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에 걸린 노영옥이 누굽니까. 유명하신 분인가 보죠?”서글서글한 인상에 일류 백화점 수준의 친절과 서비스, 밭에서 갓 따온 싱싱하고 탐스러운 거봉포도를 내놓는 그녀는 인심좋은 거봉포도 아줌마다.‘노영옥과 함께하는 입장거봉포도’. 입장시내에서 진천으로 이어지는 도로변의 한 거봉포도 직판장 이름이다. 노영옥(35·입장면 독정2리)씨는 이 곳에서 거봉포도를 판매하고 있다. 평생 입장거봉포도와 함께 살아갈 농촌 아줌마의 이름과 양심을 원두막의 주제로 설정한 것이다. 그곳엔 입장을 대표하는 거봉포도 이외에도 직접 생산한 청포도와 캠벨 품종이 함께 진열돼 원하는 사람에게는 즉석에서 모듬세트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가끔 집에서 직접 기른 호박이나 기타 농산물을 덤으로 얹어주기도 해 지금은 제법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다.그러나 가끔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손님들이 찾아와 속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알아서 넉넉한 덤을 얹어 줬는데도 억지를 써가며 욕심을 부리거나, 바쁜 틈을 이용해 돈을 덜주거나 계산조차 않고 도망치는 사람까지 있다.‘리콜제’까지 실시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이 있지만 이런 일이 생기면 억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웬만한 일은 무덤덤하게 애교로 넘어가지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심한 경우엔 그 후유증이 며칠씩 가기도 한다.이럴때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현실에서 힘들게 농사지은 수확물이 정당한 대가도 못받은 채 강탈당하고 무시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노영옥씨가 입장거봉포도와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0여년 전. 고향이 입장인 남편 이상규(40)씨를 만나면서 부터다. 결혼전 노영옥씨는 서울에서, 이상규씨는 인천에서 각각 직장생활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부모님을 모신다며 귀농결심을 노영옥씨에게 전했다. 당시(1993년) 노영옥씨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준비도 없이 농촌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1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노영옥씨는 능력을 인정받던 남편이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노영옥씨 자신도 농촌이나 농사일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가끔 농촌드라마 ‘전원일기’를 통해 간접체험한 것이 전부. 노영옥씨에게 농촌생활은 결코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 때 뱃속에 있던 창석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4학년(양대초)이 됐다. 두 살 아래인 둘째아들 정석이와 함께 두 아들은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고 있다. 귀농 11년차 노영옥씨는 요즘 어느 시골아낙 못지 않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된 농사일부터 원두막 판매장(☎019-414-4771) 일까지. 집안일은 돌볼 겨를조차 없이 과수원과 원두막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부농의 꿈을 일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