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을 맞아 각급학교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다. 지난주에는 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집중됐고 이번 주에는 초등학교의 졸업식이 연이을 예정이다.
2월 졸업시즌을 맞아 관내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는 졸업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천안지역은 지난 10일을 전후해 대부분의 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을 가졌고 이번 주에는 15~18일 사이 대다수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집중돼 있다.
천안에서는 초등 8000여 명, 중등 8700여 명, 고등 8400여 명 등 총 2만5000여 명이 졸업식을 마치거나 앞두고 있다.
교육청을 비롯해 각 기관들은 밀가루·계란 던지기, 교복찢기, 물에 빠뜨리기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과거의 졸업식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강력한 지도에 나서고 있다.
각 학교 주변에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순찰에 나섰고 오후에는 유관기관들과 함께 강력한 생활지도를 펼치고 있다.
이런 조치들 때문인지 이번 졸업시즌은 큰 사고없이 무난히 넘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주 수십개의 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을 마쳤지만 파악된 것은 천안서북경찰서가 적발 한 1건. 교내를 벗어난 뒤 밀가루와 계란으로 그들만의 ‘졸업의식’을 가지려 했던 모 중학교 학생들 뿐이었다.
담임선생님과의 석별의 정을 나누는 S중학교 졸업생들.
졸업시즌 내내 강력한 생활지도
지난 7일(월) 오후 3시 천안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서는 관내 초·중·고 생활지도부장 및 교사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전한 졸업문화 창출을 위한 생활지도담당자 회의가 열렸다.
천안교육지원청은 이날 회의가 상장 전달 같은 행사위주의 졸업식에서 벗어나 교육공동체가 함께할 수 있는 졸업문화를 만들고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불건전한 졸업식 뒤풀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밝혔다.
류창기 천안교육장은 이 자리에서 “소통 중심의 건전한 학교 졸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특성에 맞는 색다른 졸업식을 전개해 불건전한 졸업식 뒤풀이 문화를 차단하자”고 말했다.
이후 천안교육지원청은 경찰서 및 유관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졸업식 기간내내 일탈행위 집중지도 및 교외 생활지도를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각 가정에 가정통신문 및 SMS 문자 발송, 학교전광판·게시판을 활용해 학부모 및 지역사회 계도활동을 전개했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집중된 지난 10일(목)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유관기관과 연계해 천안 관내 학생 생활지도에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합동 교외순찰 및 생활지도 활동을 펼쳤다.
순찰지역은 아라리오광장, 천안고속터미널, 천안역, 성정동, 쌍용동, 두정동 유흥가 지역 등을 대상으로 천안교육지원청, 천안동남·서북경찰서, 천안시 체육청소년과, 천안생활지도상임위원회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여기에는 특전임무수행자회, 대한민국특전동지회 20여 명까지 포함돼 있었다.
도 교육청·경찰청도 불건전 뒤풀이 차단 총력
충남에서는 오는 22일까지 735교가 졸업식을 갖는다. 특히 2월10일은 초 35교, 중 129교, 고 59교 총 225교가 졸업식이 이뤄졌다.
충남도 단위에서도 여러가지 시책이 마련돼 각 지역에 하달됐다.
도 교육청은 건전한 졸업식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충남경찰청과 합동으로 졸업식 기간 동안 교사 1072명, 경찰 1017명, 유관단체 관계자 825명이 특별순찰구역 91곳을 중심으로 졸업식 종료 후 심야시간까지 합동순찰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도 교육청은 알몸 뒤풀이를 하는 학교가 없었지만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옷을 벗게 하고 알몸상태로 뛰거나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 등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을 적용하고, 알몸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으로 처벌 할 수 있음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전에 안내했다.
충남교육청은 2인1조 7개팀 특별점검반을 편성해 지역교육지원청과 학교에서 건전한 졸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물론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 교육청은 현재 2011학년도 '학교문화개선 선도학교'를 공모하고 있으며, 선정된 18교는 3월부터 1교당 1000만원씩 지원해 학생자치를 활성화하고, 학생주도의 입학식과 졸업식 행사를 기획·운영해 의미있고 다양한 학교문화를 창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제역 여파에 축소·연기된 졸업식
지역 농가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구제역의 여파는 일부 학교의 개학 및 졸업식까지 영향을 끼쳤다.
충남교육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구제역의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일선 초·중·고 졸업식을 간소하게 실시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또 졸업식으로 인해 지역별, 학교별로 많은 사람들의 이동이 예상돼 이로 인한 구제역 확산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각 학교는 외부 초청 인사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특히 학부형을 포함해 졸업 하객을 최소화해 인구 집합에 따른 감염 확산을 차단케 하고, 학부형에게는 이런 취지를 담은 가정통신문을 배부해 충분히 안내함으로써 오해가 없도록 했다고.
한편, 천안에서는 신방초등학교와 신가초등학교가 당초 11일로 예정된 개학을 14일로 미룬 바 있다.
도 교육청은 이들 학교의 경우 개학이 연기됐지만 교장 재량 아래 현장체험학습 등 형식을 통해 출석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구제역 여파로 가축 실습장 등을 운영하는 천안연암대학도 졸업식을 2주 이상 연기했다.
천안연암대학은 전국적인 구제역 여파로 9일로 예정된 졸업식을 25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졸업예정 학생 380명에 이 같은 내용의 안내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진희 기자>
천안신방중학교, 색다른 졸업식 ‘눈길’
후배가 보여준 연극, ‘고맙다 아우들아!’
신방중학교 재학생들이 졸업생들을 위한 멋진 연극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후배들의 멋진 연극 공연이 졸업의 의미를 더욱 빛나게 한 학교가 있다.
천안신방중학교(교장 박휘근)는 지난 9일(수) 다목적강당에서 졸업생 541명과 학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제6회 졸업식을 가졌다.
이날 졸업식은 식전행사와 본행사로 나눠져 치러졌는데 식전행사로 1~2학년 14명의 재학생들이 연극 공연을 펼쳐 많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날 재학생들이 선보인 연극은 극단 ‘단하’의 전상필씨가 직접 연출하고 지도한 ‘짜라, 짜라, 짜라’(일명 별주부전)로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한 시간 가량 멋진 연극을 선사했다.
연극 공연을 위해 재학생들은 겨울방학동안 30시간 이상의 방과후 활동을 통해 수준높은 연기력을 익혔으며 완벽하게 구성된 무대의상, 조명, 음향 등과 어우러져 멋진 연극을 보여줘 졸업하는 선배들은 물론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연극을 관람한 3학년 학생회장 김민석 군은 “어떤 축제보다 더 재미있었고 졸업하는 선배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준 후배들에게 고맙다”며 “학교 연극동아리가 더욱 발전해 학교를 빛 낼 훌륭한 연기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방중학교는 졸업식이 상을 받는 일부 학생들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학교특성을 살린 색다르고 건전한 졸업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극은 10일(목) 재학생을 대상으로도 공연됐다. 학교측은 연기를 펼친 학생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연극동아리를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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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불건전’을 대신한 ‘살벌한’ 졸업식
금지와 제한으로 아름다운 졸업식 가능할까?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학교 앞은 꽃을 파는 상인들과 차량으로 넘쳐나고 한껏 잘 차려입은 부모·형제들은 손에손에 꽃과 카메라를 들고 발그진 얼굴로 그 좁은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졸업식장으로 모여든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짜증도 날 법한 환경이지만 누구하나 얼굴을 찡그린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졸업식은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작은 보람을 확인하고 기쁨을 누릴 충분한 준비를 하고 찾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졸업생들에게 졸업식이 주는 감정은 두말할 것 없는 해방감이다. 중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의 숨막힌 생활을 앞두고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짧은 여유이고, 고등학생들은 그동안 눌러두었던 욕구들을 맘껏 배설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그런 시기인만큼 무슨 짓을 해도 용서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교복찢기, 물에 빠뜨리기, 집단구타, 밀가루와 계란으로 범벅이 돼 거리를 배회하는 학생들을 온전히 이해할 어른들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올해, 이런 일탈들을 막는다고 어른들이 마련한 수단은 과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교문 앞에는 순찰차와 제복입은 경찰관이 지키고 있고 연신 못 알아들을 무전소리가 터져 나온다. 학교는 담임선생님을 통해 일탈을 막기 위한 교양을 귀가 따갑게 한 것도 모자라 집에 우편물은 물론 휴대폰 문자까지 보내왔다. 어른들은 졸업식 이후 일탈을 막기 위해 낮에 마주쳐도 무서운 특전임무수행자회, 대한민국특전동지회 아저씨들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만 들여다보고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 보자.
어른들이 선택한 이번 수단들은 어떻게 보면 ‘불건전’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폭력적 방법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졸업식을 위한 배려의 마음을 느끼기 힘들었던 이런 조치들. ‘금지와 통제는 아무런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명제를 잊은 건 아닐런지.
“야!! 학교에 X새 왔어!”
졸업식장에서 들린 어느 학생의 외침에 씁쓸하고 계면쩍은 웃음을 짓게 된 것은 정말 기자 혼자 뿐이었을까?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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