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농축산물류센터에서 전시, 판매되었던 수입농산물과 외지생산 쌀.
도라지, 도토리묵, 콩나물, 두부 등 수입산 농산물 전시판매
농민회 항의 잇따르자 철수 약속도라지, 두부, 도토리묵, 콩나물, 숙주나물, 포도, 파인애플, 자몽, 레몬, 오렌지… 지난 1일(월) 천안농민회가 중부농축산물류센터(대표 유종준·중부물류) 매장에서 조사한 대표적인 수입농산물이다.
또한 무슨 이유인지 제주산으로 표기됐던 원산지가 ‘중국산’으로 정정된 것도 있다.
천안농민회는 지난달 19일(토) 중부물류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대한 항의방문을 통해 수입농산물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보름이 경과한 지난 1일(금) 중부물류를 재방문한 천안농민회 류진형 사무국장은 “오히려 당시보다 늘어난 수입농산물과 진열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전에 없던 도라지, 도토리묵, 콩나물, 숙주나물 등이 판매되는 것을 보고 할말을 잊었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을 둘러본 전농 천안·연기·공주농민회 회원은 중부물류의 수입농산물 판매행위가 생산자 보호라는 당초 설립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며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기호변화나 대체유발 등 그 파장은 막대하다는 것.
특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문제로 가장 민감한 천안지역에서 칠레산 포도판매는 농민을 더욱 자극했다.
현재 천안지역의 포도와 도라지 생산규모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우수한데도 불구, 지역밀착형 경영을 외면하는 처사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중부물류에서 소매되는 쌀은 이천, 발안, 강화, 화성, 여주, 철원, 담양 등 외지에서 생산된 쌀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충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는 충남쌀 위주의 판매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 당위성으로 지방정부와 지역생산자단체 등에서 공동출자한 지역자본으로 설립된 회사며, 이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천안·연기 농민회원 3명은 중부물류 유종준 대표이사와 면담을 통해 이상의 내용을 전달하고 수입농산물의 철거를 요구했다.
농민회의 주장에 대해 유종준 대표는 “도라지, 콩나물, 숙주나물, 도토리묵까지 수입농산물이 판매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농산물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구색 맞추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매사업이 핵심이고, 소매는 전체 사업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충된 이견대립이 1시간 가량 지속됐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충남도청 남궁 영 유통과장의 중재로 수입농산물 전면철거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이에 농민회 측은 이달 말로 계획된 중부물류의 재오픈 행사에 전농 충남도연맹 차원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하지 않는 신뢰있는 중부물류’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대형 현수막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중부물류(충남도 41%, 농협중앙회 21%, 천안시 8%, 천안·아산·논산·연기·부여 등 생산자단체가 5백24억원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회사)는 지난 97년 11월 착공해 99년 9월 개장했다.
여록-무책임한 발언
“다른 매장서도 수입산 농산물에 대해 이 같은 항의를 할 수 있는가.”
중부물류 대표와 농민단체의 면담석상에서 중부물류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이는 중부물류가 수익창출을 최우선시 하는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다는 말인지, 아니면 지역이나 생산자 단체와 무관하다는 말인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이날 수입농산물에 대한 항의에 대해서도 중부물류 측은 소비자들이 수입농산물로 구색을 갖추지 않을 경우 다른 매장으로 발을 돌릴 수도 있다며, 수입농산물 판매는 소비자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농민회는 다른 모든 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하더라도 중부물류만이 유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우리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확보와 또 다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99년 10월 중부물류는 “본의 아니게 일부 수입농산물을 취급했으나 문제가 되었던 수입농산물 전량을 매장에서 철수한다. 앞으로 우리농산물 판매확대를 통해 배전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지역의 각 언론사에 전송한바 있다.
막대한 지역자본을 토대로 출발한 중부물류가 당초설립 취지대로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