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대낮의 기온은 30℃를 웃돈다. 같은 시각 채소를 기르는 시설하우스의 온도는 얼마나 될까. 40℃를 웃돈다. 이러한 시설하우스 폭염 속에서 한여름 무더위도 아랑곳 않고 희망을 싹틔우는 이들이 있다.장애우들과 재활영농푹푹 찌는 시설하우스 안에서 건장한 체격에 신선하고 해맑은 얼굴로 방문객을 맞는 이종현(29?죽전직업재활원) 직업훈련교사를 만났다.몸에 꼭 맞는 티셔츠에 촉촉이 적신 땀방울이 이 교사의 건장한 육체의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비닐하우스는 중증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과정을 학습시키는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 올 여름에 이 교사는 15명의 원우들과 함께 열무 3백단을 길러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산 속에서 기른 무공해 채소다. 처음엔 판로를 찾지 못해 막막했는데 천안시 홈페이지와 본보 지면에 구매자를 찾는다는 글을 띄우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었다. 수익을 목표로 추진한 사업은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수익금 전액은 원우들의 간식비로 이용될 예정이다.영농재활과정을 통해 혼자 힘으로 밭고랑조차 넘지 못하던 원우의 걸음걸이가 좋아지고, 호미를 움켜쥘 힘조차 없던 원우가 풀뽑기를 돕는다. 자폐증과 우울증으로 심한 대인기피현상을 보이던 원우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도 건넨다.침을 심하게 흘려 가슴을 흠뻑 적시고, 침에서 나는 악취로 주변사람의 접근조차 어렵게 만들던 원우도 이곳에서 침을 다스리는 법을 익혔다.이 교사는 “중증장애인들이 매일 먹고 자는 것만으로 생명을 유지한다면 사육당하는 동물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하고 고민하며 보람을 찾는 일을 만들어 주면 재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20년 뒤 직접 복지시설 운영이종현 교사는 93년 한국체육대학에 입학해 검도와 유도를 전공하던 엘리트체육인이었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스포츠의 순수성이 왜곡되는 상황을 목격하고 그 충격에 체육계를 떠났다고 말했다.그후 95년 한서대 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사업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인생목표를 설정했다. 이종현 교사가 이곳 죽전직업재활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8월. “누군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보람은 크다. 반면 사회복지사들은 적은 급여에도 만족하고 희생 봉사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이 교사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다. 퇴근 후 학원 등에서 호신술을 가르치고 음식점에서 서빙도 하며 경제적인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취침시간 몇 시간을 제외하면 휴식시간 조차 허용되지 않는 빠듯한 생활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교사는 지금의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다.현재의 생활들이 20년 뒤를 내다본 배움의 단계라고 밝힌 이 교사는 이후 중증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계획하고 있다.1주일, 또는 한 달 정도 단기부양을 대행하는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병들거나 거동이 불편한 가족을 부양, 나머지 가족들을 잠시나마 해방시켜주겠다는 의도다. 이 교사는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거의 없다”며 “그 가족들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제도는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