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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충청남도 교육감 |
중고등학교 다니던 학창시절 가장 즐거운 수업시간은 체육시간이었다. 체육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기다려졌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비록 제대로 씻지 못했지만 몸만은 개운하였다.
그 때 공주와 부여에서는 백제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에서 학생들이 참여한 대표적 행사는 가장행렬과 제등행렬이었다. 가장행렬은 낮에 참가했는데 백제 시녀로 할머니의 낡은 한복을 입고 백제왕 행차를 따랐던 기억이 난다. 제등행사는 밤에 이루어졌는데 금강백사장에서 마무리 행사를 가지며 노랫가락과 춤사위로 금강 물줄기 속에 백제의 오랜 역사를 흘려보냈던 것 같은 추억이 아스라하다.
문화가 사회구성원이 이루어 놓은 산물의 총체라면 예술은 문화의 하위개념으로 음악, 미술, 문학, 영화, 연극 등이 주 영역이라 하겠다. 그 때도 연주회나 전시회, 시낭송회, 영화상영, 연극공연 들이 다채롭게 이루어지던 추억이 그립다.
개정교육과정이 시작도 되기 전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초 교육과정에 최대한 자율을 부여해 단위학교의 특성에 따라 다양화를 추진한다는 취지와 달리 집중이수제가 왜곡되면서 일주일에 체육수업 시간이 한 시간도 없는 학기제가 운영되려 하고 있다. 심히 염려스럽다.
학생들의 건강한 체력을 위해서, 학생들의 바른 품성 함양을 위해서, 체·덕·지 전인교육을 위해서 체육과 예능교과 수업은 중요하다. 결코 등한시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는 최대한 예체능 교육이 적절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학기당 10~13 과목을 8개 과목으로 줄이기 어려워 그렇게 되었다면 교과부에서는 교육과정을 다시 개선해야 한다. 과목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교육청에서는 할 일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체육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제나 예술제, 전시회, 체육행사 등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나 지자체, 유관단체에서도 이러한 행사를 주최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문화적 기반이 없고 문화 활동이 없다면 학생들의 감성지수를 키울 수 없다. 이는 지역주민에게도 삭막하고 황량한 계절이 될 것이다.
학생과 학교의 체육문화예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1인1기 예술교육이 바람직하다. 이는 평생 자산이 되는 심미안을 키워줄 것이다. 또한 학교단위로는 1교1종목 스포츠 활동이 필요하다. 이는 건강인을 만들어 줄 것이다. 태권도, 검도, 수영, 축구 등 학교의 형편에 따라 선정하면 합당할 것이다.
지역 체육문화예술의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거점학교 운영도 필요하다. 현재 농어촌은 학교규모가 작아지고 학생 수가 줄고 있다. 적정한 규모의 음악발표회나 미술전시회를 위해서는 지역단위 거점학교를 지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협력하여 개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역교육청에서는 이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또한 평생교육 차원에서 학교 교육시설을 주민에게 적극 개방해야 한다. 지역공동체와 함께하기 위해 다목적강당, 음악실, 미술실, 체육관, 도서관, 운동장 등을 지원해야 한다. 이제까지 지자체의 대응투자로 다목적강당, 인조잔디구장 등 많은 시설이 이루어졌다. 이는 학교만의 재산이 아니다. 학생과 주민이 함께 활용할 소통과 화합의 공간이다.
9월에 충남에서 세계대백제전이 열린다. 백제는 삼국 중에서도 뛰어난 문화창조력과 예술혼을 지녔던 국가이다. 그동안 열렸던 백제문화제를 국제행사로 위상을 높이면서 ‘세계’라는 이름을 달게 되었다.
세계대백제전의 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충남의 주민이며 충남의 학생이다. 이는 충남 도민 모두가 함께 주최하는 것이다. 우리는 손님을 맞이하는 것만이 아니라, 축제를 통해 예술에 대한 격을 높여야 한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체험활동을 권장하여 나갈 것이다.
곧 교육청 조직개편이 있다. 체육문화예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팀도 신설될 것이다. 학생들이 건전한 체육활동을 통해 건강미를 물신 풍기고, 문화예술의 향기에 취해 품격 높은 문화인이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