난의 빠른 구조와 조속한 피해복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 ‘과거는 잠시 잊고, 우선 돕자’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지닌 어르신들도 기꺼이 자발적인 성금모금에 나서 높은 시민의식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금활동은 더욱 눈길을 끈다.
천안시노인종합복지관(관장 김영운)은 뜻있는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16일(수)부터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복지관 직원들은 처음에는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어르신들의 모금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평이다.
신규철 과장은 “일본의 시민의식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우리 어르신들의 의식도 못지않게 높음을 새삼 느꼈다. 모금 첫날에만 100만원 가까운 돈이 모아져 예정된 22일까지 목표액 200만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모금에 참여한 이종화 어르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대재난이 일본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슬픔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우리복지관 어르신들과 직원들의 작은 정성을 모으기로 했다. 부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희망재단, 아시아친구기금 300만원 전달
한국 최초의 지역사회재단으로, 천안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을 후원하고 지역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재)풀뿌리희망재단(이사장 이충근)도 이웃나라 일본의 재난 극복을 위해 지난 15일, 아시아친구기금 300만원을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했다.
아시아친구기금은 2009년 조성된 기금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긴급재난구호, 주거환경개선, 교육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다.
(재)풀뿌리희망재단 임재은 간사는 “힘든 상황이지만 일본 국민들이 절망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시민들의 나눔 동참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파악되지 않는 곳곳에서 개인이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내 성금모금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훨씬 큰 규모로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누가 나서서 주도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참여는 우리 지역민들의 성숙한 의식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은 느낌이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