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 늦었어도 올해 밭농사는 포기할 뻔했어. 왜정, 6·25 다 겪어 봤지만 70평생 이처럼 달콤한 비 맛은 처음이야.”
정태모(74·광덕면 대덕2리)씨는 메말라 먼지만 날리던 밭을 축축이 적셔주는 비가 그리도 고마울 수 없다며, 늦어진 일손을 재촉했다.
정씨는 지난 17일(일) 밤부터,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밤이 빨리 새기만을 기다렸다. 새벽이 밝자 그는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원 없이 바라봤다.
또한 계절이 바뀌는 것을 70여년간 보아 왔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곡괭이로 파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하게 굳었던 농토가 이제는 손으로 헤집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콩과 팥을 심을 것이라며, 괭이질을 하자 움푹움푹 파이는 촉촉한 땅이 모든 시름을 한 순간에 잊게 해줬다.
17일(일) 밤부터 이틀간 천안지역에 내린 비는 직산면이 1백11㎜로 가장 많았고, 가장 적게 내린 목천면이 73㎜를 기록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단비는 천안지역에 평균 88㎜를 기록하며 농촌지역의 가뭄을 상당부분 해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만의 혹독한 가뭄은 이번 비로 상심과 시름에 잠겨있던 농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줬다.
“이제 이번 비가 풍성한 결실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분주하게 일손을 놀리는 농부들의 모습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