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소득으로는 생활 자체가 어렵다며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쌀농사를 부업삼아 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요즘 농촌 들녘에선 몇 가지 두드러진 현상이 있다. 농업을 부업으로 삼으며 도시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다. 특히 천안시는 급속한 도시개발붐이 일며 폭등한 땅값에 기대며 전답을 처분해 아예 농업을 정리할 계획을 갖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띈다.“더 이상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농업에 매달릴 수는 없다. 농사만 지어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된다. 도시에 나가서 막노동을 해도 반년 안에 일년 농사 수익금은 건질 수 있는데 누가 농사 지으려 하겠나.”풍세면 용정리 곽 린(51)씨는 스무마지기(4천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매년 60여가마의 쌀을 생산한다. 생산비를 제외하면 1000만원 남짓 수중에 떨어진다. 월평균 80∼90만원에 불과한 액수다.“막내가 대학 3학년인데 등록금과 교통비, 식대, 책값 등 일년에 최소 천만원은 쓴다. 일년 농사지어서 막내아들 생활비 대기도 빠듯하다. 이제 농촌에는 노령인구밖에 없는데 앞으로 누가 농사지을 지 걱정이다.”곽씨는 일년 중 절반 이상을 도시에서 노동을 통해 수익을 충당한다. 그의 부인 역시 공장 근로자로 일한다. 곽씨부부 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대부분 중장년층에서는 쌀농사가 부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무슨 일을 하면 돈을 좀 만져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 2년 전부터 공장에 다니고 있다. 지금은 수확기라 잠시 농촌일을 하고 있다. 수확이 끝나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것이다.”김영석(40·가명)씨의 말이다.김씨는 매월 정해진 급여와 휴일, 수당까지 받아가며 공장생활에 매우 익숙해져 있었다. 이젠 그에게 농사가 낯선 일이 돼 버렸다. 그나마 조금 남은 땅도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는 자본가만 나타나면 여지없이 팔아치울 기세였다.“도시에서 어떤 일을 하건 반년 품삯이 여름내 땡볕에서 농사지은 수익보다 적지 않은데 농사에 굳이 목맬 필요가 있는가.”김씨의 냉소섞인 말이었다.쌀농사 이외엔 특별한 영농기술도 없고, 자본도 없으며, 다른 작목으로 전환 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고령화되고 황폐화 되는 농촌. 젊은 농민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농촌붕괴 징후인가. 자본가를 등에 업은 부동산에서는 이러한 매물을 찾아 나서며 매매를 충동질 한다. 곽 린씨는 “몇 억짜리 땅에서 일년에 몇 백만원도 안 되는 농사일을 한다는 자체가 어쩌면 더 모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에서조차 농업과 농민을 가장 걸림돌로 생각하는 눈치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귀농인들도 다시 도시로 떠나고 있다. 도시 경기가 회복되거나 살기 좋아서가 결코 아니다. 농촌에서 더 이상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긍종씨는 “옛날에는 열심히 일해서 땅 한평씩 늘리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농사지어서 농토를 마련한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농토는 농민들의 것이 아닌 도시 자본가들의 손으로 대부분 넘어간 상황이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