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3단지 건축물 철거작업이 위협적으로 진행돼 미이주 세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위협적인 철거작업에 불안, 미이주 세대에 중장비 침범하기도“삼풍백화점 붕괴나 9·11 테러사건때 건물 더미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의 공포심이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었다.”얼마전 박은옥(40·여)씨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극심한 공포심을 경험했다. 박씨는 지난 20일(토) 오전 9시30분경, 남편과 두 자녀를 각각 일터와 학교로 보내고 집안일을 하던 중 갑자기 자녀들 공부방으로 튀어 들어오는 중장비의 굉음을 들었다.아이들의 공부방은 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유리창이 부서지며 튀어들어온 유리 파편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아이들이 없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만일 책상앞에 누군가 있었다면 큰 봉변을 당했을 상황. 새파랗게 질린 박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건물 또는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조차도 확인하지 않고 강행한 아파트 철거공사는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다.현재 이곳에는 박씨와 같은 처지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민이 17세대나 된다. 재건축을 위한 철거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주공3단지는 지난 5월15일부터 9월14일(일)까지 이주기간으로 정해 재건축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임시거처를 마련토록 이주시기를 공고했다.총 4백50명의 조합원 대부분은 기간 내에 이주를 완료했으나 나머지 17세대는 사정상 이주가 늦어졌다. 박씨나 김씨도 이들 중 한 명이다.박은옥씨는 “9월 초에 입주키로 한 집에 사정이 생겨 부득이 25일로 늦어지게 됐다. 조합 측에 사정을 이야기 하니 편히 있으라는 답변을 듣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이런 일이 발생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조합원 김영민씨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인권유린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조합과 시공사에서 이주기간으로 정한 9월14일 이전인 8월 말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돼 주민들을 불안케 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섀시가 바닥으로 던져지거나 유리가 깨져 파편이 튀는 소리는 전쟁터에서나 있을 법한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또한 각 세대로 이어지는 가스배관과 계량기 등 가스설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던져지는 섀시 등 철거자재들도 위험천만이었다.김영민씨는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를 강행하면서도 미처 이주하지 못한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합원에 대한 안전과 편의를 무시한 위협적이고 몰아내기식 철거작업은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시공사인 신성건설 관계자는 “이주기간 이내의 작업은 가벼운 해체작업이었다”며 “다소 와전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또한 “철거작업을 실시하던 중 실수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 미이주 세대가 각 동마다 분산돼 있어 작업상 착오가 있었다”며 “미이주세대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주의하겠다”고 말했다.주공3단지 재건축은 오는 12월 착공해 2006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4만2429㎡부지에 43평 60세대, 32평 6백14세대, 24평 3백55세대 등 총 1천29세대 규모다. 이중 4백62세대 조합원 분양을 제외한 5백67세대는 일반인에게 분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