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원두커피를 내려요. 아침에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보낸 엄마들이 사무실에 들러 커피 한 잔씩을 마시고 가기 때문이죠.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도 사무실에 들어오셔서 몸을 녹이고 가시기 때문에 따뜻한 차를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부동산 업무를 보려고 사무실을 비우더라도 사무실 문을 잠그지 않아요. 누구든지 쉬었다가 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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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혜진(34·아산시 좌부동 길공인중개사 대표) |
좌부동 초원아파트에 위치한 길부동산 국혜진 대표는 소소한 정이 배여 있는 복덕방을 꿈꾸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에게 최근 모일간지에서 나온 기사를 보여주며 아파트 주민들 간의 소통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옆집과 교류 있느냐’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85%의 사람들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하더군요. ‘아파트주민이 말을 걸때 처음 드는 생각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부담스럽다’, ‘귀찮다’라고 답한 사람도 있어요. 제가 부동산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4년 동안 아파트 주민들에게 ‘안녕 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보다 인사에 무관심한 사람이 더 많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녀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은 문화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지속되는 사회에서 이웃사촌의 정을 찾아보기란 무척 힘들다는 것이다.
“초원아파트에서는 7년을 넘게 살고 있는데 대도시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단지를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이 정답게 인사를 나누는 풍경도 흔희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죠. 그런 이유로 지난달 길부동산을 개업하면서 원두커피머신도 구입하고 실내인테리어도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아파트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팩스도 무료로 개방했지요. 작은 꿈이 하나 있다면 아파트 주민들이 길공인중개사를 부동산이라 생각하지 않고 예전의 동네 복덕방처럼 편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주민들이 때로는 잠깐 쉬어가는 공간으로 때로는 이웃간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갈 생각이에요”
그녀는 사람과 사람이 알아가는 공간, 정과 정이 만나는 문화적 공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