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봉포도 재배 농민들이 예년보다 비대한 포도송이와 일찍 찾아온 착색현상에 불안해 하고 있다.
동해피해 징후, 내년재배 불투명
국내 최대의 거봉포도 주산지인 입장지역 농민들이 예년보다 보름이나 일찍 찾아온 착색현상과 비대한 포도송이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다.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겨울 혹한으로 인한 동해피해의 징후로 보인다며, 조기 착색과 비대한 송이를 생산한 포도나무는 사실상 내년 수확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겨울 동해 피해를 입은 나무가 고사 직전에 오로지 번식만을 위해 흡수한 모든 영양분을 열매로 보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러한 나무들은 올해 마지막 수확을 끝으로 곧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건강하고 정상적인 나무는 뿌리로 흡수하거나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영양분을 열매와 나무에 적정 배분하는데 반해 세력이 약한 나무는 모든 힘을 열매 생산에만 쏟아 붓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겨울 혹한피해로 쇠약해진 나무가 본능적으로 마지막 사력을 다해 열매생산에만 힘을 쏟고 결국 내년에는 죽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 99년 일본시장을 개척했던 우리영농조합법인 박현희(입장면 시장리) 대표에 따르면 “예년에는 7월말이 돼야 착색이 오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7월중순 이전에 착색이 시작됐다. 지난 겨울 나뭇가지를 묻지 않은 대부분 농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세력이 약한 나무는 포도송이가 비대하다. 결국 나무 스스로 생을 포기하고 번식에만 열중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강한 나무는 오히려 수확시기가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년에 비해 열매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 결과적으로 금년 포도수확기는 예년보다 일찍 시작돼서 늦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해피해를 입은 포도나무가 올 수확을 끝으로 고사한다면 내년에는 묘목으로 다시 심어야 한다. 포도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라서 수확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보통 3년. 결국 동해피해 농가는 2중, 3중으로 연쇄적인 고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