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원’대표 정하원씨는 그저 옛것이 좋아 30년 공직생활 기간 모아온 민속품들을 모아 소박한 전시관을 꾸몄다.
30여년간 수집한 민속품이 수북, 이젠 필요한 곳으로“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혹시 아십니까. 이 물건은 좀 특이하군요.”“글쎄요. 식견이 짧아 정확히는 모릅니다. 저도 누군가 이 물건에 대한 감정을 해줬으면 좋겠네요.”천안시 유량동 태조산공원 진입도로. 언제 지었는지 50평 남짓 천막에 ‘민속품·골동품 사고 팝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농촌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섯이나 각종 작물을 키우는 시설하우스처럼 생긴 민속품 전시장이다.전시장 입구부터 정원 장식용으로 보이는 화강암 소재의 물건들과 투박한 옹기들이 늘어서 있다.잘 꾸며진 전시관은 물론 아니다. 주인이 손수 짠 듯한 나무선반 위에 오래전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생산연대는 물론 용도조차 추정키 힘든 물건도 눈에 들어온다.커다란 통나무 속을 파서 소먹이를 주던 구유, 짚으로 엮어 만든 각종 생활도구, 어느 가정에서나 볼 수 있었던 추 달린 벽걸이시계, 나무를 직접 다듬어 만든 밥상, 할머니의 전유물이던 작은 농, 컴퓨터에 밀려 자취를 감춘지 오래된 타자기, 곡식을 저장하던 뒤주 그리고 측정용 말과 됫박, 60~70년대 히트곡이 담긴 레코드판 등이 진열돼 있다.크기나 용도가 제각각인 각종 옹기들도 즐비하다. 일반 옹기에서 찾기 힘든 음각과 양각이 조화를 이룬 것도 있고, 주전자처럼 옹기에 배출구가 달린 것도 있다.집에서 오빠나 언니가 미술숙제로 그렸을 것 같은 빛바랜 인물화가 나무틀에 고정돼 있다. 둘둘 말아놓은 고서와 한지 뭉치에는 누군가 붓글씨를 연습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유명한 작가의 서예작품일지도 모를 한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든 민속품 전시관인 ‘예원’ 정하원(60) 대표에게 전시관을 열게 된 사연을 들었다.정 대표는 “공직생활 30여년간(EBS 방송국에서 각종 미디어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업무를 담당했다고 한다.)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옛것들이 그저 안타까워 하나 둘 모으던 것이 어느새 쌓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수집하던 민속품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필요한 곳으로 가고, 또 다른 민속품들을 수집하기 위한 장소로 이곳 예원을 택했다. 예원이 문을 연 것은 불과 열흘 남짓, 때문에 방문자들에겐 큰 기대를 갖고 오진 말라고 당부했다. 잘 꾸며진 전시관도 아니고 자신 역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이다. 반면 허식의 굴레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오가며 지역 문화의 사랑방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정 대표는 자신이 수집한 민속품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옛 문헌이나 고서 등을 탐독하며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민속품을 처음 접할 때 생소한 물건이거나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안목이 넓은 분들이 많이 찾아와 서로의 지식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공직에 있는 동안 틈나는 대로 모았다는 정 대표의 민속품들이 이제는 퇴직한 정 대표가 살아갈 새로운 인생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문의:☎523-1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