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죽음은 국내농업을 벼랑끝으로 몰고 간 위정자들이 저지른 타살이다.”천안시농업경영인회 황형석 회장은 농업경영인복지회관 대회의실에 안치된 분향소에서 향을 사르며 말했다. 지난 11일(목)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풍요를 상징하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악천후로 도시서민층과 농촌 들녘의 한숨 속에서도 명절을 맞아 조상님을 모시는 숭고한 의식이 진행됐다.같은 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리고 있던 머나먼 이국땅 멕시코 칸쿤에서는 농업개방 협상반대를 외치며 농민운동가 이경해(56)씨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전 회장인 고 이경해씨는 지난 90년부터 가속화된 세계 농산물 무역의 재편과정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실천한 농민운동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이에 전국 각지에서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돼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천안시농업경영인회 복지회관에 안치된 분양소에는 성무용 천안시장, 전용학·함석재 국회의원, 장상훈 천안시의회 의장, 곽호설 농협시지부장, 정진옥 천안농민회장를 비롯한 각급기관, 단체 또는 개인의 행렬이 이어졌다.천안시농업경영인회 황형석 회장은 “고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우리나라 농업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세계무역교역량 11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해 회복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농업의 죽음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