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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으로 사망한 의경, 선임병에게 상습적인 가혹행위·구타 당해

의경 어머니 인터넷 사이트에 억울한 죽음 호소, 경찰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나

등록일 2011년01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관련자 100여 명 조사 후 선임병과 중대장 등 17명 입건

지난해 6월 백혈병으로 숨진 충남지방경찰청 소속 박모 의경이 선임병들에게 상습적인 가혹행위와 구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경은 2009년 4월 자원입대한 이후 충남지방경찰청 기동중대(아산경찰서)로 전입했으며 전입한 후 1년도 되지않아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던 중 2010년 6월에 숨졌다.

박 의경의 어머니 김모씨(천안시 백석동)는 12월31일 인터넷 사이트에 ‘아들이 복무 중 선임병의 상습적 구타에 시달렸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백혈병에걸렸다"며 구타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에 다녀와 속이 안 좋고 죽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도 폭행.

충남청은 이번달 2일 게시물을 확인한 후 15명의 수사인력과 3명의 감찰인력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10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박모 상경의 선임병인 홍모(전역)씨는 암기사항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버스 등에서 10여 차례폭행을 가했다. 또한 중대본부 선임 김모(전역)씨는 세탁한 중대장의 속옷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취사부 선임 이모(전역)씨는 병원진료를 다녀와 속이 안 좋고 죽을 먹어야 한다는 이유로 5~6회 가량 폭행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박모 상경을 구타한 혐의로 소대 선임병 11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홍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한편 선임병들이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사후처리를 부실하게 한 중대장 전모씨 등 경찰관 4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한 뒤 인사조치할 방침이며 부대 내에서 또 다른 구타·가혹행위의 가해자 강모씨 등 전역자 2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번사건의 조산단장인 충남경찰청 이충호 수사과장은 “피의자들은 시위 진압과 내무생활 과정에서 구타·가혹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진술했다”며 “이번사건의 경우 다른 사례와 달리 한 단계 높은 기준의 사법처리 수준을 적용해 구속영장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타·가혹행위 줄고 있다지만···

경찰청(청장 조현오)은 작년 한 해 동안 전·의경 부대에서 발생한 구타와 가혹행위는 총 69건으로 집계됐으며 2001년 569건과 2004년 270건, 2007년 115건 등으로 구타·가혹행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형사 입건율은 2001년 12%와 2004년 4%, 2007년 59%, 2010년 93%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끊이지 않는 구타·가혹행위의 원인에 대해 일반 사회에서 이뤄지는 전·의경 근무의 특수성을 꼽았다.

경찰대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복무기강이 흐트러져 내부 규율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한층 강도 높은 규율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구타와 가혹행위가 따르게 된다”며 “전·의경의 경우 집회나 시위 등 긴박한 상황에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잦은데 상명하복과 기강 확립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구타·가혹행위가 묵인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자제력이 약한 젊은이들이 집회나 시위 출동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후임병을 상대로 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0년간 구타, 가혹행위 발생 추세 
구타가혹행위 관련 형사처벌 현황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어느 날은 보일러실로 불러서 아무도 없는데서 몇 시간을 때려놓고 하루 종일 혼자 가둬놓기도 하면서 그 속에서 움직이지를 못하게 했어요. 어느 날은 기대마(의경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로 불러서 아무 이유도 없이 선임이 화난다고 무려 35분이나 발로 짓밟았습니다. 제가 그 때 무슨 생각 한줄 아세요. ‘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 맞나?’ 이거였습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물을 안 먹이기도 합니다. 매일 매일 침대에서 팔굽혀펴기를 300번씩 합니다. 어느 날은 잠도 안 재우고요. 엄마 저는 왜 살고 있을까요. 요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숨진 박모 의경과 어머니 김모씨의 메신저 대화 내용 중

아이디 ‘아지(어머니 김모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2009년 12월 20일 밤 12시 휴가 허락이 안난다 하더니만 전화해 갑자기 ‘내일 휴가갑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뭔가 수상해 아빠가 아침 일찍부터 부대 앞에서 기다리니완전 초죽음상태의 아이가 휘청거리면서 나오길래 그길로 병원에 응급실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다말고 너무나 깜짝놀랄 일이 생겼다. 의사가 말하길 급성혈액암(백혈병)이었다. 아마 발병은 3개월쯤 된 것 같았다. 결국 아들은 몇개월간의 투병생활을 한 끝에 2010년 6월 30일 오후 5시 10분쯤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가족의 곁을 떠나갔다”고게시했다.

경찰청 발표 이후 어머니 김모씨는 “아들의 짓밟힌 인권을 다시 찾았다”며 “더 이상 아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전·의경 구타와 가혹행위를 근절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상욱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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