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에게 우리 볏집을 배불리 먹이면 조사료값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낙농가에게는 안정적인 조사료 공급을, 수도작 농가에는 친환경 농업을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벼베기가 한창인 요즘 콤바인(벼베는 기계)을 뒤따라 다니며 볏집을 한데 모아 묶어 포장하는 낯선 기계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원형베일링’으로 불리는 이 낯선 기계는 콤바인이 벼베기와 탈곡을 마치고 지나가며 남긴 볏집을 거대한 흡착기로 끌어모았다 단단하게 뭉쳐 다시 내뱉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장비를 운영하는 서동욱(성환읍 수향리)씨는 “벼를 베자마자 푸른 빛을 띤 상태로 볏집을 포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가 최적의 수분과 영양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원형베일링’으로 단단하게 묶은 볏집은 다시 ‘랩핑기’라는 기계로 밀봉 포장한다. 밀봉포장에 앞서 반추(되새김질)동물에게 위장의 균형을 유지시켜 줄 유산균을 살포한다. 이렇게 포장된 볏집은 영양상태가 잘 유지되고, 2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원형베일링’이란 장비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우리 땅에서 키우는 소를 우리 땅에서 생산된 볏집을 이용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1백30두의 젖소를 사육하는 낙농인 최선규(43·성환읍 양령리)씨는 “국내 낙농가 대부분이 1㎏당 5백원 안팎의 달러를 지불하며 출처마저 불분명한 수입산 건초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입산 건초 대신 우리 볏집을 이용하면 낙농가의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밀봉포장된 볏집은 소가 잘 먹고, 영양면에서도 건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낙농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볏집을 제공해주는 수도작 농가에는 토양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축산분뇨를 논에 살포해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일일이 확인이 어려운 외래종 식물이나 병해충이 수입산 건초에 섞여 들어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특정 개인이 운영하기엔 장비값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천안에서는 성환읍에 단 1대가 보급된 상황이다. 이에 최선규씨 등 낙농가에서는 읍·면당 1대씩 공동운영할 수 있도록 시의 예산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최선규씨는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 생산기반 구축, 축산농과 수도작농의 상호교류 등 다양한 이점을 지닌 우리 볏집 조사료화는 민관이 협력해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