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시내버스 위험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차로 꼬리물기, 대놓고 신호무시, 급출발에 급정거 등. 게다가 일부 운전기사의 불친절은 도를 넘는다.
그간 수없이 교육도 하고 캠페인도 벌였으나 ‘2022년 천안시 교통문화지수’는 여전히 하위권. 특히 시내버스 기사들의 문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최근 천안 시내버스 운수종사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상반기 친절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운전종사자의 서비스마인드 개선, 고객 응대요령, 불만고객과의 원만한 소통방법 등도 배웠다. 정규운 시 대중교통과장은 “일부 시내버스 운수종사자들의 승객에 대한 불친절, 난폭운전 행위가 이번 교육을 통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건 일말의 희망이었던가.
이런 운전기사 만나면 ‘시민불행’
8월 중순의 어느 날. 늦은 오후 천안서부역에서 출발한 3번버스가 ‘도마’ 위에 올랐다.
승객이었던 사람이 상기된 얼굴로 이 버스 운전기사의 행태에 분노하며 당시 상황을 소나기 퍼붓듯 쏟아냈다. 맨 처음 한 말은 ‘그건 버스가 아니라 롤러코스터였다’고 했다. 시종 승객에 대한 배려 한 톨 없는, 급격한 운전은 두 손으로 무언가를 꽉 잡고 있지 않으면 넘어지고 구를 거 같았다고 했다. 여성 분이어서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운전기사의 운전행태가 그래서야 되겠는가.
그녀가 분노한 두 번째 이유는 ‘하차벨을 무시했다’는 것. 내려달라 연거푸 소리쳐서야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정류장에서 한참을 지난 후였다. “잘 못들었다”는 기사의 해명이 있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싶기도 하다.
그 다음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할머니 한 분이 내리려다 버스가 출발하면서 도로에 자빠진 것이다. 먼저 내렸던 사람들은 ‘커다란 소리’에 놀라 뒤를 쳐다봤고, 넘어져 있는 할머니를 보게 됐다고 한다. 기사는 이마저도 ‘다 내렸는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한다.
이후 조용히 처리하려는 기사와, 할머니의 심신을 걱정하는 가족들간의 사태수습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할머니는 병원으로 향했다.
상황이 이런데, 버스회사에 기십억의 보조금을 주고 관리감독하는 천안시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하차거부가 확인되면 행정처분(과태료 20만원), 하차 전 출발이 확인되면 10만원의 과태료 부과가 전부다. 버스가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는다면 민원인은 교통사고 접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천안시는 버스회사에 난폭운전에 대한 내용을 전달해 교육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변이다. 운전기사에 대한 3진아웃제 같은 것이 있지만 아직 한번도 그로인해 퇴출시킨 적이 없는 버스회사. ‘버스에서 종종 다치시는 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별건으로 단순처리하며 수습할 뿐이다.
민간에 답없다? … (준)공영제로 전환중
천안시는 지난 7월5일 오전 시청 소회의실에서 지역 내 시내버스 3사인 보성여객, 삼안여객, 새천안교통과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은 박상돈 천안시장과 시내버스 3사 대표이사를 비롯한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각 기관은 협약에 따라 시민들이 서비스 개선을 체감할 수 있는 천안형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스마트교통혁신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효율적 추진을 위해 ‘시-시내버스3사 소통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앞으로 소통협의회는 정기적인 회의를 열어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방안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방법 ▲운행 및 정산관리시스템 사용 ▲운수종사자 1일2교대제 도입 ▲책임노선제 전면전환 ▲패널티 및 인센티브 제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천안시 설문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선호하는 운영체계 개편방안은 준공영제(57.35%), 공영제(33.6%), 민영제(3.8%) 순으로 나타났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준)공영제를 도입해 개선된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시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나 준공영제를 시행하면 이같은 문제는 ‘충분히’ 개선될 것인가. 모든 것이 시장자율경쟁체제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게 안되니 돈이 많이 들더라도 관이 개입하고 직접운영하는 방식으로 가야만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