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래없는 가뭄이 전국적으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 농촌지역에서도 수많은 농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뭄피해 지역은 지금 당장 비가 오더라도 수확 자체가 불투명한 작물이 많고, 아예 파종조차 못한 경우도 즐비하다.
이에 올 1년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마저 속출하고 있다.
천안시가 지난 11일(월) 밝힌 천안지역 가뭄피해 조사결과 총 34㏊(10만2천평) 면적의 논에 이앙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천안시 집계결과에 따르면 동면(광덕·화계·덕성·수남)지역의 피해가 15㏊로 가장 크고, 다음은 병천, 북면, 풍세가 각각 3㏊, 성환, 직산, 광덕, 목천이 각각 2㏊, 성거, 수신이 각각 1㏊씩 미이앙 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일선 농가에서는 천안시가 밝힌 34㏊의 면적은 전체 피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실질적인 피해집계 자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모내기를 끝낸 논에는 더이상 물 공급을 하지 못해 메마른 곳이 즐비하고, 밭작물도 수분을 공급받지 못해 고사하거나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성환, 입장, 직산, 성거 등 과수단지에서도 이제 막 맺히는 열매들이 떨어지고 있고, 가지뻗침이나 기타 생육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2일(화) 김대중 대통령의 가뭄피해 극복에 대한 담화문에 일선농가 도처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년 농사를 망쳐버린 심각한 상황인데 아직 이렇다할 피해조사조차 안된 점, 가뭄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가, 정부의 재해대책비 지원과 영농자금 지원의 한계 등을 지적했다.
한해가 극심한 지역엔 더이상 끌어들일 물이 없는 곳이 많다.
이미 모든 물이 말라 있다.
동면 광덕리 이창남(59) 이장은 “관정을 파기 위해 업자를 불러도 고개만 내젓고는 돌아서 버린다. 시에서 관정을 하나 지원해 줬지만 마을 전체 모내기를 마치려면 이달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논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미 모내기를 마친 논엔 땅이 갈라져 작물이 살아남을 것 같지 않다. 물을 대고 있는 논은 하루종일 물을 끌어 들여도 먼지가 날렸다.
시골의 민심도 흉흉해지고 있다. 농업용수 이용을 둘러싼 이웃간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한해 지역의 한 농민은 관정업자의 무성의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미 수차례 시도끝에 물을 찾지 못해 포기했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더 파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천안시, 17억4천만원 투입
천안시는 이번 가뭄과 관련 총 17억4천만원을 들여 4백27건의 대·소형 관정개발, 하상굴착, 소류지 준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밭작물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대파작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비 8억6천만원을 들여 12개소의 대형관정 37개소의 하상굴착 등을 추진한데 이어 추가로 국·도비 8억8천만원을 더해 대형관정 11개소, 소형관정 60개소, 하상굴착 18개소, 소류지 준설 8개소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번 가뭄으로 농작물이 말라죽을 경우에 대비해 들깨와 콩 등의 종자를 구입해 대파작물을
준비하고, 농업기술센터에 육묘장을 설치해 피해농가에 무상공급 예정이라고.
또한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부족일손에 대해 군부대 등의 협조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지원신청은 천안시 농정과(T550-2380∼5)나 각 읍·면·동 사무소에 신청하면 된다고 밝혔다.
가뭄대책 시민제안 눈길
이번 가뭄을 둘러싼 각계 의견이 다양하다.
천안시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우리나라 강수량의 3분의2가 여름 장마철에 집중돼 봄, 가을에 물이 없어 고통을 겪게 된다며 댐건설을 주장했다.
천안시는 광덕면 보산원 뿐만 아니라 원덕, 대평, 유천리 일대에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위한 갈수조정댐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
또다른 네티즌은 가뭄시에 10% 절수에 동참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무거운 할증요금을 부과시키는 등 강제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밖에도 제한급수에 따른 지역별 고충과 극복방안 등이 시민 자발적인 의견개진으로 그 실효성 여부를 떠나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천안시수도사업소는 날씨가 무더워지고 있는데도 불구, 시민들의 자발적인 절수 참여로 현재 사용량은 지난 5월보다 오히려 다소 줄었다며, 성숙된 시민의식이 돋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