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영 씨.
“요즘이 가장 바쁜 때에요. 크리스마스에서 설날사이죠. 연하장과 크리스마스 카드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물량이 있고, 연말정산서류와 기부금 영수증, 각종 고지서가 가장 많이 발행되는 시기입니다. 우편물은 물론 택배량도 많아지다보니 그야말로 정신이 없어요.”
폭설이 내리는 지난주의 어느 오후. 극성스런 눈발을 피해 잠시 집배업무를 하던 36살 토끼띠 곽노영씨를 만났다.
99년도에 처음 일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집배원생활 12년째라는 곽씨는 북면이 고향으로 천안을 떠나본 적 없는 토박이다.
택배라는 말보다 ‘소포’라는 개념이 더 친근했던 그에게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업무환경은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현재 천안우체국에는 110여 명의 집배원들이 오토바이를 운행하고 있다. 집배차량은 픽업까지 해서 30~40대가 있다. 택배는 위탁을 주고 있지만 물량이 많다보니 오토바이로도 하루 서너번은 배달해야 한다.
“저는 운좋게도 12년동안 무사고에요.(웃음) 하지만 이때 쯤되면 꼭 한두번씩 직원들이 사고가 나곤 해요. 작은 사고들은 헤아릴 수도 없죠. 아침에 기본적으로 가지고 나오는 우편물이 100㎏가까이 되고 택배물량에 따라 사람 키보다 더 큰 짐을 싣고 다니기도 해요. 오늘처럼 눈이나 비가 내리면 정말 정신이 없답니다.”
5일제 근무가 정착된지는 꽤 됐지만 월 1회는 토요일에 근무를 해야 하고 3달에 한번 정도는 일요일에도 근무가 있다. 우체국간에도 경쟁이 되다보니 업무부담은 정말 작지 않은 상태. 이외에도 보험이나 특산물 판매업무 등도 할당이 주어진다.
“대부분 7시까지는 출근하는데 평균 퇴근시간은 저녁 9시는 넘어야 돼요. 최근에는 백화점·마트 들이 문을 열면서 우편물이 특히 많아졌어요. 보통 월 근무시간이 120시간에서 150시간 정도된다고 보시면 돼요. 안 믿기시죠?(웃음)”
곽노영씨가 일하는 쌍용동 팀은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출근 후 등기·택배 물량을 수령해 우체국을 나온 뒤, 9시에 배달을 시작해 5시 까지는 집배업무를 한 뒤 사무실에 들어간다. 사무실에는 다음날 배달할 우편물들을 항목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기다린다. 자기 업무가 빨리 끝났다고 해서 먼저 퇴근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보니 힘들어도 동료들을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조금만 서로 배려 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인만큼 집배업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더 서글픈 것은 옛날에 비해 집배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는 것.
“요즘은 원하는 시간·장소로 가져다 달라는 요구가 정말 많아요. 예전에는 ‘고생이 많다’, ‘밥먹고 가라’ 하시는 분들도, 하루종일 저희를 기다리며 반기는 어르신들도 많았어요. 따뜻한 정을 많이 느낄 수 있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고지서나 가져다 주는 아저씨 정도가 됐어요.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아 좀 서운하긴 해요.”
하지만 여전히 정으로 맞아주시는 어르신들, 친절한 이웃,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곽노영 씨.
“내년이 토끼띠 해라 저도 목표를 세워놨어요. 2011년에는 전산관련 자격증도 따 볼 예정이고 동료들과 운동도 같이 해볼 생각이에요. 또 아들녀석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함께 할 시간을 좀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정말 바라는 것요? 글쎄요… 우체국 집배원들에게 조금만 더 친근하게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칭찬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정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