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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더 큰 행운을 부른다

본인의 노력과 의지

등록일 2004년07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무속신앙체험 최근 어려운 사회현상을 대변하듯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한다. 천안지역에만 1천명 이상의 무속인들이 그들의 신을 모시며 활동하고 있다.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이나 그들의 신통력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확한 물증이 없기 때문에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본보는 여름철 특집으로 그 신비한 현상들을 (사)전통문화선양회 한국무속보존협회 무속인들의 협조로 취재했다. <편집자주>재수굿 - 집안 대대로 복이 넘쳐나는구나“네가 한 상 크게 차리고 날 불렀구나.” “네-에.” “아무걱정 말거라. 모든 것이 잘될 것이니라.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자식들 효도하며, 좋은 집에서 대대로 복이 넘쳐날 것 이니라.” “아이고 감사합니다.”신당에 둘러앉은 일가족들은 연신 두 손을 모으고 부채와 방울을 흔들어대는 무당을 향해 빌고 또 빌었다. 또한 정갈하고 화려하게 잘 차려진 제단 앞에 절을 올렸다.장마와 무더위로 눅눅한 7월 중순, 비포장의 험한 산길을 지나야 갈 수 있는 북면의 한 암자에서 굿판이 벌어졌다. 일명 재수굿으로 불리는 이날 굿은 김길운(37·가명·서울시 약수동)씨가 자신의 사업번창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조상 신령을 모셔다 푸짐한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이다.김씨는 1∼3년 간격으로 이 곳 암자를 찾아 조상신령들께 지극정성을 드린다고 한다. 그러면 여러 가지 복잡했던 심신이 안정을 찾으며 새로운 생활의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오구굿 - 이모님 갈길 편안히 가세요오구굿은 죽은 영혼들을 저승세계로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해준다는 굿이다. 백미순(34·여·가명)씨는 2년전 피부암 말기환자로 병원의 사형선고를 받고 천안에 왔다. 백씨가 천안에 왔을 무렵 겉모습은 온몸에 덕지덕지 알 수 없는 종기, 부스럼 등으로 피부가 마치 두꺼비 등처럼 흉한 몰골이었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고름은 가족들조차 곁에 있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정상적으로 생활하던 백씨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피부암은 그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특히 죽음의 공포 이상으로 여성으로서 자신의 인생이 끝나버렸다는 좌절감은 차라리 당장 죽어버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수없이 갖게 했다.그러나 그녀를 위한 가족들의 노력은 애절하게 계속됐다. 가족들은 피부병 치료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 다녀봤지만 그녀의 병세는 더욱 악화됐다. 현대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초자연적인 어떤 힘이라도 동원하고 싶었다.결국 주변의 소개로 천안지역의 한 무속인 이모(72) 보살을 찾았다. 백씨를 보자마자 무속인 이씨는 백씨 몸에 죽은자의 혼이 붙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혼령을 달래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공교롭게도 백씨의 피부병이 시작된 시점이 백씨의 이모가 죽고 그의 장례식에 다녀온 이후였다. 이모의 장례식에 다녀온 후 몸에 병이 시작되었고, 백씨 몸에 암세포가 급속히 번져 죽음 직전까지 간 것이다. 당시 이모의 사인은 유방암이라고 했다. 백씨 가족은 고심 끝에 무속인 이씨의 처방을 따르기로 했고, 이틀 밤낮이 계속된 의식을 치렀다. 이틀간의 의식을 마치자 온 몸에 돋았던 종기와 부스럼 등이 바닥에 수북하게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백미순씨는 병원에서 피부암으로 진단받은 지 9개월만에 몸이 완치됐고, 현재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매년 이 무속인을 찾는다고 한다.무속연구가들에 따르면 한이 맺히거나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은 이승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영혼을 불러 맺힌 것을 풀고 잘 달래서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무속인들이 한다고 한다. “인호야, 이 새벽에 어딜가니?”천안시 모 아파트에 사는 어느 부부가 경험한 일이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자신들의 경험담을 어렵게 이야기 했다. 두 부부에게 있었던 일은 어린 아들 인호(7·가명)를 둘러싼 일이다.인호는 언제부턴가 새벽에 집을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돌아오곤 했다. 모두 잠든 시간이라 인호가 정확히 언제부터 집을 나가기 시작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아침에 아파트 현관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목격한 엄마가 전날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뿐이었다.그런데 어느 날부터 밖에 나갔다 돌아온 인호가 엄마와 아빠가 잠든 방으로 돌아와 눕곤 했다. 엄마와 아빠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밤에 화장실에 다녀온 인호가 잠결에 방을 잘못 찾아 온 것으로만 생각했다.그러던 어느 날 밖에 다녀온 인호가 잠든 엄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깊은 잠에 빠져든 엄마는 아빠의 팔이나 다리가 자신의 몸에 걸쳐진 것으로 생각하고 뿌리치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침대 밑에서 잠든 인호를 발견했다. 인호의 기이한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다음날은 도저히 엄마가 가볍게 뿌리칠 수 없는 강한 힘으로 엄마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눈을 뜬 엄마는 기겁을 하며 놀랐다.엄마는 최근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인호에게 무슨 일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뜬 눈으로 인호의 방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새벽 2시 문을 열고 나온 인호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엄마는 뒤따라 나갔다. 인호는 놀이터에 앉아 누군가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엄마는 달려가 인호를 흔들었다. 그러자 인호는 초점 풀린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이-년” 하더니 이내 쓰러져 버렸다.그때 인호의 그 표정과 목소리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그 후 인호는 정신과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주변 친지들의 권유로 무속인의 처방도 함께 받았다. 이에 대해 김창원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대부분 환자들이 증세에 따른 병원의 진단과 치료로 완치돼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다만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이 불교, 기독교, 무교 등 자신의 종교에서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간혹 목격하는데 의학적으로 설명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어라 무당집이 또 하나 생겼네천안지역에만 1천여명의 무속인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어려운 경기를 대변하듯 그들을 찾아 상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이러한 사회적 기류에 편승해 간혹 상담인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고액의 굿이나 부적을 강매하는 무속인도 있다고 한다. 특히 정도를 벗어난 일부 무속인들은 혼자 찾은 고객(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는 일도 있다고.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속인들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수양이 부족한 보살 또는 법사들이 자신의 신력을 과신한 나머지 점괘나 예언을 즉흥적으로 남발해 상담자를 큰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명산을 찾아 기도를 드린 후 제물을 무단투기하거나 방치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때론 촛불이 산으로 번져 산림을 훼손시키는 무속인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들의 말대로 신병이 주는 가혹한 시련과 고통을 거쳐 민중을 돕는 무속인이 됐으면 그에 걸맞는 자기성찰과 폭넓은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또한 무속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일부 학계에서는 무속인 자체가 일정한 제도적 교육이나 객관적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고 활동하는데 대한 우려가 크다. 조금만 신기가 보여도 일반적인 삶을 살아도 될 사람을 부추겨 내림굿을 치르게 한 후 무속인에 대한 잘못된 직업관을 심어준다고 한다.(무속에서는 누구에게나 신기가 있으나 대부분 소멸해 버리고, 극소수 신령한 인간만이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소수 인간이 바로 무당인 셈이다)언제부턴가 자고나면 ‘또 한집 생겼네’ 하는 식으로 천왕대가 우후죽순 출현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천안지역 대표적 재래시장인 중앙시장을 비롯한 구도심가는 이미 몇 집 건너 한집에 천왕대가 솟아있다. 주택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최근 장기불황 여파로 비교적 값이 싼 구도심의 빈 상가들이 신당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무속인의 집에서 풍기는 진한 향냄새와 굿하는 소리도 경우에 따라선 이웃에 큰 피해를 준다는 점도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무속인들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뚜렷하다고 한다. 소위 용하다는 무속인들에게는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상담인들이 많은 반면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무속인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젊은 무녀들이 생활고를 못이겨 노래방이나 술집 도우미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그들 사이에 나돌 정도다.나에게 재물운이 따를까요언제부턴가 갑판 신문 하단을 장식하는 족집게 신점예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만큼 그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매매, 이사, 애정, 삼신, 부부갈등, 취직, 승진, 영혼, 사업흥망, 관재수, 매매, 학과선택, 궁합, 해몽까지 그들이 관여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과연 이 모든 문제들이 신의 영역에서 결정된다면 인간의 노력은 부질없는 것일까. 무속인 서모 법사는 “먹고 살 만할 때는 배우자의 불륜에 관련된 상담이 많더니 최근 경기불황 여파로 직업이나 사업, 재물운 등을 상담하는 사례가 많다”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인의 노력 없이 승진, 사업번창, 재물축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아무리 조상신령이라 할지라도 “자손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승진운이나 사업운을 주고 싶어 하지, 빈둥거리며 요행만 바라는 자손에게 돕고싶은 마음이 생기 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신령을 모시는 무속인들의 역할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인간이 추구하는 일에 강한 기운을 실어주고, 불안요소를 없애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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