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이 인사발령에 오류를 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뒤늦게 수습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이 올해 교원 정기인사를 하면서 필요인원을 잘못 계산해 일부지역 학교에 교사를 발령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도교육청은 지난 16일(수) 2011년도 교원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담당부서의 오류로 교원 정원배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천안 17명을 비롯해 충남 10개 지역에서 40여 명을 발령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도교육청은 23일에서야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24일 추가발령을 통해 공백을 메운 상태다.
전교조충남지부 관계자는 “사건발생 후, 일주일이나 쉬쉬하다가 전교조의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수습 인사를 단행했다”고 꼬집었다.
인사발령은 공무원들의 가장 민감한 현안인만큼 공정성, 투명성과 함께 깔끔함이 기본전제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충남도교육청이 보여 준 일련의 행정은 교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계획적이어야 할 인사가…’
이번 조치에서 가장 많은 인사결원이 발생한 곳은 바로 천안이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올해 860여 명이 인사발령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행정오류로 휴직한 3명을 제외하고서도 17명에 대한 인사발령이 누락됐다.
천안교육지원청 백정현 장학사는 “흔치않은 일이긴 하다. 천안의 경우 교육지원청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인사를 보고했었지만 전입, 전출, 휴직 등 인사발령과 관련해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다보니 이런 오류가 나온 것 같다. 후속조치를 통해 지금 일선학교의 인력배치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교사경력 15년 만에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추가발령을 낸다하더라도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인사로 인한 전체적인 잘못이 바로잡히는 것은 아닌 만큼 조직 내 불만이 팽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도 “인사담당자들이 업무를 태만히 해 발생한 일”이라며 “가장 계획적이어야 할 인사가 엉망으로 이루었다는 점에서 도교육감의 조직 장악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습하기 인사발령, 공정성·투명성마저 흐려져
문제가 발생하자 충남도교육청은 23일 긴급회의를 갖고 24일 누락된 해당학교에 교사전보발령순위와 희망학교 신청 현황 등에 따른 추가발령을 냈다.
일단은 일선 교사의 인원 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의 일치된 입장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사가 도미노처럼 연결돼 있어 단순히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는 일선 교육계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또 급작스레 결원 인사를 발령내려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뒷말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로 천안교육지원청은 지난 21일 1차 인사발령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2시간만에 내리고 오후에 다시 인사발령사항을 공고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교사는 “천안은 교사들이 서로 발령받길 원하는 인기경합지역이다. 애초에는 천안시내권에 발령받아 기뻤었는데, 최종적으로는 교외 시골학교로 발령이 났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천안교육지원청 백정현 장학사는 “점수에 의해 결정되는 천안 관내 교원 인사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시외에서 전입하는 교사 중 한, 두건 정도만 그랬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교조, ‘인사 파행 사과하고, 관련자 문책해야’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번 사태를 맞이하는 충남교육청의 태도가 안이하기 짝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24일(목) ‘충남교육감은 인사 파행 사과하고 관련자 문책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사발령 오류에 대한 학교현장의 원성이 빗발치는 가운데에서도 관련담당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의 내막을 16일경에 파악하고도 쉬쉬하면서 늦장 대응하다가 교사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내막이 외부에 알려지자 23일 경에야 대책마련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또, 행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사 분야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로 충남교육행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번 인사파동에 대한 미봉책이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가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발령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교조 충남지부는 이번사태로 불이익을 당한 학부모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감사 청구단을 조직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교조 충남지부 이정희 사무처장은 “충남교육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당사자들과 충남교사들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격무에 시달리는 일선 하위직 몇명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는 안 된다. 책임 있는 관련자들의 엄중한 문책을 요구한다. 우리는 충남도민과 함께 이번 사태의 처리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