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 겪어. 어쩌자고 비 한 방울 안내리는지. 이맘때면 모내기 다 끝내고 한숨 돌릴 땐데, 아직 물도 못 대고 있으니 큰 일여…”
이남훈(62·천안시 동면 광덕리)씨는 물기 한 방울 없이 메말라 있는 논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연신 담배만 물고 있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논바닥은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다. 2∼3개월 전 갈아놓은 논바닥은 로타리 자국만 선명하게 남긴 채, 그대로 굳어 있다.
다른 마을은 모내기라도 했다는데, 아직 물조차 대지 못하고 있으니, 금년 농사는 어찌될 것인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먼지만 풀풀 날리는 이 곳이 초여름의 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그저 막막하고 답답한 심정뿐이다.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제 한숨조차 안나와! 마을에 있던 저수지도 바닥났고, 관정을 뚫어도 물길이 보이지 않아. 제엔장!”
이씨는 바짝 마른 논바닥 이상으로 메말라 갈라진 입술 틈새로 타들어 가는 담배필터의 열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농촌 들녘 곳곳엔 이씨처럼 마른침을 꾹꾹 삼키며, 쉰 소리로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농민들의 절규가 너무도 처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