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횡단보도 설치 권고와는 달리 천안시는 엘리베이터설치를 결정했다.
교통약자를 위한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권고에 천안동남경찰서와 천안시가 역행하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의 횡단보도 설치 타당성
천안아산경실련은 지난 2008년 5월초 인권위에 천안역 주변 교통약자 이동편의를 촉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2009년 말 인권위는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 회의를 갖고 진정 건에 대해 결정문을 채택했다. 결정문은 천안동남경찰서장에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도로를 횡단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천안역 동부광장 맞은 편 공설시장과 명동거리 사이의 도로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천안시장에게는 횡단보도 설치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권고했다.
횡단보도 설치 타당성으로 인권위는 문제가 된 왕복 4차선의 도로는 지난 1987년과 1992년에 건설된 지하상가가 있으나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지하도를 이용한 도로횡단이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횡단보도는 천안역 동부광장 앞 삼거리 가운데 지점으로부터 북쪽 방향으로 110m, 남쪽 방향으로 130m, 동쪽 방향으로 300m 지점에 설치돼 있어 천안역 삼거리 부근에서 공설시장 방향으로 도로를 횡단하는데 최소 500m, 최대 900m 이상을 우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도로를 횡단함에 비장애인에 비해 상당히 불리한 대우를 받아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횡단보도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
인권위의 횡단보도 설치 권고와는 달리 천안동남서와 천안시는 횡단보도가 들어설 자리에 도로 양 옆으로 엘리베이터 2기를 설치하기로 결정 지난 9월 착공에 들어가 1월 준공을 앞 두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시 예산은 모두 2억7000만원.
동남경찰서와 천안시는 인권위 권고 내용인 횡단보도 대신 예산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을까?
천안동남서, 천안시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 열었고 그 결과 인근 기존 횡단보도 보행자가 많고 횡단보도가 설치될 지역이 경사로이며 교통량을 감안할 때 횡단보도 설치는 보행자에게 위험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횡단보도 대신 엘리베이터 설치 결정은 당시 이와 같은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천안동남서, 천안시 입장과 다르지 않다.
엘리베이터 설치는 예산낭비
천안아산경실련, 장애인 단체인 한빛회 등 시민단체는 횡단보도가 아닌 엘리베이터 설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 조사 당시에도 현장을 방문했던 인권위 교통전문가는 “시내버스 정류장 이전이나 신호기 설치 등의 방법을 강구한다면 도로 구조상 횡단보도 설치가 곤란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이용이 불편한 엘리베이터는 예산낭비이니 아예 아무것도 설치하지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공사 중인 엘리베이터 1기는 경사로가 높고 턱도 있어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에는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시설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다보니 공간이 협소한 점도 불편을 야기 시키고 있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도 이용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천안시는 엘리베이터 설치시 5㎝ 가량 경사로가 법정기준인 8%를 넘지 않고 있는 등 최대한 법정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핸드레일 설치를 통해 경사로에 접근이 편하도록 추가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아산경실련 정병인 사무국장은 “교통량이 많고 경사가 있는 곳이라면 과속방지턱 등 교통안전시설로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 하다”며 “엘리베이터 설치는 실효성보다 행정편의주의 결정으로 보행권 안전권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예산낭비 사례로 바뀐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훈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