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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안건상정과 기각, 이상한 심의회

급식심의위, 내부조율 안된 안건 상정해 오해만 불러

등록일 2011년03월0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25일(금) 오후3시, 천안시청 상황실에서는 ‘2011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25일(금) 오후3시, 천안시청 상황실에서는 ‘2011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박한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15명의 심의위원들은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우수농산물 우선구입품목 및 공급업체 지정(안)과 ▶학교별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계획(안)을 통과시켰다.

136억700만원 규모의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방법은 순식간에 통과됐지만 문제는 예정에 없던 세 번째 안건,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심의안건’을 토의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심의위원회는 여러 가지 상식적이지 못한 운영을 보이며 곳곳에서 오해의 여지를 남기고 말았다.

“처음 본 자료집, 오늘 심의해 달라고?”

앞서 이날 심의위원회에는 김영숙 천안시의원과 윤용주 농협시지부 연합사업단장, 이교희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대표, 김연응 천안시농업경영인회 회장 등 4명이 새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들 중 이교희 대표는 심의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영숙 의원은 회의시작 전, “위촉을 받고, 오늘 처음 자료집을 받아보았는데 오늘 심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성실한 심의에 임하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심의위 부위원장인 유충준 산업환경국장은 “구제역 여파도 있고 해서 올해는 좀 특수한 경우”라며 이해를 구했다.
곧바로 박한규 부시장의 사회로 진행된 심의위원회는 박재웅 농산물유통팀장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일사천리로 안건을 가결처리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세 번째 안건, ‘초등학교 무상급식지원 심의안건’이 상정된 이후 쉽게 끝날 듯하던 심의회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

법리해석 공방, 정회 끝 결국 기각 결정

‘초등학교 무상급식지원 심의안건’은 올해 초등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에 쓰일 식재료의 선정기준 뿐만아니라 ▶급식에 쓰일 품목, 식재료 공급 대상업체 선정(안)이 포함돼 있다.
지역의 우수농산물을 지역학교에 우선 쓰이도록 하자는 애초 취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내용의 안건이다. 

하지만 박한규 위원장은 안건을 상정해 놓고 법리적인 해석을 제기하며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심의안건을 이 자리에서 토론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몇몇 의원들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법리적인 공방이 오가며 10분간 정회되는 소요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박 위원장은 “학교급식지원 심의회가 이 안건을 가결해도 교육감에게 이래라 저래라 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건자체를 기각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관련한 조례도 없고 결정할 권한도 부족한데 타 기관을 귀속할 수 있는 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배석한 공무원들도 농축산과에서 주관하는 위원회에서 평생학습과가 상정한 안건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시민단체대표로 나선 안충섭 천안학교급식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무상급식 관련 조례나 위원회가 없는 상태이기에 도가 지침을 내려보내 이 안을 처리하도록 한 것으로 안다. 구체적인 검토나 토의없이 안건자체를 기각하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오정균 천안농민회 경제사업단장도 “위원들 모두 이 안건을 심의할 건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올린 안건을 이렇게 얘기도 안하고 기각할 거라면 왜 상정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예산은 있지만 관련 근거는 미비한 상황'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종성 충남도교육감은 지난 12월15일 2011년 도내 초등학교 전체의 무상급식 추진을 합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도내 초·중학교 학생 무상급식 지원을 위한 재원(식재료비, 운영비, 인건비) 약 1049억원의 분담 비율을 도(시·군 포함) 6대 교육청 4로 하기로 합의됐다.

다만 2011년도 무상급식 소요예산 625억 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도·시·군)가 50%, 교육청에서 50%를 각각 부담하고 학교급식시설 현대화사업을 위해 도비 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천안지역만 떼어놓고 보면 초등학생 전면무상급식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195억원 정도다.
앞선 합의에 따라 올해 교육청은 이중 50%를 부담하고 충남도가 20%, 천안시가 30%를 부담해 무상급식이 추진된다.
시와 도는 모두 관련예산까지 책정해 놓았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원조례나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행정적 절차가 요구되는 형편이다.
이에 충남도는 지난 1월28일 ‘친환경무상급식 세부추진요령’을 각 시·군에 내려보내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토론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날 예정에 없던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심의안건’이 상정된 것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사실 이날 안건은 평생학습과와 농축산과 담당자들 서로가, 혹은 천안시와 충남도가 사전 협의를 거쳐 안건 상정의 적절성 여부를 미리 결정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소모성 논란은 아예 없었을 것이었다.

“안건상정을 안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

하지만 안건자체가 ‘기각됐다’는 형식을 띄자 여러 가지 다른 입장의 해석이 제기되는 형편이다.
심의회가 끝나고 이런 분위기를 직감해서인지 유충준 산업환경국장을 중심으로 시 공무원들은 내부회의를 가졌다. 

평생학습과 교육지원팀의 심미선 씨는 “무상급식을 안하자고 하는 것은 아닌데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 도의 지침이 있어 안건으로 급작스레 상정했던 것인데 상정을 안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사실 관련 근거는 부시장님이 지적한대로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의위원들과 이런 오해를 풀기위해 만나 설명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초등학생 무상급식은 평생교육과 업무로 교육청과 협의해 잘 진행할 예정이다. 이 안건은 농축산과의 급식지원심의회 위원들에게 재차 설명할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급식심의회를 중심으로 심의위원 일부는 시의 일방적인 태도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시장이 원론적인 법리해석에 집착하면서 완곡하게 무상급식 반대의 입장을 드러낸 것은 아니냐며 의심까지 하는 형편.

안충섭 사무국장은 “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위해 지자체가 쓰는 돈이 전체의 절반인 100억원에 가깝다. 사실상 급식경비 지원인만큼 시에서 집행과 관련한 지침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인데, 안건자체를 기각한 결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 사무국장은 “만일 진행될 행정절차에서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를 명시하지 않는다면 공동대응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레 안건을 상정하고 즉각적으로 기각을 결정한 천안시의 매끄럽지 못한 업무처리에 괜한 오해와 갈등의 불씨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진희 기자>

2011학년도 급식지원계획 확정
초등무상급식에 98억, 유·중·고에 38억 지원

천안시가 2011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심의위원회를 열고 각급 학교 학생들의 급식을 위한 지원계획을 확정했다.

천안시가 2011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심의위원회를 열고 각급 학교 학생들의 급식을 위한 지원계획을 확정했다.

시는 25일 오후 3시 시청 상황실에서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심의위윈회(위원장 박한규 부시장)를 열고 학교급식 식품비지원 방법을 확정했다.
이날 심의회는 관계공무원과, 시의원, 농업인 대표, 학부모, 교사 등 15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우수농산물 우선구입 품목 및 공급업체지정 ▷중학생수 과소정도에 따른 단가 차등지원 등을 심의했다.

올해 학교급식 지원예산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에 따라 전체적으로 지난해 60억원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관내 70개교 4만3137명에게 98억원(도비 39억원, 시비 59억원)을 지원하게 되며 이날 심의한 유치원, 중·고등학교, 특수학교 등 155개교 6만1118명의 중식급식을 위해 38억700만원을 지원하게 된다.

또, 심의회에서는 지역 우수 농산물인 ‘흥타령쌀’을 우선 구매하고, 육류, 잡곡, 배, 오이, 버섯 등 친환경 농산물은 권장구매토록 했다.
특히, 중·고교 등에 해당하는 식품비지원에서는 ‘흥타령쌀’을 63% 우선 구입하고 나머지 잔액 중 육류 18%, 친환경 농산물 19%를 구입하도록 했고, 중학교의 경우 학생수 1000명 이상학교는 3원을 감액하고 300명 미만학교는 85원을 증액하는 등 학생수 과소정도에 따라 단가를 차등 지원한다.

이날 결정된 심의 결과에 따라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학교급식 식품비가 지원되는 대상은 ▷유치원 102개 ▷중학교 29개교 ▷고등학교 22개교 ▷특수학교 2개교 등이며, 당초 계획된 초등학교무상급식은 70개교에 지원된다.

시의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은 2005년 2억원을 시작으로 2006년 34억원, 2007년 35억원, 2008년 38억원, 2009년 59억원, 2010년 60억원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초등학생 전원에 대해 무상급식으로 지난해의 두배 이상 지원액이 증가했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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