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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데이트/과수농가와 ‘동고동락’

‘동고동락’

등록일 2003년08월0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요즘은 매일 포도밭에서 살다시피 한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농기계 전문점인 H사 중부출장소 정진규 소장의 말이다. 입장거봉포도 수확기를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정진규 소장은 농부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포도밭에서 보내고 있다. 자신이 직접 판매한 또는 자신이 취급하는 회사 제품을 이용하는 농민들이 경미한 고장부터 큰 고장까지 하루종일 정 소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입장 거봉포도의 우수한 품질을 결정짓는데는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수확을 앞두고 영양제를 섞은 마지막 살균방제를 실시하기 때문.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농기계 고장으로 방제시기를 놓치면 일년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실제로 농민들은 기계고장이 발생하면 마냥 손놓고 출장수리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부 마음 급한 농민들은 직접 농기계를 싣고 대리점으로 향하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없을 때가 많다. 정 소장은 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 분주하다. 특히 과수용 농기계를 전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농민이 잘 살아야 자신도 잘 산다는 윈윈전략이 몸에 배어 있다.입장면 전역을 뒤덮은 광활한 포도밭. 도로와 건물을 제외하면 모두가 포도밭이라 할 정도로 드넓은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과수원을 찾기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농로를 따라 과수단지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그곳이 그곳 같고 마치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다. 처음엔 고객을 찾다가 되돌아온 경험도 있지만 휴대용 전화기가 대중화 되면서부터 시간이 많이 단축됐다.그리고 몇 년째 출장수리를 나서다 보니 웬만한 지형은 이제 손금보듯 환해졌다. “갈수록 과수농가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농가수입이 줄며 농기계 구입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정진규 소장은 “입장경제는 포도밭에서 시작된다. 포도농가가 부유해지면 그들을 둘러싼 각종 사업들이 번창하게 된다”며 “최근 과수농업이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들며 입장지역 경기가 전체적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정 소장 자신도 2∼3명의 기술자를 고용해 운영하던 출장소를 이제는 혼자서 운영하고 있다. 포도밭 한가운데서 만난 정 소장은 “농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고장난 농기계를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는 또 다른 농가를 향해 힘찬 엔진시동을 걸었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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