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모과장이 6650만원을 추가로 입금시킨 A모씨 입출금 통장내역.

성환농협 직원이 조합원 명의를 도용해 거래실적을 조작하고 이 과정에서 판매자금까지 횡령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특히 이 농협직원은 조합원에게 금품까지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사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통장 명의 도용 거래실적 조작, 금품요구

천안 성환농협의 조합원 A모씨는 성환농협 APC(산지유통센터)에 근무하는 B모 과장이 조합원 판매실적을 마음대로 조작 하는 것은 물론, 거래처 접대에 필요한 상품권 구입을 이유로 자신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A모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자신의 통장에 성환농협에 수탁한 배 판매액 1억1000만원을 비롯해 6650만원이 추가로 입금됐다. B모 과장은 A모씨에게 150만원은 자신에게, 남은 6500만원은 또 다른 이에게 입금시킬 것을 요구했고 A모씨는 영문도 모른 체 B모 과장이 시키는 대로 입금했다.

또한 B모 과장은 조합원 A모씨에게 접대를 위해 바이어나 거래처에게 줄 상품권을 구입해야 한다며 300만원을 요구 했으며 개인적으로 상품권 매입비용 500만원을 차용하기도 했다.(감사가 시작되자 모두 돌려 줌)

B모 과장의 비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배 값 폭락이 있던 2008년 11월 산지폐기를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자금 신청문서를 허위로 조작, A모씨 통장에 약 300만원과 37만원을 두 번에 걸쳐 입금시킨 후 타 농가에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모씨는 이 같은 내용을 증명하기 위에 통장과 녹취록까지 제시했다.

 허술한 자체감사 은폐축소 의혹

A모씨는 지난해 11월 초 수탁한 배 금액이 예상과는 달리 1000만원 적게 나오자 성환농협 조합장을 찾아갔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B모 과장과 있었던 일들이 불거졌다.

성환농협은 민원이 제기되자 ‘APC 담당자의 차명이용 무자원 선급금추정 지급 등에 관한 사항’으로 조합장 특명 자체감사를 실시했고 ‘민원인의 제기사항이 일부 인정되어 담당직원에 대한 대기발령 초지한 상태이며 빠른 시일 내 인사위원회 부의 할 예정’이라는 감사결과  를 내놓았다.
이어 성환농협 요청으로 대전중앙회 감사가 실시됐다. 지난해 12월 말 A모씨 계좌에 입금된 6650만 중 150만원이 B모 과장에게 들어간 것에 대해 횡령죄가 인정되며 2008년 11월 허위로 작성된 산지폐기 지원자금 문제도 지적됐다.

대전중앙회는 B모 과장의 행위가 해직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지만 농협내부규정 ‘장관이상의 표창이나 상장을 받은 농협직원에 대해 징계를 1단계 감면할 수 있다’를 들어 정직 6개월 처분을 결정했다.

A모씨가 거래조작과 같은 문제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감사결과는 6개월 정직처분.
자체감사나, 중앙회 감사에서 드러난 것은 민원인 A모씨 통장에 입금된 6650만원과 산지폐기 지원 자금에 대한 것 뿐 다른 수탁 농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6650만원 중 6500만원이 타인 명의(B모 과장은 동서라고 함) 계자로 입금됐는데 그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농가 실적을 올려준다는 이유로 조합원 A모씨 통장에 입금됐다 빠져나갔다는 돈이 B모 과장 개인 거래라는 감사결과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으로 사건의 축소 또는 은폐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중앙회 감사팀 관계자는 “사고 금액  피해금액이 징계수위를 결정한다”며 “6500만원을 수령한 사람과 B모 과장의 관계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민원으로 시작된 감사였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했다”는 이 관계자는 형사고발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말하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성환농협에 수탁한 C모씨도 A모씨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C모씨는 지난해 10월1일 영문도 모르는 2000만원의 돈이 자신의 계좌에 이체됐고 B모 과장은 이를 매제라는 D모씨에게 이체 할 것을 요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환농협에 수탁 한 다른 2개 농가에서도 B모 과장은 금액은 적지만 각각 60만원과 50만원을 실수로 입금시켰다며 무통장 입금을 요구하거나 직접 인출해 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농협직원 횡포에 농가 눈치만

B과장의 무리한 요구를 A모씨나 그 밖에 다른 조합원이 들어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에 수탁 하려면 조금이라도 과수 등급이 높게 나와 농가소득을 올려야 하는데 APC를 총괄하는 B모 과장에게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A모씨는 감사가 시작되고 실제 B모 과장의 부하직원이 “배는 생물이기 때문에 오차범위란 것이 있고 특품을 상품으로 만들 수 도 있다”며 “4000박스 5000박스를 길거리에서 다 내다 팔수 있나. 언젠간 농협에 부탁할 날이 있을 거다”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B모 과장이 두 번에 걸쳐 현금 1500만원을 주고 갔으며 A모씨는 두려운 마음에 이를 모두 조합장에게 갖다 줬다고 말했다.

성환농협 관계자는 300만원의 금품을 요구했다는 A모씨 주장에 대해 이는 A모씨가 직원 회식비로 쓰라고 준 돈이라고 반박했다.
A모씨는 “그렇게 큰 돈을 회식비로 건네 줄 수 있느냐. B모 과장과 부하직원이 상품권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며 성환농협 주장을 일축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