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 35·서울신용평가정보(주) 천안사무소장경기불황 여파, 채권추심의뢰 전년대비 40% 증가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불량채권을 떠안고 고민하는 채권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여파로 돈을 대신 받아주는 채권추심업무를 전담하는 신용정보회사에는 올 들어 불량채권 상담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채권추심은 한 때 사설업체나 용역회사 등을 통해 일부 제도권 밖에서 음성적으로 진행돼 왔다.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허용된 것은 지난 95년 무렵이다. 최일선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은 전직 경찰관, 금융인 등 결코 빠지지 않는 직업인들이다. 그들은 안정된 일자리보다 일한만큼 버는 억대연봉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어 상당한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천안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99년 문을 연 서울신용평가정보(주) 천안사무소를 찾았다. 이 곳은 올 들어 매월 3백여건의 상담의뢰를 받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벽에 붙여진 ‘방치채권과의 전쟁’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들어왔다.▶신용정보회사에서 주로 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신용조회, 평가, 관리 등 다양한 일을 한다.그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행하는 업무가 채권추심이다. 채권추심은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채무자에 대한 재산을 조사한 후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변제를 촉구하고 수령하는 등 채권자를 대신하는 업무다.▶복잡하게 얽힌 채무관계를 대신 해결해주는 일이 쉽지는 않을텐데- 채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기는 했지만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의 입장에서 채무자 앞에 서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수소문한 끝에 채무자를 찾았지만 하루하루 생활하기도 힘든 상황의 채무자를 접했을 때 가장 난감하다.▶의뢰받은 일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 빠른 경우 단 하루만에 종결되는 경우도 있고,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최근에는 채권자들이 상당한 관련지식을 습득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때문에 의뢰를 맡기는 일 자체가 난해한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서는 채무자의 변제능력이 당장 없을 때 분할상환 등 절충안을 찾아주기도 한다.▶천안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동향이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면- 천안과 아산을 비롯한 충남지역에서 눈에 띄는 현상은 담보로 잡혀있던 토지, 건물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채무자들의 입지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토지나 공장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았던 사업자들이 원금은커녕 상환능력이 없어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땅값이 오르자 땅을 처분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롭게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이 충남지역에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방치채권을 소지한 사업자에게 한마디- 일부 악성 채무자들은 도피하거나 재산을 은닉한 채 오히려 큰소리치거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동정심을 구하기도 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기도 했다. 어차피 떼일 돈이라고 포기하기 전에 한 번쯤 희망을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