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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민담설화] 주인을 살린 개 ‘병천 개목고개’

오수개와 판박이… 비슷한 이야기, 천안을 비롯해 전국에 몇 군데 있어 

등록일 2024년08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한국의 진돗개를 키우려는 외국인들이 많다. 아담하면서도 똑똑하고 싸움을 잘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늑대든 호랑이든 가리지 않는다. 용맹한 개의 표상이다. 게다가 맹견중에 주인에게 순종을 넘어 충성하는 모습은 진귀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개를 이야기하자면 대표적으로 전북 임실군 오수면에 ‘오수개(獒樹개)’의 전설이 내려온다.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잠든 주인을 구했다는 개의 이야기인데, 고려시대 문인 최자(崔滋)가 1230년에 쓴 《보한집(補閑集)》에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시 김개인이란 사람은 충직하고 총명한 개를 기르고 있었다. 어느날 동네잔치를 다녀오던 김개인이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들었는데, 때마침 들불이 일어나 김개인이 누워있는 곳까지 불이 번졌다.

불이 계속 번져오는데도 김개인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자 그가 기르던 개가 근처 개울에 뛰어들어 몸을 적신 다음 들불 위를 뒹굴어 불을 끄려 했다.

들불이 주인에게 닿지 않도록 여러 차례 이런 행동을 반복한 끝에 개는 죽고 말았으나 김개인은 살았다고 한다. 이에 슬퍼하며 개의 주검을 묻어주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았다고 한다.
 

나중에 지팡이가 실제 나무로 자랐다고 하여 훗날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를 합하여 이 고장의 이름을 ‘오수’(獒樹)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오수 휴게소와 전북 임실군 오수면 시장마을에 오수개 동상이 생겼다.

이같이 주인을 구한 개에 대한 전설은 전국 곳곳에서 전해온다. 익산시 금마면, 정읍시 신태인읍과 북면, 고창군 성내면, 김제시 순동 지역을 비롯해 천안 북면에도 이와 비슷한 전설이 내려온다.



천안 북면의 개목고개 


▲계목? 개목? “개목 아닌가요?” 눈 비비고 다시봐도 ‘계’목이다. 다른 곳의 이정표엔 ‘개목’이라는 바른 표기도 보인다. 2020년 당시 시 산림녹지과 담당자가 바로 확인조치하겠다고도 했으나 3년이 지나도 아직 그대로다. 이 때문에 개목고개를 넘나드는 등산객들은 SNS에 계목과 개목을 혼동해 쓰고 있기도 하다. 행정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다.


‘병천 서원말~북면 매송리’ 고개를 ‘개목고개’라 한다.

병천면 병천리 서원말에서 북면 매송리로 넘어가는 큰 고개가 있는데 이곳 개목고개의 전설은 이렇다.
 

옛날, 초봄의 ‘딱’ 이런 날씨였나 보다. 조선 초엽쯤 한 선비가 술에 취해 이 고개를 넘다 잠이 들었다. 그를 항상 따르던 개도 주인 곁에 앉았다. 마침 산불이 났는데 선비는 깨어날 줄을 몰랐다. 개는 가까운 도랑에서 물을 적시고 와 선비에게 다가드는 불을 껐다. 얼마나 반복됐는지 헤아릴 수 없게 됐고... 주인이 깨어났으나 개는 이미 지쳐 죽어있었다. 선비는 후회하며, 의구비(義狗碑)를 세워 주었고 선비는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한다.
 

개목고개의 이야기는 전북 임실 ‘오수의 개’ 이야기와 판박이다. 그런데 오수는 교과서에도 실렸던 유명세를 타고 둔남면이 새롭게 오수면으로 바뀌는 힘을 가졌다. 1994년에는 ‘의견상’이 건립되기도 했다. 

이렇듯 같은 내용과 사건도 때를 얻고 못얻고에 따라 ‘전부(全部)’ ‘전무(全無)’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물론 역사자료에 언급된 것과 그렇지 않은 이야기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하튼 천안에 사는 사람으로서 ‘전무’가 된 개목고개에 살짝 씁쓸함이 묻어난다. 개야 미안...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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