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당택지 단독주택용지 216필지를 분양받기 위해 지난 31일(목) 최종 2만6305명이 종합운동장으로 몰렸다.신청금 900만원으로 접수해 당첨만 되면 막대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직장인부터 자영업자, 가정주부, 노인들까지 가세해 열기를 부추겼다.휴가기간을 분양일정과 맞췄다는 사람, 근무시간에 힘들게 빠져 나왔다는 직장인, 자녀 또는 이웃을 대신해 나온 사람 등 사연도 다양했다.지난 29일(화)과 30일(수) 이틀간 지정은행인 국민은행에서 단독주택용지 분양신청금 접수결과 2만6699명이 납부했으나 3백94명이 중도 포기해 12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신청금만도 2402억91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천안시와 국민은행은 당초 오전 9시부터 접수할 계획이었으나 새벽부터 신청자들이 대거 몰려들자 오전 8시부터 45개 창구에서 60명의 국민은행 직원들이 일제히 접수를 시작했다.국민은행 천안지점 박상균 지점장은 국민은행이 열흘간 남기게 될 이자수익만 1억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결코 만만한 경쟁률이 아님에도 대부분 시민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행운을 점치는 심정으로 몇 시간씩 기다리는 불편도 마다하지 않았다.이번 단독주택용지 분양은 자신이 희망하는 필지를 선택해 추첨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로또복권 추첨방식과 다를바 없다.지난달 29일(화)과 30일(수) 이틀간 천안시내 국민은행 6개 지점 접수창구는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된 쌍용동 지점은 이른 아침부터 접수창구 앞에서 시작된 고객 행렬이 외부 인도까지 갈지(之)자로 점령해 버렸다.신청자들은 보통 3시간 이상 기다려야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천안시내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인근 아산이나 평택으로 원정접수를 나서는 시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같은 시각 천안시내 동사무소도 은행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분양 또는 입찰 신청시 주민등록등본이나 대리인 위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한 행렬이 줄지어 늘어섰기 때문이다.이렇게 은행과 동사무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분양신청자들은 지난 30일(수) 저녁무렵부터 종합운동장으로 몰렸다. 일부 시민들은 미리 텐트와 먹거리를 준비해 밤을 지새기도 했다. 접수를 마치고 나오는 주부 김일선(43?원성동)씨는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웃돈에 거래될 것이라고들 한다. 허리띠 졸라매고 10년 이상 힘들게 모아도 만지기 힘든 거금이 하루아침에 쥐어질 수도 있는데 누가 참여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접수 당일인 7월31일(목) 새벽 5시 무렵에는 계속 밀려드는 차량과 시민 행렬이 이어져 종합운동장을 에워쌌다. 추첨이 진행되는 8월7일(목) 행운의 당첨자 2백16명을 제외한 상당수가 허탈감과 함께 심한 후유증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불당택지 부동산시장 판도 바꿔지난달 29일(화)과 30일(수) 이틀간 2만6699명이 불당택지 주택용지를 구입하겠다고 국민은행 앞에 줄을 섰다. 이들에게서 나온 분양신청금만 2402억9100만원이다. 너도나도 불당택지를 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2백16명만이 불당택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불당택지를 떠난 자금이 어디로 눈을 돌릴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다.불당택지는 2004년 개통될 경부고속철과 수도권 전철 역세권에 위치해 35분대 서울생활권이 가능하고, 교육과 문화의 중심으로 최적의 투자여건으로 주목받아 왔다.또한 금년 택지개발촉진법이 개정돼 주거용 건물에 상가 등 근린생활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마지막 택지지구라는 점도 한몫했다. 거기다 정부의 잇단 투기억제책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여유자금이 한탕주의와 맞물려 불당택지로 몰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연일 불당택지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한건만 당첨되면 수천만원의 웃돈이 보장된다는 기대감에 만기를 앞둔 적금이나 보험해약은 물론 사채까지 동원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업계에선 평당 분양가(235만4000원)를 높게 책정함으로써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불당동 인근지역은 물론 천안시 전역의 땅값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불어닥친 불당열풍은 저금리 고물가 시대에 근면과 성실을 밑천으로 살아가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에게 근로의욕 상실은 물론 가치관의 혼란마저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한편 오는 11일(월)부터 시작될 상업·근린·유치원 용지의 경쟁 입찰에서도 주택용지의 과열현상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경영개발과 한인수 과장은 “상업용지는 주택용지와 달리 자금세력들이 몰리기 때문에 속단하기 이르다”며 “일부 부동산업자들의 근거없는 소문에 휘말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불당택지분양 진풍경돈많은 노숙자 천국불당택지 주택용지 신청서 접수장소인 종합운동장 남문 선수대기실을 중심으로 땅을 사기위한 돈많은 노숙자들이 대거 모여 들었다.충남 최고의 종합문화체육시설 한가운데서 벌이는 술판, 노름판, 무단 방뇨, 쓰레기투기까지. 일부 돈많은 노숙자들이 보여준 일탈행위는 꼴불견 그 자체였다.굴러 다니는 소주병, 맥주캔, 음식찌꺼기, 담배꽁초 등 노숙한 흔적들은 씁쓸한 뒷여운을 남겼다. 종합운동장 인근 거대한 주차장이른 아침부터 종합운동장으로 밀려드는 차량행렬에 종합운동장 인근지역은 순식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고 말았다.작은 틈만 보여도 비집고 들어가 주차를 하거나 교차로에서 차량이 뒤엉키고 접촉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인근 공사장, 아파트 등의 출입차량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예견됐던 교통대란, 예견됐던 혼란들 이었음에도 차량통제는 없었다. 제발 전화좀 받아주세요불당택지 일반분양 일정을 발표한 이후 경영개발사업소 담당직원 전화통화가 하늘의 별따기였다.택지분양 관련 문의차 수차례 전화를 걸어봐야 통화가 거의 불가능했다고.부동산 투기대책반 삼엄한 감시수십명의 명의를 대여해 투기판에 끼어든 선수(?)를 가려내기 위해 국세청 부동산투기 대책반 10명이 출동했다.‘부동산투기단속반-국세청’이라고 표기된 노란완장을 찬 요원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는 선수들을 떨게 만들터. 이들은 명의대여, 부정한 부동산취득자금 출처를 낱낱이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이번 택지분양 시장에 뛰어든 2만6699명중 과연 실수요자가 있기나 한 것일까.