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 구 한전골목에서 30년째 구둣방을 운영하고 있는 강은식 씨.
“1981년부터 이 자리에서 구두를 닦았으니 어느새 30년이네요.(한숨) 무슨 일이든 이정도 세월이면 먹고사는 걱정정도는 안해야 정상일텐데 갈수록 어려워지니 참…”
한때 천안의 중심으로 활기차고 왁자했던 문화동 한전골목.
세월의 흐름에 쇠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더니 이제는 천안지역 구도심의 대표격으로 노쇠하고 앙상한 그의 어깨처럼 생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동네가 됐다.
지체장애 6급인 은식씨가 사는 곳은 성정동 주공6단지 영구임대 아파트다. 그곳에서 매일아침 자전거를 타고 문성동 주민센터 옆 한 평 남짓한 컨테이너 구둣방으로 출근한지 벌써 30년째다.
“수선이 많아야 벌이도 괜찮은데 요즘 누가 구두를 고쳐 신으려고 하나요? 저렴한 중국산 구두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물건 아까운줄 모르잖아요. 보통 ‘얼마나 한다고 새 신발 신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구두방에서 구두를 닦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예전에는 직장인들도 많이 오가고 마음의 여유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구두 닦는 3000원도 아깝고, 작고 누추한 공간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작년 여름에는 얼마나 비가 많이 왔나요, 겨울에 눈은 말할 것도 없었구요. 손님들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하루 2~3만원 벌기도 힘드니까요. 지금 인근 가정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면서 월 2만원을 내고 있는데 그것마저 너무 부담스러운 지경입니다. 천안시에서 조금만 도와주실 수는 없을까요?” 안타까운 하소연이 이어진다.
기초생활 수급을 받고 근근이 번 돈을 아껴가며 겨우겨우 큰 아이 대학을 졸업시킨 것만도 기적같은 일이었다. 올해 중3올라가는 둘째 녀석을 학원에 보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요즘 형편에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만 사무친다.
정작 은식씨 자신은 얼굴을 비롯해 다리 등 몸 곳곳에 혹 같은 수종이 올라오고 있지만, 병원에 가 치료하는 것은 언감생김, 남의 일이다.
구둣솔에 구두약을 적당히 덜어내고 칫솔로 세심하게 구두의 구석구석 약을 펴바른 그는 잘 길들여진 융으로 전문가스러운 속도와 기술로 이내 번쩍번쩍 광을 낸다.
어느덧 새 신발이 된 기자의 구두는 그의 굳은 손이 전해 온 따뜻함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