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싸, 백두산에 도착해서 조금만 쉬었다 갑시다.”
“우리는 아직도 평택 기지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어느 세월에 평양까지 달려가누.”
시끌시끌 윷가락 던지며 나누는 대화가 어딘지 어색하고 생소하다. 그러나 말판과 규칙을 살펴보니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21일(목)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12개 시·군 농민들이 태조산공원 광장에 모여 ‘통일윷놀이대회’ 한판을 벌였다.
윷 한벌(4개)로 승부를 벌이는 전통 윷놀이를 변형시켜 3벌(12개)의 윷을 같은팀 3명이 동시에 던져 윷면에 표시한 검은색점(전진)과 빨간색점(후진) 갯수를 계산해 말판을 쓰는 경기다.
말은 한 팀에 한 개씩이며 통일을 향해 함께 나간다는 의미로 상대가 머무는 지점에 도착해도 잡지는 못한다.
다만 말꾼은 각자 상대팀 말을 대신 옮기면서 상황에 따라 갈래길에서 방해공작을 펼치는 것은 가능하다.
말판은 한반도 지도를 배경으로 충남을 출발해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남·북한 주요 지점을 거쳐 다시 충남으로 먼저 돌아오면 이기는 경기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시와 6·15 공동성명을 발표한 평양시, 핵폐기장 문제로 떠들썩한 부안군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로 축제분위기인 대구시, 제주도와 백두산, 지리산과 금강산, 서해와 동해, 판문점 교착지 등 통일로 가는 모든 길목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주한미군 이전지역인 평택을 비롯한 몇몇 지점에서는 한미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자는 뜻에서 상대팀에 한 판을 양보하며 잠시 머무는 지점으로 설정됐다.
함경북도의 김책시, 중강진 부근의 김정숙군(郡)과 김형직군 등 북한의 새 지명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됐다.
대회를 주관한 천안농민회(회장 정진옥) 김정수 총무부장은 “통일을 향해 한 구간씩 내딛는 주요 길목마다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현대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