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이정록, 신향수, 정재현, 이용국
연초부터 폭설, 혹한으로 시작된 시련이 사상 유례없는 가뭄으로 이어져 농촌 들녘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영농을 펼치고 있다.
때맞춰 배낭을 짊어지고 나타난 대학농활대는 오랜 가뭄의 단비처럼 농촌지역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지난달 25일(월) 풍세면 용정리 단국대 농활대를 시작으로 오는 22일(일)까지 계획돼 있는 천안지역 농활일정은 지역농가에 커다란 활력을 주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기술봉사
한국기술교육대(천안시 병처면)는 학교에서 갈고닦은 전공 실무능력을 바탕으로 기술봉사활동에 나섰다.
지난달 29일(금) 동면 장송초등학교에 캠프를 설치하고 예취기나 일반 농기계수리를 해주며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야간 운행을 위한 경운기 화물적재함 교환과 수리, 안전장치, 야광페인트칠 등 학생들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농기계뿐만 아니라 삼성, LG, 대우 등의 기술지원을 받아 가전제품 수리와 가정용 전기장치 안전점검, 전기불량, 노후배선, 전기장치, 보일러, 가스점검, 컴퓨터 등을 수리하는 작업도 펼쳤다.
기술봉사는 총 70명의 학생 및 연구원이 나섰으며, 사회로 진출한 일부 졸업생들이 합류해 후배들을 격려해 주기도 했다.
공욱성(26·기계공학부 3년)씨는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현장에서 실습하는 기회도 갖고, 어려운 농촌주민들께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장난 이앙기와 경운기를 끌고 나온 이두영(70·동면 동산2리)씨는 “무더운 날씨에 따가운 햇볕도 마다 않고 땀흘려 도와주는 학생들 마음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새벽 6시부터 밤늦도록 시골 마을의 불을 밝히며, 용접불꽃을 튀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국내기술을 이끌어갈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값지게 느끼겠습니다”
“강의실 수업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먹거리를 힘들게 생산하는 농촌현실을 느끼는 것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고 소중하기에 찾아왔습니다.”
단국대 농활대 1팀은 풍세면 용정4리에 캠프를 차렸다.
온몸에 흙과 땀이 범벅이 된 채 함박웃음을 머금은 정재현(21?단국대 일문과 2년)씨는 논 잡초제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며,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이 이처럼 힘들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자식처럼 대해주는 주민들을 보니 힘들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팀을 이루고 있는 새내기 신향수(19?어문학부 1년), 이정록(20?생명자원과학부)씨도 이번 농활이 힘들지만 소중한 시간이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주변 동료들까지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그리고 이곳에서 주민들이 건네는 모든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을 경운기에 태우고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이용국(55?풍세면 용정4리)씨는 “가장 바쁜 시기에 한낮의 땡볕도 마다 않고 도와주는 학생들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사가 아닌 현장체험
광덕면 광덕2리에 농활캠프를 설치한 한국기술교육대 30여명의 학생들은 ‘농촌봉사활동’이 아닌 ‘농촌현장체험활동’임을 강조했다.
기술대 농활대장 천민호(메카트로닉스 공학부 4년)씨는 “단순히 도움을 주는 봉사의 개념보다는 현장을 몸으로 느끼는 삶의 체험의 의미를 새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새벽 5시30분에 기상해서 저녁 6시 농촌현장체험을 마치고 석식 후 다시 스스로 평가시간을 가지는 엄격한 시간관리를 해 나갔다.
광덕면에 파견된 농활대는 자연재해 복구라는 특별한 체험을 했다. 농활기간 내린 비로 인해 김영철(광덕2리)씨 담배 밭의 작물들이 모두 넘어져 일으켜 세우는 작업.
“단 몇 시간 내린 비로 일년 내내 땀흘려 가꾼 농작물을 한 순간에 앗아갈 수 있다. 농민의 의지나 노력만으로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참담한 농촌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들은 지난 3일(화)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느끼는 자리를 마련했다. 처음엔 서먹서먹했던 주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 앞에서 장기도 선보이며 떠나는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